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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외치면서 초상권 보호 소홀한 이유는?미디어 비평⑨ ‘탈북어린이 法’과 ‘탈북어린이 초상권’

 

지난 1월 3일 대한민국 언론은 1월 1일 미국 의회의 ‘탈북 어린이 복지법(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 통과 소식을 일제히 다루었다. 이는 지난해 9월 ‘탈북 고아 입양법(North Korean Refugee Adoption Act of 2012)’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을 일부 수정한 내용의 법안으로, 재외 북한 어린이들의 가족 상봉이나 입양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작년에 통과된 ‘탈북 고아 입양법 2012’에는 본래 중국 등 제3국에 머무는 탈북 고아들의 미국 입양을 지원하는 것이 의무 조항으로 포함되어 있었지만, 일부 내용이 국제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권고사항으로 바뀐 것이다)

‘탈북 어린이 복지법’에 의하면, 미국의 국무장관은 재외 북한 어린이들의 실태와 이익 증진방안,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여, 관련 상임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재외 북한 어린이들의 가족상봉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단, 이러한 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것은 제3국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 아동들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언론이 미처 다 다루고 있지 않은 부분인, 미국의 중국 압박기제로 이 법이 활용될 여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찌 됐든 법안 통과로 인해 혜택을 입는 탈북 아동들이 늘어날 것에 대한 기대감 역시 숨길 수 없다.

대한민국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1월 3일~4일 이틀 동안, 총 7개 일간지에서 10건의 기사를 통해 다루었다. 대부분은 3일에 스트레이트로 관련 법안에 대한 소식을 간추려 내보냈고, 일부 언론들은 4일, 칼럼이나 사설을 통해 이 법안 통과의 의미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한 표제들은 다음과 같다.

   
▲ 탈북 어린이법과 관련한 언론사 표제

대부분 우리 의회에서 9년째 미뤄지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안타까움과 원망의 목소리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 표제들만 보면, 미국의 법안 통과로 인한 탈북 아동의 인권 증진에 대한 반가움 보다는 우리나라 국회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더 커 보인다.

이렇게 끔찍이도 탈북 아동의 인권 문제를 걱정하는 언론은 정작 탈북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는 보도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지난 1월 4일 모일간지에 실린 탈북 고아들의 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내 북한선교단체라고 소개된 E모 선교회의 송목사가 북한 양강도에 살던 탈북 고아 삼남매를 남한으로 데려왔다는 소식이었다. ‘탈북 고아 3명 70여일 만에 지난달 한국 땅에’ 도착했다는 내용인데, 이들의 입국을 도운 E선교회 송목사와 함께 찍은 삼남매의 사진이 커다랗게 기사에 실려 있었다.

 

   
▲ 해당 신문 지면에는 모자이크 없이 배포되었다.


국내 유명 일간지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 삼남매는 알고 있을까. 기사 내용에 의하면 이들은 현재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정원의 조사가 끝나면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남한 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국정원의 조사 기간 동안에는 외부와 전혀 접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이 삼남매는 이 사진의 게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기자에게 넘겨준 송목사와 아무런 보호 조치(모자이크 등) 없이 그대로 사진을 실은 기자는 이들이 고아이기 때문에, 이들이 신변 노출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남겨진 가족이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 기사를 자세히 보면, 두 명은 실제 부모를 잃은 남매이고, 이 중 한 명(A양)은 사실상 ‘고아’라고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2008년 가출한 이후 소식이 닿지 않고 있을 뿐이다. 기사에서도 A양은 “어머니를 다시 만나기를 매일 밤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목사를 통해 탈북했다. 북한 정권이 가장 증오하는 기독교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남한으로 입국한 것이다. 소식이 끊긴 A양의 어머니의 신변은 안전할까. 북한 내에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보위부(북한의 국가정보원)에 들키지 않기 위해 계속 숨어 다녀야 할 것이고, 중국에 있다가 중국 공안(경찰)에 잡혀 강제 북송이라도 당하게 되면, A양의 어머니인 것이 밝혀지자마자 본보기로 크게 처벌받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철천지 원쑤 미제 앞잡이 노릇을 하는 남조선 목사에게 홀려 조국을 배신한 자식’을 기른 어머니에게 북한 보위부가 관대한 처분을 내릴 리 만무하다.

A양의 어머니만 문제인가. 사진에 실린 세 아이 모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E모 선교단체의 후원금 모금용 얼굴로 일간지에 얼굴이 팔렸다. 기사 내에서도 탈북 고아들을 위한 구출 경비로 1인당 500~600만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송목사에게 재정적인 부담이 큰데, 한국 교회의 관심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일간지의 구독자 상당수가 기독교인인 것을 감안하면, 기사를 통한 후원금 모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인권 개선에는 실제 많은 돈이 든다. 특히 부모가 없는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아동들을 돕는 데는 그만큼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재정적인 후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후원금 모금의 의도를 가진 기사 자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기사를 통해 탈북 아동들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고, 좋은 일에 좋은 뜻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된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옳은 일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탈북 아동들과 그 가족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진정 그들의 인권을 위해 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진을 통해 송목사의 얼굴이 드러난 것도 그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북한 국경지역을 비롯한 중국, 제3국을 거쳐 탈북자들의 입국을 돕는 ‘북한선교사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거나 본인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 신분이 탄로 나게 되면, 추방을 당하고 더 이상 사역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북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위반한 채 본인의 얼굴을 일간지에 노출시킨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 이상 북한 사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몰라도, 너무 노골적인 얼굴과 이름의 노출은 사역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진정 탈북 아동의 인권을 위하는 언론이라면, 아동들의 초상권부터 지켜주는 기본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미성년자이고, 아직 남한 사회를 잘 몰라 약자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처지를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이들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대한민국 언론이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일간지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난 탈북 아동들의 얼굴을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김단 기자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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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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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ㅇㅇ 2013-02-03 01:46:52

    한국에 올 의사도 없는데 억지로 달콤한 말로 사기쳐서 한국에 데리고 오는 기획탈북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0% 정도의 탈북자가 정착금과 대출금 받아서 먹튀하여 해외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것과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기획탈북이라 생각합니다.또한 아무런 생각없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탈북자들을 무조건 받아드리는 정부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삭제

    • ㅇㅇㅇ 2013-02-03 01:44:07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주장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네요.. 유명하지 않는 사람의 초상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신문에 내보낸거 같네요.악의적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해당 언론사에 직접 글을 보내고 항의하여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 되겠네요.송목사는 목사라는 탈을 쓰고 돈을 벌기 위하여 한국에 오고 싶지도 않은 꽃제비를 꼬셔서 기획탈북 시키는 사람이 아닐까요?   삭제

      • jane 2013-01-14 10:48:11

        위의 통계를 보면 '탈북어린이 법'에 대한 기사를 다룬 주요언론사에서 한겨레 신문이 빠져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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