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욕망의 주체로서 제로(無)의 여백을 만드는 당신이 유빕이다.

인간은 쾌락을 탐사하는 존재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면서 로봇처럼 타자에 의하여 지배, 조종되는 삶을 즐기는 수동적 쾌락자가 있는가 하면, 어찌하든지 주어진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며 그 과정을 즐기는 적극적 쾌락자(탈주자)가 있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연구를 바탕으로 무의식을 파헤쳐 마침내 그 구조가 상징계라는 언어 망임을 밝히고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그물망에서 벗어나고자 순수 예술적 욕망을 꿈꾼 철학자였다.

 

 
 

 

◇ 무의식과 소외된 주체

 

정신분석학의 대전제는 무의식이며 진리를 다룬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은 무의식이라는 대상을 학문적으로 다루지 않기에 정신분석학과 차별화된다. 고로 정신분석학은 실증과학 보다는 외려 예술친화적이며 철학이나 종교와 경쟁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예컨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소위,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이 건강한 주체인 반면,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는 모두 소외된 주체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언어란 신체에 이질적인지라 이식되면서 여러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다. 고로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대부분의 인간을 신경증 환자로 본다.

문제는, 인간이 언어체계가 내장되어야 비로소 작동하는 몸을 전제로 한 상징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것이다. 즉 엄마의 품을 떠나 말을 배우며 상징계로 진입하는 순간, 로봇처럼 타율적으로 길들여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실 무의식은 실체가 없다. 고로 어렵고 믿기 힘들다. 요컨대 우리의 신체가 하드웨어라면 무의식은 소프트웨어로서, 막강한 기능을 발휘하는 기표연쇄(은유와 환유)의 시스템(OS)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무의식이란 '가부장적인 언어의 강제에 의해 억압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것이다'(프로이트). 왜 가부장적인가. 인류사는 태고 이래로 힘센 아버지의 권력으로 지배되어 왔기에 그렇게 본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한편 라캉은,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유명한 명제로써 상징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불쌍하게도, 모두 언어의 피지배자로서 빗금친 주체($. S는 Subject)요 소외된 주체임을 밝히고 있다.

예컨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를 라캉 자신의 주저《에크리》의 앞부분에 소개하면서 무의식(여기서는 편지임)이 기표연쇄이기에 등장인물 모두가 기표 운동에 따라, 즉 "주체들이 주체성을 잃은 채," 우왕좌왕 움직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해준다.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미국의 작가·시인·편집자·문학평론가. 미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이자 낭만주의 문학계의 거두로 미스터리 및 마카브레 작품들로 유명하다. 추리소설 장르를 최초로 만들어낸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소설 장르 형성에도 이바지했다는 평이다.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는 미국의 작가·시인·편집자·문학평론가. 미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이자 낭만주의 문학계의 거두로 미스터리 및 마카브레 작품들로 유명하다. 추리소설 장르를 최초로 만들어낸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소설 장르 형성에도 이바지했다는 평이다.

 

◇ 도둑맞은 편지

 

프랑스 왕궁에 사는 왕비가 자기에게 온 중요한 편지를 읽으려다 왕과 눈이 마주치게 되자 탁자에 편지를 아무 일 아닌 듯이 내려놓았다. 왕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으나 함께 온 D장관은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편지를 왕이 귀빈들을 맞이하고 있을 때 왕비의 시선이 지켜보는 앞에서 바꿔치기 한다.

왕비는 G총감을 불러 D장관이 바꿔치기해 가지고 간 자기의 편지를 찾아 달라고 비밀리에 부탁을 한다. G총감이 D장관이 없을 때 집, 마당, 옆집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하자 강도를 가장해 D장관의 몸까지 수색했지만 찾지 못해 결국 뒤팽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면서 왕비의 사생활과 관련된 편지를 비밀리에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한다.

뒤팽은 D장관 집에 색안경을 끼고 방문해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 모르게 방안을 살펴보다가 사람 눈에 잘 띄는 편지통에 G총감이 알려준 편지와 전혀 다른 <D장관에게>라고 적힌 더럽게 구겨지고 찢겨진 봉인된 큰 편지를 발견하자 찾고자 했던 편지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다음날 뒤팽은 D장관 집에 다시 방문해 대화를 이어 나가다가 사전에 계획한 권총 소란이 집 근처에서 일어나자 D장관은 벌떡 일어나 창가로 향했고, 한눈 판 사이를 이용해 뒤팽이 사전에 준비한 편지와 편지통에 있는 진짜 편지를 바꿔치기해 가지고 나와 G총감에게 보상금을 받고 건네주자 G총감은 왕비에게 전해 주면서 사건이 일단락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도 돈이라는 으뜸 기표(은유)에 종속된 채, 환유의 속성(붙잡으려하면 도망감)을 따라 끝도 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진리도 아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요즘, 건강한 삶이란 사회약료의 처방대로 격리(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의 일상적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한편, 상징계의 지배를 받는 로봇의 삶을 넘어서는 일도 음미해야 한다.

철학은 우리를 부단히 흔들고 움직이게 만든다(헤겔의 動欲爭).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내어 자신 또는 의미의 공백이나 상징계의 균열과 마주하려는 태도가 쾌락을 위하여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승화의 전략으로, 외부 환경을 극복하면서 내면적으로는 타자에 의해 규정된 나로부터 자유로운 나로 변신하기 위하여 또 다른 해체를 시도하라.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