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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의 소원이 정말 통일이니?”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의 10년 담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요!”

최근 교과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초·중·고등학생의 절반 이상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꼽고 있다.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52.5%가 돈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은 명예(19.6%), 권력(7.2%), 인기(6.5%) 순이었고, 봉사가 5.7%로 꼴찌였다. 이 와중에 소원이 통일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니, 진흙탕 속에서 보석을 발견한 듯이 기쁘다. 


   
▲ 우리의 소원은 통일(박경희 지음, 홍성사 펴냄)

그래서인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의 이야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올해로 10년을 꽉 채운 이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웃음과 눈물, 역경과 극복을 그려냈으니 대한민국 청소년 2/3 이상이 돈과 명예, 권력을 쫓는 현실에선 보석과도 같은 이야기들이다. 게다가 선생님과 학생들이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꾸리어 함께 사는 위탁형 대안학교다. 공부만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귀중한 추억들이 10년간 쌓여왔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여느 통일사역자들이 말하듯, 통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확신이 든다. 통일비용이 많이 든다더라, 북한 사람들 먹여 살리느라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더라, 하는 허위 사실 유포에 겁을 내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통일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다른 쪽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선생님, 남한에 내려와 힘든 일이 많았지만 예전에 제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 제 고민은 사치에 불과해요. 저는 힘들 때마다 꽃제비 수용소에서 겪은 고문이나 짐승 취급받았던 일들을 떠올려요. 저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기 위해서지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 살아 돌아온 이들이다. 이 친구들, 남한에서 돈이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이 끌어올릴 수 없는 지혜를 쏟아낸다. 스승의 날 선생님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터뜨리고, 홈커밍데이에는 졸업생들이 찾아와 선생님들의 품에 뛰어든다. 이미 남한 학생들에게선 찾기 어려워진 ‘사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데에서 나는 가슴이 뛴다.

그러나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탈북 청소년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거창한 꿈을 접고 차라리 평범해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다른 청소년들처럼 돈을 쫓고, 권력을 탐하고, 인기를 추구했으면 좋겠다. 똑같이 경쟁에만 전념해 그들의 삶도 하루빨리 ‘평범’해졌으면 좋겠다. ‘통일 꿈나무’이니 ‘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우리 어른들의 꿈을 심은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게 너희들의 살길이라고 우리가 먼저 선을 긋고 보는 건 아닌지 말이다. 자기 삶을 마음껏 쏟아내도 부족할 나이에, 여린 어깨에 통일의 꿈을 짊어지게 하다니…. 지금 남한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곱씹는 질문이다.
“통일을 잃은 이 시대에, 너희의 소원이 정말 통일이니?”
책 속 곳곳 “네!”라고 말하는 이들을 발견하곤 안심하는 내가 참 못났다. 민족적 과제를 몇몇 아이에게 맡기고 마음 놓여하는 꼴이라니….


* 본 서평은 (주)홍성사의 회보 <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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