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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은 꼭 가족을 인질로 잡는다영화「타인의 삶」「베를린」「간첩」이 흘려보내는 '가치'...그리고 탈북자에 대하여

두 번 본 영화로는 난생 처음인 듯싶다. 아니, 두번째 보는 것인데도 처음 볼 때 이상의 임팩트를 받은 최초의 영화라는 게 정확하다.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 2006)이다. 1984년, 그러니까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 대위가 ‘사상이 불순한’ 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이자 여배우인 크리스타를 감시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 타인의 삶(2006)

심문, 도청 등에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 전문가 비즐러다. 용의자에게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용의자가 앉았던 자리의 시트를 영구 보관할 정도로 주도면밀하다. 잠재적 범죄자인 그의 체취를 남겨야 나중에 사냥개를 동원해 쫓을 때 용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국심도 하늘을 찌른다. 농담으로라도 누군가 ‘조국’의 명예에 흠집을 내면, 미간을 찌푸린다. 

한편 그의 도청 대상인 드라이만은 ‘반동분자’들과 어울린다. 물증은 없지만 비밀경찰이 ‘걸면 걸리는’ 쉬운 남자다. 언론 탄압, 창작의 탄압 앞에서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하고, 적당한 타협 지점을 찾기 위해 마구 흔들리는 남자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여인 크리스타가 있다. 무대를 사랑하는 그녀는 드라이만의 일등 우군이다.

물론 이 예술가 커플의 러브 라인도 비즐러에겐 고스란히 감지된다. 어쩌면 그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고위 간부와 원치 않는 관계를 맺는 크리스타, 이를 알고 괴로워하며 연인을 지켜주려는 드라이만. 이 복잡한 애정 전선에 맞물리면서 비즐러는 이들의 삶에 빠지고야 만다.

정체를 숨긴 채 훈수를 두는가 하면, 반체제, 반사회주의 혐의를 숨겨준다.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그가 존경하던 ‘조국’에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 올린다. 용의자 심문 과정에서 ‘인정’을 호소하던 학생에게 낙제를 주려했던 그다. 빈틈없던 그이의 변화가 이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다. 조국을 배반하면서까지 타인의 삶을 지켜주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베를린>(2013)의 정진수(한석규 분)도 자기도 모르게 그 ‘가치’에 휘말리는 게 흥미롭다. 그는 원래 ‘빨갱이’ 잡는 일에 사활을 걸어온 국정원 직원이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국제적 음모가 살아 움직이는 베를린에서 공화국 최고요원 표종성(하정우 분)을 비롯한 북한 요원들을 사로잡는 게 목적이자 신념이다. 그런데 영화는 국정원 정예요원 정진수와 공화국 영웅 표종성을 한 팀으로 묶어 버린다. 물론 각자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진수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종성은 아내 련정희(전지현 분)를 구하기 위해서다.

“괜찮아, 괜찮아, 같은 편이야...”

빨갱이 잡는 진수가 빨갱이 정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영화가 아직 상영 중이라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종성과 정희, 두 부부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본 진수가 풀숲에서 정희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빨갱이도 같은 편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로터리에서 좌회전도 안 한다는 그를 변화시킨 그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간첩>(2012)은 더 노골적이다. 남한에 사는 간첩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인터넷의 발달로 쓸 모 없어진 간첩들이 오가지도 못하고, 남한에서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내용이다. 남파 22년차 간첩 리더 김과장(김명민 분)은 불법 비아그라를 판매해 인상된 전세금을 겨우 마련한다. 억척스런 부동산 아줌마로 소문난 강대리(염정아 분)는 로케이션 전문 여간첩. 공무원으로 명퇴 후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윤고문(변희봉 분)은 알고 보니 신분세탁 전문 간첩이다. 이들에게 간첩신고보다 무서운 건 남한의 물가상승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 생활형 간첩들에게 10년 만에 암살지령이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 베를린(2013)

10년 만에 실전에 투입되려니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총을 숨겨뒀던 산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총알은 이사를 하면서 없어졌다. 굼뜬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북에 있는 가족, 남에 있는 가족의 삶을 위해서 이들이 다시 총자루를 잡고 실력 발휘에 나선다. 애국심이 아니다. 오로지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살핀 세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나쁜 놈들은 꼭 가족을 인질로 잡는다. ‘조국’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가족을 볼모로 잡는다.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이 사이에서 주인공들은 갈팡질팡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가치’를 추구한다는 게 또한 공통점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본 ‘타인의 삶’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임팩트가 강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나보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는 비즐러 대위의 고뇌가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종교로 믿던 조국, 그 조국의 배신자들을 지켜줄 수밖에 없는 그 '가치'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이런 영화들을 소개하지도 않았으리라. 말, 글, 논리, 이성이 아닌 봄과 몸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 '가치', 그것이 이들 속에 있다.

아마 이런 나의 감성은 1년이 조금 넘는 탈북자 취재에서 생겨난 듯 하다. 냉혈인간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 연주를 (도청으로)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듯이,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간 몇몇 탈북자들이 나에게 나눠준 삶은 그 연주와 같았다. 비즐러는 그 연주를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도청, 고문, 조작, 감시 등 조국의 협잡으로부터 그들의 연주를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존경하던 선배 극작가의 자살 소식에, 생전에 그가 선물해준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를 연주하며 드라이만이 크리스타에게 건네는 말이다.

“이 음악을 들었던 누군가라면,
진정으로 들었던 누군가라면,
더 이상 나쁜 사람으로 머물 수 있을까.”

더 이상 나쁜 사람으로 머물 수 없게 만드는 가치. 세 영화는 모두 그 연주를 흘려보내고 있다.
요즘 탈북자 사회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공무원(2년 계약직) 출신 간첩이 나타났다는 혐의 기사가 뜬 이후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신고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이들 잘못이 아닌데도,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핵실험이 자기들 책임인 것 같아 주눅이 들기도 한단다. 이래저래 위축된 모양이다. 앞으로 더 이상 그들의 연주를 듣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먼저 온 통일’이라느니, ‘통일의 씨앗’이라느니 거창한 삶은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 생사를 넘나든 이들로서, 복잡하고 기구한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 고유한 연주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과 북으로부터 모두 협박을 받는 <간첩> 김과장의 말이다.
“내 가족이 잘못되면 남이건 북이건 다 죽이갔어.”

‘왜 목숨까지 걸면서 나를 돕느냐’는 <베를린> 표종성의 질문에 대한 정진수의 답이다.
“일하는데 이유가 있냐? 내 일이니깐 하는 거지.”

김 과장과 진수의 대화 사이 어딘가에 나도 있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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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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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dd 2013-03-06 00:38:13

    내 댓글을 왜 삭제하니?삭제하려면 글도 쓰지마라. 김과장과 진수사이에는 빨갱이와 간첩이 있지...   삭제

    • gfds 2013-02-20 11:56:15

      김과장과 진수의 대화사이 어딘가에 대한민국의 국민모두와 북녘의 모든 동포들이 있습니다.   삭제

      • the truth 2013-02-18 23:25:19

        gggg님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일방적이며 완고하고 겁쟁이고 히스테리입니다. 사회적으로 구실을 잘하지도 못하는 사회의 공정한 의식에서 밀려난 폐물인 듯 하네요. 아주 방자하고 히스테리적인 이런 막장글들은 당신 집 벽에나 도배하고 실컷 보면서 즐기시지요. 사회의 이목을 더럽히는 이런 도배를 하시다니 참 갈데까지 다 간 인간이시군요.   삭제

        • 제3국 2013-02-15 03:12:55

          익명으로 댓글쓰면서 고소라니. 이제는 협박까지 하는가요. 10%가 넘는다는 수치는 어디에 나왔나요? 종편 방송에서 보셨나요? 10% 때문에 앞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온전한 탈북민들 90%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없는 거군요. 고소협박에, 10% 떄문에 나머지 90% 탈북민도 다 그런것처럼 명예 훼손에....조류독감 보균 닭으로 비유...   삭제

          • gggg 2013-02-15 02:14:16

            가 없을것 같소이다... 북한인들은 이런 조선시대 말투를 좋아한다고 하지요?아직 조선이니까...   삭제

            • gggg 2013-02-15 02:13:18

              다.그렇다고 불안해 하지는 마시오.한국은 김씨 왕조가 아니오.이미 한국에 입국하여 한국 국적을 받은 탈북자들은 그래도 한국 국적이 유지가 될것이오.정책이 바뀐다면 정책이 바뀌는 그 순간부터 적용이 되는 것이오.김씨왕조가 이 순간도 핵으로 한반도 모든 사람들을 불모로 잡아서 미친 도박을 하고 있는데 앵무래 처럼 아무 저항없이 김씨왕조를 하나님으로 섬기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북한인을 더 이상 민망하게 여길 필요   삭제

              • gggg 2013-02-15 02:09:01

                을 얻기 위하여 탈북자를 이용한다는 것도 이미 TV조선 등 방송이 많이 되었습니다.그리고 과대망상이란 단어는 쓰지 마시오.고소될 수 도 있소.어찌되었던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무분별하게 한국 국적을 주는 것에 대하여 먼저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겁니다.어차피 배고파서 동물처럼 한국에 온 탈북자들에게 북한에서 몇년 벌 수 있는 돈을 1달만에 벌게 해주는 것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에 국민들이 미래에 찬성을 할겁니   삭제

                • sdfg 2013-02-15 02:03:57

                  미국과 유럽 등 한국에 입국하여 국적을 취득 한후 불법체류하면서 한국인 행세를 하면서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탈북자가 3천명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전체 숫자의 10%가 넘습니다.아마도 이중에 대부분은 성매매를 하기 위하여 외국에 간것으로 추정이 됩니다.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간 탈북 여자가 난민인가요?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한국 정부 돈으로 구출해준것에 고마워하시오.그리고 조선족들 중에서 한국 국적   삭제

                  • 제3국 2013-02-15 00:12:28

                    sdfg님, 과대망상 증상을 보니 전에 gggg님 같은데, 님께서 말하는 그런 문제의 탈북자들이 전체 탈북자들의 몇프로나 됩니까? 통계로 나왔나요? 전에는 탈북자를 조류독감 보균 닭에 비유하시더니, 또 난리시군요. 보통 부분의 일을 전체로 확대해서 말하는 사람을 과대망상이라고 합니다. 본인을 잘 다스리시길.   삭제

                    • sdfg 2013-02-14 19:33:59

                      보지 않아도 되고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인 행세하고 불법체류하면서 한국 망신시키는 짓을 안봐도 되니까 말이다.또한 중국에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더라도(국제법상 난민이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북송을 금지하여 탈북자들이 마음대로 한국,중국,북한을 드나들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삭제

                      1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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