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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노트텔'(CD, DVD, USB 재생기기)로 남한영화 본다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중국서 만난 북한 주민들 설문결과 발표

 ‘풍문으로 들었소~’

그렇다. 우리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과 영화를 북한 사람들도 즐겨본다는 얘기 말이다. 전부터 ‘겨울 연가’나 ‘천국의 계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신사의 품격’이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덕분에 남조선식 패션과 말투가 유행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북한에서 한국 영화를 컴퓨터로 복사해서 팔다가 잡히면 공개총살 당하거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제 한국산 영상물을 유통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강동완 동아대 교수

지난 22일 북한전략센터 주최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미디어의 역할: 북한인권에의 함의” 학술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선 강동완 교수(동아대 정치외교학과)는 불과 한두 달 전인 지난 7월~9월, 중국 현지에서 직접 만난 25명의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 및 외부정보 유입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산 EVD(Enhanced Versatile Disc)플레이어의 확산에 대한 설명이었다. 북한에서 소위 “노트텔”로 불리는 이 기기는 우리 돈으로 약 6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CD와 DVD뿐만 아니라, USB재생이 모두 가능하다. 북한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CD는 북한영화를 넣어 두고, 남한 영화가 들어 있는 USB를 보다가, 단속이 들어오면 그것을 빼서 숨기는 식으로 검열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중국에서 공식 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은 공USB는 단속 물품이 아니므로, 북한 지역에 대량으로 유입되고, 이를 컴퓨터가 있는 개인이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담아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남한의 문화 컨텐츠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김정일 사후 2012년 초반의 상황은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진행되면서 사상 강화에 주력을 하던 시기였고, 내부 단속도 엄격하게 통제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증언을 통해, 통제가 강화된 당시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과 같이 남한 영상물을 열심히 시청하는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강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북한 내 미디어 유입을 위해서는 중앙의 단속과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갖는 특정 지역을 핵심 전략 지역으로 선택하여 집중하고, 북한 내부의 연계망과 함께 제3국에 친지방문을 위해 공식적으로 나오는 방문자들을 적극 활용하여 정보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탈북 증언자 이정철씨는 평양 시내에서도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학생들과 주민들이 한국식 말투를 흉내 내는 등, 이제는 한국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보 취급마저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지금은 나이와 직업, 직무, 성별에 관계없이 한국산을 다 좋아하며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다른 나라 영화들도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특별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가 대단한 이유는 언어가 통하고 내용상 마음의 감정이 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북한에서 남한의 미디어를 유통시켰던 경험이 있는 이현우 토론자는 “북한인권과 자유개선을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의 깨움”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한국으로 오게 되기까지 영화와 방송이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한국 방송과 영화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인권과 자유에 눈을 뜨게 하고, 북한 정권의 실상을 더욱 낱낱이 알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이날 또 한 명의 발표자로 나선 심영섭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영상학부)의 발제 내용에 의하면,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도 서독의 미디어가 동독의 내부 변화에 큰 영향력을 미쳤고, 구소련 및 동구권 붕괴 과정에서도 서구 국가에서 운영한 단파 방송이 이들 나라의 민주화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남한의 영상물 확산과 대북방송을 통해 북한의 민주화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을 주목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도 수반되어야할 것이다.

심 교수는 결론 부분에서 우리나라 공식매체의 북한보도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통일이라는 관점을 통해 보았을 때도 보완이 시급한 부분일 것이다. 그는 특히 주변국가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이해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인 미디어 외교’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이러한 정책 제안에 귀를 기울여 보다 지혜로운 통일 준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 또한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22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13 북한전략센터 하반기 학술세미나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미디어의 역할' 세미나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현재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한국의 영상물과 공산품(옷이나 화장품 등)이 유통되고 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송이 전파를 타고 전달되고 있다. 정치적인 외압이나 국제적인 대북 압박 공세보다, 더욱 조용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이러한 물결이 어찌 보면 북한의 문화와 의식의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미디어를 통해 북한의 체제전환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다양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북한전략연구소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미디어의 역할' 세미나 자료집 전문 다운받기: http://tongilcoop.tistory.com/35>

김 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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