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캐릭터대로 가라. Move on! 일이관지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부초같은 인생에서 위풍당당한 삶을 사는 비결은 나름대로 원칙을 정하고 소신껏 사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앞에서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길을 택했던 사육신을 들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들뢰즈에게 있어서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차이와 욕망임을 살펴 보았다. 이로부터 두 가지 명제가 도출된다 : 첫째, 존재는 시동(時動)하므로 즉각적으로 다르다. 둘째, 욕망은 무한작동 기계다.

차이와 반복론과 욕망기계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명제들은 모든 사물과 생명체를 망라하기에 들뢰즈 철학의 총론 혹은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뿌리가 튼실하면 줄기와 가지도 왕성하게 뻗고 꽃과 열매도 풍성하게 맺히는 법이다.

 

▲ 바뤼흐 스피노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포르투갈계 유대인 혈통의 철학자. 그가 쓴 저작의 과학적 태도와 포괄성, 철학사적 중요성은 스피노자 사후 오랜 세월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오늘날에는 18세기 계몽주의와 근대 성서 비판의 토대를 놓은 유럽 17세기 철학의 합리주의자 세 거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헤겔은 모든 근대 철학자에 대해 "그대는 스피노자주의자거나 아예 철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키백과 참조>
▲ 바뤼흐 스피노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포르투갈계 유대인 혈통의 철학자. 그가 쓴 저작의 과학적 태도와 포괄성, 철학사적 중요성은 스피노자 사후 오랜 세월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오늘날에는 18세기 계몽주의와 근대 성서 비판의 토대를 놓은 유럽 17세기 철학의 합리주의자 세 거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헤겔은 모든 근대 철학자에 대해 "그대는 스피노자주의자거나 아예 철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키백과 참조>

 

◇ 잠재성론 I : 현대 형이상학의 플랫폼(생성과 변이)

 

탈근대, 탈중심주의를 부르짖은 들뢰즈는 자연히 데카르트와 칸트 이전의 철학에서 사유의 실마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그 결과, 스토아철학에 의존하여 '사물의 표면효과, 즉 움직임(動)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일원론적 통찰을 얻었다(플라톤의 이데아는 움직이지 않기에 거부하고 자연에 집중한다).

먼저 차이와 반복은 존재의 영원한 이중운동임을 역설한다. 이는 마치 수축과 팽창처럼 잠재태(the virtual)에서 현실태(the actual)로, 현실태에서 잠재태로의 순환(반복)이기에 니체의 영원회귀(불교의 윤회와는 달리, 차이의 반복에 의한 직선적 恒進性과 존재의 일의성 즉 위계없음을 뜻함)와 연결된다. 그리고 존재의 운동과정에서 나타나는 임계점이나 변곡점들은 특이점이 된다.

철학이 언어유희임을 감안할 때, 들뢰즈는 사물이 사건으로서 의미를 갖는 과정을 <의미의 논리(1969)>에서 명쾌하게 풀었다. 순수 사건은 우연성을 포함하지 않으며 아직 방향도, 의미도 없는 잠재태로서 현실화되지 않은 사건이다. 순수 사건이 현실화되면 그 사건은 명제로 표현된다. 이때 순수 사건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명제 안에 존속하게 된다.

요컨대 잠재적 세계에서 발생하는 특이점은 우발점을 만나야 사건이 되는 것이다. 관념철학이나 현상학에서는 의식의 '지양'(부정과 보존의 시너지를 뜻함)과 '지향성'(의미를 주관 속에서 생성함)이 중요하나 이들을 극복하려는 들뢰즈에게는 사물의 우연히 마주침('접속')이 훨씬 중요하다. 즉 그의 생성(사건)은 점과 점이 만나 선(線)을 이루는 것이다.

이때 들뢰즈의 계열 개념이 핵심적으로 작동한다. 사건이 계열화됨으로써 의미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물로서의 공을 발로 차면 축구공이고 던지면 농구공이며 스파이크를 하면 배구공이 된다. 나와 공의 접속이라는 사건화는 물리적 변화 그 자체로서는 무의미하지만, 문화 세계 내에서 계열화됨으로써 의미로 分化되고, 구조주의와는 달리, 미세한 차이로 쉽게 변할 수 있다. 즉 사건은 자연과 문화의 경계면에서 발생하고 변이된다.

고로 잠재적 세계는 어디서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미분비(dy/dx)와 특이점으로 구성되며 그 분화의 범주(계열)에 따라 사물과 유기체, 그리고 사회체계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상식과 이성 등이 질서유지를 위해 계열을 통념의 벽으로 사용함으로써 변화가 사실 용이하지 않다. 이때 방향을 정하는 것이 욕망이며 이전과는 다른 계열화의 선을 창조하자는 것이 의미의 논리요, 사건의 철학이다.

이것으로 그의 非인간주의(비이성 비주체 비의식 등)ㆍ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잠재성의 사유체계를 엿볼 수 있다. 즉 들뢰즈는 사건과 의미를 동시에 사유하면서 사건이 의미이고 의미가 곧 사건임을 보여줌으로써 베르그송적인 지속의 철학, 자연철학과 구조주의적인 합리주의 철학, 문화철학을 한 차원 높게 지양(止揚)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재의 원천, 인식의 근거 모두가 하나의 힘, 에너지-물질, 氣로서의 차이 자체, 잠재적 역량이고 이것이 스피노자와 니체를 관통하는 욕망과 연결되면서 "움직이기에" 우리 의식의 표면에서 마침내 생성과 창조라는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이다.

 

◇ 잠재성론 II : 기관 없는 신체(욕망의 카오스)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는 유대교단으로부터 파문을 당했음에도 자기 철학을 위하여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철학교수 자리를 제안 받지만, 자유로운 철학 연구를 위해 거절한다. 이후 안경 렌즈 닦는 일을 하면서 소신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 세계를 구축했다 :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 이전의 철학자들은 신체는 정신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정신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신체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모든 생명체가 자기보존을 위해 갖고 있는 원초적인 힘이자 욕망을 뜻하므로 이 욕망은 곧 생산을 의미함)를 통하여 신체가 정신뿐만 아니라 무의식과 충동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스피노자의 영향으로 들뢰즈는 근대적인 정신과 육체의 분리, 즉 정신 우위를 극복하고, 정신체 영혼체 그리고 육체가 하나로 통합된 新개념으로 '몸체'를 주장한다. 이로써 그는 육체와 정신을 구별없이 중요시하고 존재론과 인식론마저도 통합한다.

즉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기관 없는 신체란 본성적으로 유기체화 되기를 거부하는 신체인 '몸체'를 의미한다. 유기체는 이 신체에 포섭과 배제의 어떤 특정한 질서를 부과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므로, 기관 없는 신체란 고정된 질서로부터 벗어나서 무한한 변이와 생성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는 부분대상이자, 본질적으로 네거티브하고 어두운 리비도(프로이트)를 거부하는, 욕망기계(긍정의 능동 에너지)다.

예컨대 입은 식도와 연결되어 먹는 곳이 되기도 하고 기도와 연결되어 호흡하는 곳이자 말과 노래하는 곳이기도 하고 성적인 유희를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즉 단순한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인간 및 자연의 모든 요소가 지닌 파편들이 조립되는 하나의 장소요 욕망이 흐르는 기계라는 의미이다. 고로 기관 없는 신체에는 입기계, 코기계, 항문기계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들뢰즈는 헤겔의 유기체(통일체)로서의 생명개념 대신, 유기체의 구성에 의해 점령되지 않는, 카오스적인 잠재태로서 기관 없는 신체를 제시함으로써 스피노자 식의 양태적 개체성을 나타내고자 한 것으로, 이는 탈주체적이며 무의식적인 생성과 창조의 에너지를 강조하는 새로운 개체성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들뢰즈는 잠재성으로 일관하는 사유체계를 뿌리에 이은 줄기로 세움으로써 근간이 건강함을 보여주는 한편, '일이관지'의 고사성어를 소환시킨다 :

 

어느 날 공자가 자공에게 말했다.
“사(賜)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알고 있는 사람으로 아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그게 아닙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원칙으로써 세상의 이치를 꿰뚫었느니라.”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캐릭터대로 가라. Move on! 일이관지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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