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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평화체제·한미동맹, 동시 달성 가능할까?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 개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딜레마는 정부가 아닌 국민 안에 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모순이 정부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국민적 합의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가 비핵화·평화체제·한미동맹이라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졌다는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지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을 기념한 이번 학술회의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의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1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됐다. 

17일 오후 1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회의에는 전 통일연구원장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친정’과 같은 통일연구원의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전했다. 김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판문점 선언은 북미 관계 개선의 길잡이이자 디딤돌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가야 할 길 멀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지만, 남북 모두 판문점 선언을 만들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상호 존중하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간다면 넘지 못할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정부는 평화가 경제가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국민들이 일상의 삶에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신임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비핵화 정의 공표해야

비핵화·평화체제·한미동맹이라는 트릴레마

한국 정부중재안 갖고 물밑에서 북미 접촉해야

한미 워킹그룹남북미 워킹그룹으로 확장해야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 통제’를 제목으로 발제한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정상회담이나 공식 문서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최고 지도자로서 비핵화를 몇 번이나 얘기했음에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북한은 비핵화의 정의를 현 단계에서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문 교수는 또 “남북 간 군비 통제에 있어서도 큰 틀과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부분을 논의할 남북워킹그룹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남북 간 군비 통제에 대한 원칙으로는 ∆비핵화와 분리해 군비통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분리의 원칙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되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조화의 원칙 ∆군비 통제의 이행과정을 협력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과정에 남한이 경제적, 기술적 지원도 할 수 있는 협력의 원칙 ∆통일을 지향하면서 남북한의 통합적 방위력 유지를 고려하는 통합의 원칙을 제시했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법적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도 연구위원은 “1956년 소련과 일본 간 공동선언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종전선언도 있지만, 한반도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을 종료한다는 합의가 비교적 단시일 내 평화협정으로 이어진 기존의 종전선언과 달리, 한반도 종전선언은 평화협정보다는 비핵화와 연계돼 이뤄진 독특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평화 프로세스의 평화 예비단계라는 의미보다 비핵화의 교섭수단의 의미가 더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도 연구위원은 평화협정 당사자 문제에 있어선 “남북미중 4자가 대등한 조건과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식은 평화 보장력의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외세의 개입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며, “남북미중 4자가 전체적으로 합의하는 구조에서 주제나 이슈별로 합의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평화협정에 들어갈 주요 조항별로 합의의 주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그에 따라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도 연구위원은 북한이 조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 역시 “‘협정의 체결로 당사자 상호 간 국가승인의 효과가 발생하진 않는다’라고 명시할 수 있지만, 법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법학계가 이 부분에 대해 활발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통일연구원 개원 28주년 기념 학술회의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세션에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사회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 평가와 과제’를 살펴봤으며, 2부 세션에선 최완규 신한대학교 설립자석좌교수(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사회 가운데 ‘남북경협과 인도주의 협력 : 평가와 과제’를 살펴봤다. ©유코리아뉴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 정부가 트릴레마(Trilemma, 세 가지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트릴레마는 개별 사안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켜 어느 한쪽을 풀려다 보면 다른 한쪽이 꼬여버리는 삼각 딜레마를 의미한다. 결국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긴 어려운데, 한국 정부가 이것을 하겠다고 해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구 교수는 “세 가지 중 하나를 포기하라면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문정인 교수의 압박 질문에 당혹스러워하며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면 비핵화”라고 답했다. 구 교수는 또 “한국은 당사자이면서 기획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과거 프랑스가 독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당사자이면서 일종의 기획자로서 역할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에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를 공표해야 한다”는 문장렬 교수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제재 완화 다음을 얘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떻게 영변 다음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군더더기 없는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미국도 허용하는 것을 우리는 제재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진짜 당사자가 되려면 중재안을 갖고 끊임없이 물밑에서 양측과 접촉해야지, 북한을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플레이해선 안된다”고도 밝혔다. 

이승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이 당사자 또는 기획자 역할을 하려면, 지금의 한미워킹그룹을 남북미 워킹그룹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는 향후 법적,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평화협정에 한국전쟁의 피해, 배상 문제를 포함하지 않으면 이후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적 안정성과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문정인 교수는 “우리 정부가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이라는 세 개의 축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한 게 현실이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과도기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를 밝게 보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자”고 밝혔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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