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근원인 몸을 재발견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비트겐슈타인이나 라캉 등 (천재) 현대철학자는 사물들이 그려지는 모습을 의미하는 사태(事態)의 원인이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N개)로 분리되기 어렵다고 보았다.

고로 삶이 "모호한" 것이라고, 그래서 말할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객관주의나 경험중심의 과학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저항한다. 물론 그들은 우리를 둘러싼 그 안개를 걷어내고자 일생을 바친 자들이다.

여기에 또 한명을 추가한다. 바로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이다. 그는 인간의 문제를 신체의 중심에 두고 자신의 사유를 펼쳐나간 '몸의 철학자'다.

메를로퐁티의 주저인 <지각(知覺)의 현상학(現象學)(1945)>은 후설의 <논리연구(1901)>,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1927)>과 함께 현대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기적인 작품이다.

 

▲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 프랑스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현대 철학의 양대 산맥으로, 현상학과 실존주의 연구에 몰두하였고 <행동의 구조>, <지각의 현상학>, <의미와 무의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의 저서를 남겼다.(위키백과 참조)
▲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 프랑스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현대 철학의 양대 산맥으로, 현상학과 실존주의 연구에 몰두하였고 <행동의 구조>, <지각의 현상학>, <의미와 무의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의 저서를 남겼다.(위키백과 참조)

 

 

◇ 사태는 의식에 나타난다

 

사태와 의식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우리는 '현상'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을 의식 안으로 돌려 본질을 직관하려면 자연적 태도가 아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세계 내에서 대상을 찾아내고 타인과 자신을 인식하는 인간에 대한 존재방식이 지각 내에 압축되어 들어있다고 보았다. 그에게 철학이란, 과학이 해명하지 못하는 지각적 의식의 원초적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재발견시키는 것이다.

고로 심리학의 경험주의와 주지주의에 대한 모든 개념을 비판하여 본래 세계(현상의 場)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컨대 사태를 인식 안으로 받아들이는 기제가 바로 지각이다. 메를로퐁티는 인간과 세계 사이에 몸이 있기에 정신(의식) 보다 몸이 앞선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처럼 메를로퐁티를 이해하려면 현상학에 대한 선이해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지각은 곧 의식으로 연결되는데, 후설의 관념론적 현상학을 몸의 현상학으로 뒤집어놓은 사람이 바로 메를로퐁티이기 때문이다.

 

◇ 현상학(現象學)의 재조명  

 

위기의 철학이 과학에 밀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제 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초지일관 철학자의 길을 갔던 후설(1859년생). 그는 철학의 구원투수였다.

"사태 자체로!"라는 구호 아래 후설은 지향적 대상, 지향적 존재, 지향적 내재존재 등의 개념과 관련해 브렌타노가 토마스 아퀴나스 등 전통철학자들과 공유하는 근본신념인 표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신의 지향성 개념을 확립한다 : '의식(Consciousness)은 대상을 지향한다.'

먼저 의식은 심리와 초월을 모두 포함하는 지향점을 가진다. 예컨대 눈 앞에 있는 빙수도 내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배경에 불과하고 의미가 없다.

내가 목이 말라서 빙수를 지향하는 순간, 그것은 시원한 음료라는 본질로서 내게 다가온다. 이때 의식이 대상을 지향하면 그것에 우리는 의미를 해석하고 재 인식을 한다. 이것을 후설은 노에마(빙수)를 노에시스(인식)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상학의 명제에서 대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삼라만상을 모두 포함한다. 고로 현상학은 보편적 학문이다. 예컨대 우리의 의식은 내 앞의 빙수도, 저 멀리 우주 공간의 별이나 가상세계의 봉황과도 함께 한다.

이처럼 후설은 지향성에 의거, 의식과 대상을 "분리하지 않기에"(物我一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을 거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특히 과학은 인간(주관성)을 배제하고 대상만 연구한다(객관주의)는 점에서 후설은 인간(주관적 의식)과 대상이 함께하면서 곧바로 지식으로 이어지기에 철학이 얼마나 위대한 학문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즉 후설은 철학을, (언제나 반박될 수 있는) 과학보다 엄밀한 학문으로서 자리잡게 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후설은 反환원주의를 채택하여 그의 구호처럼, 세계를 볼 때 인위적 색안경인 개념이나 정의를 거부하고 자연적 태도를 버리며 "현상학적 환원"(예: 일시적 판단중지 즉 '에포케')이라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한다. 이는 순수한 직관을 통해 획득하는 순수의식을 바탕으로 한 현전의 본질('나타남'의 로고스, 즉 현상)을 역설한 것이다.

 

▲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메를로퐁티의 대표작 <지각의 현상학> 표지. 현대 철학의 고전 중의 하나로 지칭되는 책이다. 근대 철학의 고전인 헤겔의 <정신 현상학>이 정신의 자기 운동과 그 구조를 분석한 것이라면, <지각의 현상학>은 신체의 자기 체험과 그 구조를 기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식 일변도의 서양 철학의 눈길과 발길을 신체로 되돌려놓는 신기원을 이룩한 역작이다. (온라인서점 yes24 참조)
▲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메를로퐁티의 대표작 <지각의 현상학> 표지. 현대 철학의 고전 중의 하나로 지칭되는 책이다. 근대 철학의 고전인 헤겔의 <정신 현상학>이 정신의 자기 운동과 그 구조를 분석한 것이라면, <지각의 현상학>은 신체의 자기 체험과 그 구조를 기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식 일변도의 서양 철학의 눈길과 발길을 신체로 되돌려놓는 신기원을 이룩한 역작이다. (온라인서점 yes24 참조)

 

또한 책상이 뒤집혀 있어도 우리는 다시 그것을 뒤집어 그것을 책상으로 인식하기에, 주어진 형상으로부터 그 형상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형상적 환원"이라고 차별화한다.

즉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은 경험의 직접성을 강조하며 경험을 존재나 인과적 영향에 대한 모든 가정에서 떼어내어 그 실제적인 내재적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구조가 경험의 본질을 이루기 때문이다.

오로지 의식으로, 즉 인간이 만든 이데아 등의 거창한 개념이나 보통 사람들의 상식, 혹은 기세등등한 과학에 의지하지 않은 채, 사태라는 심리적 체험을 있는 그대로만 보면 나타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엄밀하게 기술(Description)하는 것이 현상학(現象學)이다. 이제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은 자아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한편 후기의 현상학은 "두 얼굴"을 가지는바,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이 그들이다. 전자를 구성적 현상학의 초기 단계로, 후자를 그 완성태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자가 초시간적인 타당성 정초관계를 해명함을, 후자가 시간적인 정초관계를 해명함을 목표로 함으로써 양자가 명확하게 구별되기 때문이다.

고로 후설은, "실증성 속에 있는 단지 겉모습의 보편적 존재론에 대립해서 철저하게 수행된 현상학이야말로 참된 보편적 존재론"이라고 마무리한다.

칸트의 경우, 전통적인 불가(佛家)의 돈오점수(頓悟漸修)처럼, 감각 → 오성 → 이성의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판단한다고 보았으나, 후설은 감각(직관)에서 곧바로 판단(순수의식)한다는 래디컬한 방식('에포케')을 주장했다. 이는 선불교 수행의 핵심으로 단박에 득도하는 방식인 돈오돈수(頓悟頓修)와 일맥상통한다.

한편 후설의 현상학이 주관적이며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자 객관성을 보충하면서 의식세계를 넘어서고자 제자인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론(실존철학)으로 수정한다. 그럼에도 그는 철학이 경험적 학문이 아니라 경험의 구조에 대한 매우 자명한 통찰이라는 현상학 원리를 끝까지 지켰다.

흥미롭게도, 후설과 동시대인인 프로이트(1856년생)에 의해 무의식이 발견되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보여주듯이,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사유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게 되었다.

오늘날 데카르트의 명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서양의 오랜 전통을 따라, 신체를 무시하고 정신으로만 사유한 결과라고 단호하게 비판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메를로퐁티는, 후설의 영향을 받아 의식하는 몸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지각(知覺)의 현상학(現象學)'을 역설하고 있다.

태어난 이상, 배경으로 남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각의 근원인 몸을 재발견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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