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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적 적폐청산을 위하여평화통일연대 ‘평화 칼럼’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핫이슈 중 하나는 ‘적폐청산’이다. 이는 2017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대선모토로 등장하여 세계의 새로운 정치물결로 확대된 ‘데가지즘(dégagisme)’과 흐름을 같이한다. 데가지즘은 2010년 12월경부터 촉발된 ‘아랍의 봄’에서 유래된다. 튀니지 국민들이 독재자 맨 알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외친 구호인 ‘dégagisme(물러나라)’은 이후 구(舊) 체제나 옛 인물 청산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재등장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의 데가지즘 흐름 속에 ‘최순실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무혈 촛불혁명을 이루어내면서, 새 시대를 꿈꾸며 적폐청산을 향한 역사의 창을 열었다.

그런데 최근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퇴행적 시도’라며 적폐청산을 일축해버리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북-미 대결로 인하여 안보문제가 부각되자 ‘적폐청산은 나중에 처리하자’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과거의 잘못을 덮는 것이 진정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6년 전 아버지께서 구두를 잘못 신어서 발에 물집이 잡혔던 일이 생각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물집이 터지면서 상처가 났는데, 그날 아버지께서는 약속이 있으셔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채 평소와 다름없이 걸어 다니셨다. 집에 와서 보니 작은 상처였던 발에서 진물이 나고 피고름이 났다. 병원에 갔더니 빨리 괴사된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새 살이 절대 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괴사부위가 확대되면서 발등 윗부분까지 잘라내야 한다고 했고, 결국 고름부분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괴사된 발가락을 잘라내는 아픔과 입원에 드는 시간, 병원비 등 많은 비용을 치렀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이 물적·정신적 비용이 발등을 자르고 못 걷게 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신기했던 것은 고름을 도려낸 자리가 너무 깊어 나을 것 같지 않았는데, 하얀 고름을 긁어낸 상처 자리에서 서서히 새살이 올라와 상처부위를 덮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몸처럼 이 사회도 하나의 유기체다. 사회의 작은 문제들을 늘 ‘미래’ ‘안보’ 운운하며 덮어두어왔기 때문에 썩어버렸던 것이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적폐청산에 비용이 들고 아픔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치유의 과정이 없다면 결국 대한민국 곳곳에 괴사부위는 확대될 것이고 새 시대 새 살이 돋아나기를 기대하기는커녕 이 사회는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에 대한 불신, 기업에 대한 불신, 사회에 대한 불신…. ‘공의’라는 단어가 무색한 사회는 개인의 삶까지 무기력하게 만든다.

적폐청산은 국익에 반하는 퇴행적 시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살아남아 새 역사를 쓰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고, 적폐청산의 비용은 공동체인 시민이 함께 책임져야 할 비용이자 이 땅에 공의와 신뢰 그리고 희망을 세우기 위한 투자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데가지즘은 과거 진상규명을 통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비판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 뒤에 공동체적 화해와 신뢰회복 과정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과거회귀적 적폐청산을 넘어 공의로운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적폐청산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한나/ 변호사, 평화통일연대 청년위원, (사)뉴코리아 감사

김한나  heavenly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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