60년대 화장품산업 태동 이후, 매일 매일이 역사

▲ 오송 화장품 박람회 전시
▲ 오송 화장품 박람회 전시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충북 오송에서 개최된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 박람회’의 월드뷰티관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국내 화장품들이 소개되면서 국내 화장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0년이 넘는 화장품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등 유럽의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역사임에도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60년대부터 큰 발전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매일 매일이 새로운 역사였다.

특히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 최초의 한방화장품, 최초의 남성화장품, 최초의 기능성화장품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화장품은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의 중요한 과도기를 증명하는 하나의 지표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마케팅의 요소로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당시의 화장품들은 명확하게 최초라고 불릴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화장품들을 새롭게 리뉴얼 출시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본지는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최초’란 이름이 붙은 화장품들 속에서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를 되짚어 보았다.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의 산증인

▲ 왼쪽부터 럭키크림, 메로디 크림, ABC포마드
▲ 왼쪽부터 럭키크림, 메로디 크림, ABC포마드
일제 강점기였던 1918년 국내 최초로 특허국에서 상표등록증을 취득한 국내 최초의 정식 화장품 브랜드 ‘박가분’을 시작으로 출발한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는 1945년 설립된 태평양화학공업사(현 아모레퍼시픽)가 60년대 초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산업화의 태동을 알렸다.

그렇다면 1937년 납 성분 부작용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며 자진 폐업해 역사 속에서 사라진 박가분 외에 60년대 이전까지는 ‘최초’라고 불리는 화장품이 없을까.

박가분 이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화장품은 1947년 고(故)구인회 LG 창업회장이 부산에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해 출시한 국내 최초의 제조 화장품인 ‘럭키크림’이다.

광복 직후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날려버리고 외국인 모델을 적용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 제품은 지난해 5월 창립 6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948년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故)서성환 회장이 태평양화학공업사(현 아모레퍼시픽)를 통해 국내 최초의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 탄생시킨 ‘메로디 크림’과 1951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순 식물성 포마드 ‘ABC’ 역시 대한민국 화장품 역사의 산 증인 같은 제품으로 꼽힌다.

메로디 크림은 우리나라에 상표법이 제정되기 전에 탄생한 첫 화장품 브랜드로 큰 인기를 얻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제품은 2011년 9월 아모레퍼시픽 창사 66주년을 기념해 리뉴얼된 제품이 한정판으로 출시된바 있다.

▲ 새롭게 리뉴얼 출시되었던 'ABC포마드'
▲ 새롭게 리뉴얼 출시되었던 'ABC포마드'
ABC 포마드는 광물성 포마드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최초로 향료를 섞은 식물성 포마드로 출시된 제품으로 당시 양복 입은 신사 뿐 아니라 공사판 노동자들도 애용하는 제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61년에는 ‘가짜 포마드 사건’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이 제품 역시 2005년 9월 창사 60주년을 기념해 당시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이 리뉴얼해 출시한바 있다.

과거 최초라고 불리던 화장품 중에도 현재까지 판매가 되고 있는 화장품이 있다. 태평양화학공업사(현 아모레퍼시픽)가 1959년 국내 최초로 프랑스 코티사와 기술 제휴로 출시한 '코티 분백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코티분은 70년대 휴대가 편한 콤팩트, 케이크류가 각광을 받으면서 인기가 식었지만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의 제품으로, 1981년 나드리화장품을 거쳐 현재 ‘코티 에어스펀 루스 파우더’라는 이름으로 뷰애드를 통해 국내에 수입 유통되고 있다.

 
 
한편 국내 화장품 최초의 광고는 1910년 9월10일자 매일신보에 게재됐던 한양상회의 수입판매품 중이던 화장품 광고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제품으로는 1920년대 박가분 광고가 처음이다.

이후 1955년 10월3일자 경향신문에 5cm 크기의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 ‘ABC 비듬약’ 광고가 등장하며 근대적인 화장품 광고의 첫 출발을 알렸고, 1956년에는 ‘ABC 비듬약·크림·포마드’ 3개 제품의 종합 광고에 처음으로 당시 최고의 여배우 김보애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0~70년대를 대표하는 ‘최초의 화장품’

▲ 국내 최초의 한방화장품 '진생 삼미' 광고
▲ 국내 최초의 한방화장품 '진생 삼미' 광고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이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60~70년대를 대표하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화장품은 1970년 국내 최초의 남성화장품 독립 브랜드로 탄생한 ‘비크멘스’와 1973년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 브랜드로 출시된 ‘진생 삼미’다.

이 두 브랜드 모두 현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화학공업사)로 당시부터 국내 화장품시장은 아모레서픽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최초의 방문판매 브랜드 쥬리아화장품을 비롯해 한국화장품 등 국내 대표 화장품사들이 사업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비크멘스는 국내 최초의 남성화장품 브랜드로 포마드(머릿기름)와 아후터쉐이브(애프터셰이브), 스킨밀크 기본 3종으로 구성된 첫 세트였으며 진생 삼미는 지금의 설화수의 원조격으로 인삼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국내 최초의 한방화장품 브랜드였다.

1990년대 ‘최초’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품 OEM사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른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였다. 또한 오늘날 국내 화장품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기틀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의약품에 사용되던 GMP(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도입한 것이다.

▲ 한국콜마
▲ 한국콜마
1990년 설립된 한국콜마는 국내 최초로 의약품에 사용되던 GMP를 화장품에 도입해 오늘날 식약처가 지정하는 CGMP 지정 업체의 초석을 만들었으며 화장품의 단순 수탁 제조 방식인 OEM을 직접 해당 브랜드를 개발해 역으로 권하는 ODM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란 원래 1950년대 IBM사에서 만들어진 조어로 미국의 컴퓨터나 전자 부품 업계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원천기술을 지닌 제조자’라는 의미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에서 제조위탁이 성행하면서 용어가 활성화되어 OEM은 이른바 ‘상대편 브랜드제조’ 혹은 ‘주문자상표 부착생산’이라고 일컬어졌고, 가전이나 자동차산업, 화장품산업 등 여러 업종에 도입되고 있다. 즉, 쉽게 풀면 제조를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위탁의 범위도 생산만이 아닌 상품개발 단계로까지 확장되어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이라는 진화된 용어가 탄생되었으며 ‘상대편 브랜드에 의한 설계 제조’, ‘제조업자 설계(연구개발) 생산’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즉, 제조전문기업이 제품, 또는 브랜드를 직접 개발해 브랜드사에 역 제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2000년대 이후 ‘최초’라고 불릴 수 있는 화장품은...

▲ 국내 최초의 브랜드숍 미샤
▲ 국내 최초의 브랜드숍 미샤
국내 화장품시장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80~90년대를 넘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화장품시장이 형성된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최초’의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중에서 명확하게 모두가 인정하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는 화장품은 2가지를 들 수 있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주름개선 인증 화장품인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링클 디클라인’과 2002년 국내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탄생한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다.

우선 1999년 LG의약품바이오텍 연구소와 화장품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주름 개선 신물질 메디민 A’를 적용한 제품으로 처음 출시된 이자녹스 ‘링클 디클라인’은 기존의 ‘레티놀’을 주성분으로 한 주름 개선 화장품의 최대 단점인 주름 개선 성분의 안정성과 효과를 크게 개선한 제품이다.

2000년 화장품법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기능성화장품 인증 제도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인 이자녹스의 링클 디클라인은 처음으로 주름개선 기능성 인증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국내 최초의 브랜드숍으로 인지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90년대 전국의 3만여개가 넘는 시장을 형성했던 화장품전문점들이 할인 경쟁 과열과 카드대란 등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등장한 새로운 유통 경로인 원브랜드숍이다.

앞서 도도화장품의 도도클럽이라는 원브랜드숍 형태가 있었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과 달리 미샤는 2002년 12월 이대에 1호점을 오픈한 후 현재 브랜드숍 업계 1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0년대를 대표하는 ‘최초’의 화장품으로는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가 1997년 국내 최초로 레티놀 안정화를 통해 선보인 ‘레티놀 2500’, LG생활건강이 2006년 국내 화장품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밤 형태의 자외선차단제 ‘선밤’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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