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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 주변국가들은 어떻게 보나?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한(恨) 많은 역사 속에서 반복된 가르침을 주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약해지거나 지혜롭지 못했을 때는 여지없이 침략을 당하면서 민초부터 지배층까지 예외 없이 고난을 당했다. 근대사에서도 반복된 이 흐름은 해방 이후 남북 분단까지 초래했다.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교훈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 시점에, 우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주변국들 사이에서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강한 모습으로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 관계는 혈맹이라며 늘 돈독한 사이를 뽐내는 듯하지만, 지난 정권부터 돈으로 환심을 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중 관계는 경제적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데다, 중국이 미국을 잇는 새로운 패권국가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생각해볼 때, 이전보다 더욱 신경 써야 할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대중 외교에 있어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표적인 미국과 중국의 예만 들었지만, 6자 회담 당사국들인 러시아나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반도의 운명과 주변국과의 관계가 너무나 밀접하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미래를 상상함에 있어서도 주변국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월 24일 있었던 “통일한국 시대, 한반도 주변국의 기대이익과 미래비전”이라는 <평화문제연구소>의 세미나 제목이 이렇게 붙여진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 평화문제연구소 30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 제1회의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이날 ‘통일한국의 체제 성격과 바람직한 대외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태현(중앙대학교) 교수는 통일된 한국의 마땅한 모습(발제문에서는 이를 ‘동북아 공동체의 중추국가’로 표현하고 있다)과 맞닥뜨리게 될 문제,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비를 외교안보, 경제번영, 사회문화, 통일한국의 정치이념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그는 통일한국의 외교안보적 태세가 자국의 안보를 확실히 지키고, 불필요하게 다른 나라의 경계심을 사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자랑스러워하고, 다른 나라 국민이 우러러보는 그런 것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번영의 차원에서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중추국가로서, 개방과 자유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고, 사회문화 영역에서만큼은 정부의 개입이 없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마상윤(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이 반드시 ‘하나의 국가로의 통합’이라는 근대적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역통합체의 틀 안에서 두 개의 국가가 때로는 하나로, 또 때로는 각자 홀로 존재하는 새로운 양식의 통일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범식(서울대학교) 교수는 ‘통일한국의 등장과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 전망: 동북아 세력망 구도의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세력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하여, 한국의 통일 외교, 나아가 통일한국의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는 ‘미-중 관계의 전개 모습’과 ‘한반도 통일방식’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국, 즉 동북아 지역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보고, 이러한 연구가 정책에 시사하는 바를 도출해냈다.

그의 발제에서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있었는데,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이 그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3개 이상의 국가들이 공동의 전략을 형성해낼 수 있는 관계망을 말하고, ‘구조적 공백’은 연결망에서 전략적인 목적으로 한 두 개의 링크를 추가로 연결함으로써 채워질 수 있는 공백을 의미한다. 개념 설명은 다소 어렵지만, 사실 크게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한-미-일 삼각관계는 [사회적 자본A], 북-중-러 삼각관계는 [사회적 자본B], 한-중-일 삼각관계는 [사회적 자본C]로 할 경우, 북한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남-북, 북-러, 북-미 관계는 [구조적 공백]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북한을 둘러싼 이 구조적 공백에서, 중국만이 가능하면서 중국만이 현재 펼치고 있는 대북 영향력 덕분에, 중국이 중요한 구조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적 공백]이라는 것이, 이를 메우는 ‘중개자’가 많은 정보를 얻음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향상시키고, 자신의 위치 권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동북아의 이 [구조적 공백]을 선점하는 자가 ‘동북아 세력망’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범석 교수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 [구조적 공백]이 상당부분 메워지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얽힌 이해관계의 난잡한 흐름이 다양한 종류의 관계와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됨으로써, 미-중 관계라는 기본 축을 보완하는 지역질서의 모습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종원(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북한을 둘러싼 [구조적 공백]에 있어, 신교수의 결론, ‘북-일, 북-미 링크의 구성은 다소 어려워 보인다.’는 내용이, 지난 20여 년의 북핵위기 과정이 보여주듯이, 북한의 생존전략과 각국의 복잡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해볼 때, 남-북 보다, 북-일 또는 북-미가 선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한국의 통일전략의 일환으로서의 대북 정책과도 관련되는 논쟁인데, 보다 다각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평화문제연구소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제2회의 ⓒ유코리아뉴스 김성옥

 

이어 진행된 제2회의에서는 “통일한국에 대한 주변 4강의 기대이익과 대(對)한반도 협력방향”이라는 주제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의 토론자들이 나와서 각 해당국가의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이익과 협력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 토론자인 피터 벡(미국, 아시아재단 한국대표)은 미국과 러시아는 큰 이익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원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청샤오허(중국, 인민대학교) 교수와 히로시 나카니시(일본, 교토대학교) 교수는 모두 부정하였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기대이익을 말할 수 있고, 그러한 가정 하에 통일되고 중립적인 한반도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일본 또한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위협 제거를 실현한 후에 한반도 통일을 지원해 나갈 것이고, 미․중․러 3개국의 지원과 균형을 이루며, 일본의 경제․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되어 6시까지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이 가득 차도록 모인 참석자들의 열띤 참여 속에,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 국제학술회의의 자료집 본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통일한국 시대, 한반도 주변국의 기대이익과 미래 비전-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원문 다운로드 받기: http://tongilcoop.tistory.com/34>

김 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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