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공감 요소 부족, 액션은 볼만해…

▲ 127분, 쉬지 않는 런닝맨
▲ 127분, 쉬지 않는 런닝맨

■서울 한복판, 두 발로 뛰는 ‘런닝맨’
경찰은 물론이고 국정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까지 자신을 쫓는 상황에서 차종우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고 달린다. 사이가 소원했던 아들 차기혁(이민호)에게 마저 의심받는 상황. 차종우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싶은 마음과 쫓는 자의 정체를 파해 치고 싶은 마음을 안고 달린다. 그 와중에 같은 학부형이자 형사인 안상기(김상호)와 특종에 목마른 여기자 박선영(조은지)까지 미스터리한 추격전에 가담하게 된다.

■코믹, 액션, 감동, 아쉬운 세 마리 토끼

▲ 런닝맨의 조연들
▲ 런닝맨의 조연들
이런 인물 설정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란 느낌이 든다. 인물 자체로 존재하면서 스토리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각본상 편의를 위해 희생된 캐릭터라는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문제는 전지전능한 아들 뿐 만이 아니다. 김상호, 조은지, 오정세가 맡은 배역들은 코믹함을 유발시키지만 이 역시 극 중 자연스럽게 빵 터지는 개그가 아니다. 상황이 개그를 만들지 못하고 웃긴 캐릭터에 유머를 의존,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살아있지 못한 캐릭터가 만드는 감동과 유머에 마음이 동하는 관객이 몇이나 있을까. 감독이 관객의 눈 뿐 아니라 정서까지 훔치고 싶었던 욕심은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답습했던 실패를 아무런 반성과 고민 없이 차용한 흔적은 결국 3마리 토끼를 놓치는 결과를 만들었다. 

■‘신하균 연기’, 하나만 믿고 보기에도

▲ 부자관계로 나오는 신하균과 이민호
▲ 부자관계로 나오는 신하균과 이민호
영화 '런닝맨’에서 신하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발산하는 연기만 보여준다. 관객을 끌어당기지 못한 그의 연기는 시나리오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그가 맡아야 할 캐릭터의 특징이 너무 많다. 철없는 젊은 아빠에서 시작해 초인적인 도망자, 직업 도둑의 영민함을 거쳐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까지. ‘하균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었던 감독의 마음이야 이해한다. 하지만 그 욕심이 127분 동안 캐릭터의 면면을 보여주기 급한 연기로 나타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익숙함 혹은 진부함
영화 속에 녹여진 코믹, 액션, 감동 모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익숙함은 쉽고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철부지 아빠와 반항아 아들이 갈등을 통해 소통하고 화해하는 성장담, 사실은 아들을 누구보다 생각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고백, 아들을 위해 악당들에게 당당히 희생당하는 남자 등 익숙한 설정의 감동이 난무한다.

감동적인 포인트 뿐 아니라 액션 시퀀스에서도 여러 영화가 겹쳐 보인다. 골목길을 통과하는 자동차 추격 신에서는 영화 ‘의형제’가, 대형 화물트럭이 한쪽으로 스러지는 장면에서는 ‘황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런닝맨’과 같이 도심공간에서 생활밀착형 액션을 표방한 한국영화들이 연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런닝맨’이 이전의 영화들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창의력 있는 액션신이 분명 있지만 속도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127분이라는 긴 런닝타임도 한 몫 한다.

‘런닝맨’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러가는 관객들은 다른 것은 다 제치고서라도 쫓고 쫓기는 스릴 하나만은 건지고 싶어 하지 않을까. ‘본 것 같은’ 장면들과 다소 답답한 스토리 전개에서 스릴을 찾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액션신은 볼만해…

▲ 창의적인 액션장면
▲ 창의적인 액션장면
영화 ‘런닝맨’이 보여주는 액션의 특징은 크고 작은 충돌과 뜀박질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이다. 종로, 동작대교,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 익숙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각 장소에 맞는 창의력 있는 액션 장면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종로에서는 좁은 골목길을 배경으로 달리고 뒹군다. 동작대교에서는 화려한 카체이싱을 선보인다. 혁대를 이용해 달리는 화물차 위에 올라타는 과감한 액션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실망스러운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런닝맨’은 어떤 영화보다 많고 다양한 액션 장면을 갖고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이십세기폭스’가 메인 투자를 맡은 첫 번째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에 매혹되어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기대하지 않고, 액션종합선물세트를 보러간다는 마음가짐이라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지민 인턴기자 aaa34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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