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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력 잃은 언론의 자극적 보도, 그들의 진짜 목적은?[미디어비평] 간첩 주홍글씨의 낙인과 사회적 배제


처음 미디어비평을 시작하면서, 매우 적은 숫자에 불과한 탈북자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는 주요 통로가 ‘언론’이 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비평 첫 번째 기사 “탈북자 언론보도 분석을 시작하며” 참조 http://www.ukore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9) 대한민국 국민 500,000,000(오천만)명 중에 탈북자는 지난 달 입국자(2012년 12월) 기준 24,614명에 불과하다. 0.005% 정도의 비중이다.

삶의 반경 안에서 탈북자들을 마주치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이웃주민이거나 직장 동료, 학교 친구일 경우, 만남 빈도에 따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미미하다.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고 밝히지 않고 살아가는 탈북자들도 많다.

결국, 이들을 다루는 미디어에 의해 재현(represent)되고 정의(define)되는 탈북자의 모습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탈북자에 대해 접하는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언론 보도가 탈북자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그 파급효과를 생각해 봤을 때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탈북자에 대한 이미지가 미디어에 의해 막대한 영향을 받는 것만 보아도, 탈북자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수자임에 틀림없다.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도 별 다른 방안이 없다. “나는 아니오, 그렇지 않소!”라고 외칠 마땅한 통로도, 기회도 없다. 미디어에 비춰진 이미지를 상쇄할 만큼 대한민국 주요 권력집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다수 탈북자들의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지위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도 역시 대한민국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성균관대학교 백선기 교수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에 대한 이미지는 기득권층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한다(백선기, 2005).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건이나 사안에 대한 단순 보도가 아닌 소수자 약자에 대한 재현(representation)을 통한 이미지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얼마 전 탈북자 사회에 “범죄자, 간첩”의 이미지를 입혀줄 만한 기사가 등장했다. 1월 21일 월요일 단독 보도를 자랑(?)하며 유명 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 등장한 헤드라인은 내용만으로도 이미 충격적이었다.
 

   
▲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동아일보 1면 헤드라인


이 표제에 나타난 ‘명칭’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미셸 푸코(Michel Faocault)에 따르면, 사회적 담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상’을 ‘정의’하고 ‘명명’하는 것이다. 명명(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 자체가 사회적 권력을 가지고 그 대상의 역할과 기능과 사회적 의미를 모두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칭’이란 그것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그것을 호칭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기사를 통해 다뤄지는 탈북자의 명칭을 살펴봄으로써, 언론의 관점과 태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관련 기사를 정리한 표는 다음과 같다.


   
▲ 기사에서 다뤄지는 탈북자 명칭

1월 21일 월요일 첫 기사를 단독 보도로 내보낸 일간지에서는 간첩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유씨에 대해 ‘탈북 공무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보도했다. 관련 기사에서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첫 날 기사에서는 ‘혐의’로 구속되었고, 조사 받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둘째 날부터는 그를 ‘간첩’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언론에 의해 소위 신상이 전부 털린 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는 모든 보도에서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다음 날 역시 1면 가장 큰 머리기사로 “간첩 정체는 ‘탈북자 행세한 화교’였다” 라는 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내용은 그의 정체가 사실상 중국 국적자라는 말이지만, 이 날 관련 기사에서 사용된 단어는 계속해서 ‘탈북자 간첩’이다. 이 표현은 월요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를 화요일에 이어 받아쓰기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의 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탈북자 관련 범죄 기사가 언론에서 다뤄진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사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간첩’ 사건으로, 이전에 사회면에서 작게 다뤄지던 여타 관련 범죄 보도 보다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간첩을 간첩이라고 보도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서 언론 보도에 함께 등장하는 ‘탈북자’라는 단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범죄자 신상 정보의 공개가 다른 일반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나이나 거주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 유모씨’, 즉 탈북자로서의 정체성을 이름 앞에 밝히는 식의 보도가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는 모든 일간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일부 특정 탈북자의 행동이 탈북자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 되는 현상을 낳게 된다. 한 명의 탈북자에 의한 범죄가 집합적으로 처리됨으로써 특정 개인의 일탈이나 잘못 보다는 탈북자사회 전체의 저질성, 범죄성이 형상화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내용은 류지웅(2006)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배제’ 연구-소수자의 관점에서』, 강주원(2002) 『탈북자 소수집단에 대한 남한 사회의 구별 짓기』 등의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공무원으로 채용된 ‘탈북자’가 간첩 행위 즉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에 의해, 탈북자 사회는 긴장과 안보 위협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고, 대한민국 사회 내의 비난과 우려의 대상이 되며, 공권력에 의해 제어되어야 할 대상,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탈북자들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주변화(marginalized) 된 ‘타자’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통해 탈북자를 간접적으로 접한 남한 사람들에게 편견과 고정관념이 형성되게 되면, ‘탈북자’라는 호칭은 ‘낙인(stigma)'이 된다. 이러한 낙인은 이들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기반, 정치적 권력 등을 얻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낙인에 의해 파생되는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보도에 따른 탈북자 이미지 재현, 재생산 과정


위의 표에 나타나듯이, 이 사건을 다룬 기사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휘들을 통해 ‘불신’의 아이콘으로 탈북자들이 재현될 여지가 충분한 것을 보게 된다. “거짓말, 위조, 속여, 농락, 안보 구멍, 딜레마, 방치, 유출, 불안 확산, 협박, 신상노출, 인질, 강요, 지령, 포섭” 등의 단어들을 통해 이 사건을 자연재해, 사회 병리 현상, 전쟁 등으로 전제하여 다루고 있는 것이다. 사회 불안 요소를 야기한 당사자가 바로 ‘탈북자’라고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탈북자는 믿을 만하지 못하다. ⇨ 탈북자는 거짓말쟁이다. ⇨ 탈북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재현된 탈북자를 어느 회사에서 고용하려 하겠으며, 어떤 조직에서 반기겠는가. 사회적 배제는 개인, 가족, 집단, 지역으로부터 사회에 대한 사회적 참여, 경제적 참여, 정치적 참여에 필요한 자원을 박탈하는 과정이다(Pierson, 2002). 이러한 미디어의 보도는 탈북자들이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예를 들어 사회 보장권, 경제적 복지권, 사회적 참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권리 등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윤진호 외, 2004)로 몰아가며 ‘사회적 배제’에 앞장서는 행태이다.

대한민국 언론이 진정 탈북자들도 주류사회의 자원과 기회 구조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면, 탈북자의 범죄나 일탈 현상을 보도함에 있어 탈북자임을 구별하는 보도 태도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연결되는 낙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탈북자들의 모습이 일반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바에 따라 탈북자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배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탈북자들의 삶의 기회와 삶의 질의 저하는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간의 불평등과 갈등의 심화로 이어져 결국 사회 안정과 통합을 방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남한 사회에서 소수자·약자인 탈북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담론(discourse)화 시킬 수 있는 권력(힘)과 지식, 동조세력들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저항담론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설사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공공의 담론으로 연계시키기도 사실상 어렵다. 탈북자 사회에 대한 전문가도 부족하고, 다양한 이해집단들이나 다른 사회구성원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백선기, 2007). 미약한 시작이나마 유코리아뉴스가 탈북자들을 향한 억울한 시선에 대한 저항 담론의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감당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다짐해본다.

 

김단 기자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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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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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dd 2013-02-08 16:53:54

    하루만에 혐의가 기정사실화 되도록 한 것이 있다면 그 기사를 올려서 이 부분이 왜곡이 라고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서 비평을 하면 설득력이 있을거 같습니다.하지만 위에 글에서 이런 내용이 없습니다.저 또한 왜곡 기사를 본적이 없네요...   삭제

    • dddd님께 2013-02-05 12:03:37

      잘못된 보도, 과장된 보도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다치고, 오해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잘못된 기사를 비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모씨의 기사로 곁불을 맞는 제 주변사람들이 너무 안쓰러워 댓글 한 줄 남기고 갑니다.   삭제

      • dddd님께 2013-02-05 12:00:04

        dddd님 혹 D신문사 기자이신가요? 아님 대변인? "내용을 왜곡해서 보도한것도 아니고 사실보도를 한것인데"라고 하시는데 왜곡내용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만에 혐의가 기정사실화 되도록 한 것은 왜곡보도의 한 형태이지요.
        만일 유씨가 혐의의 단 일부분이라도 인정이 되 법의 심판을 받았다면 당연 사실보도가 되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수사과정이고 지금 현재도 유씨자신은 억울함을 표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못된 보도,   삭제

        • dddd 2013-02-04 10:40:44

          위의 글에서 기사가 자극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탈북자'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라는게 핵심 주장인데요.한마디로 궤변이라 생각합니다.전혀 공감이 안되는군요.아예 그냥 탈북자라는 단어를 기사에 쓰지 말라고 주장하는게 나름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탈북자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말도 안되는 궤변이 되겠지요.   삭제

          • dddd 2013-02-04 02:12:13

            탈북자를 닭에 비유한게 아니라 비슷한 경우를 예로 들어서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설명한것입니다.   삭제

            • 제3국 2013-02-04 01:56:03

              탈북자를 '닭'에 비유하는 사람에게 나온 생각 답습니다.   삭제

              • dddd 2013-02-04 01:48:10

                탈북자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고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지협적이고 집단 이기주의적이라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삭제

                • dddd 2013-02-04 01:46:49

                  조류 독감에 걸린 닭이 있는 A 농장이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닭 농장 전부다 조류독감에 걸려서 닭 관련 산업이 피해를 입을까 닭 농장 사장들과 치킨회사 사장들, 치킨집 사장들이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언론의 역할을 경찰,검찰을 도와주는게 아니라 사실 보도를 하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삭제

                  • dddd 2013-02-04 01:41:06

                    경찰과 검찰이 언론에 도움 받은거 없습니다.언론 없이도 그냥 처리할 수 있습니다.언론의 자유가 있습니다.허위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하지만 사실 그대로를 보도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간첩사건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보도를 하는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지나친 논리의 비약으로 인하여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사람이 쓴 글로 보이네요.   삭제

                    • 제3국 2013-02-04 01:06:49

                      탈북자 입장이 아니면 모르시겠죠. 그 시선이 얼마나 두려운지. 간첩 뉴스 나올 때마다 얼마나 힘든지. 탈북자 전체를 간첩으로 본다는 논리가 아닙니다. 무고한 탈북자 한 사람이라도 간첩 의심을 받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또한 그들이 힘없는 약자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일은 언론의 대대적이고 의도적인 도움 없이도 국가기관에서 나라 녹 먹는 분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삭제

                      1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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