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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문제점과 발전방향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 제80호

창업이 왜 중요한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전 세계 산업구조뿐만 아닌 전(全) 분야에 걸쳐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초연결’, ‘초지능’ 사회라고 부른다. 필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클라우드, 블록체인, 로봇, SNS 등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되면서 파생된 새로운 혁신적인 산업과 서비스가 진정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번쯤 우리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이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우려되는 바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이 시대에는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기술들이 융합하면서 발전해 나아가야 하나, 우리나라의 주를 이루는 대기업의 문화로 비추어 보았을 때 이 혁명의 시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던 대기업들이 이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국가 발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쳐지거나 도태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필자가 대기업이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탑다운(top down, 상의하달)식의 대기업 조직문화 때문이다. 가장 주된 동기부여방식이 당근과 채찍이었다. 잘하면 당근인 보너스와 승진을 주는 반면, 못하면 바로 아웃시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전략으로 고도 성장을 해왔다. 모방 경제(Fast Follower)일 때는 당근과 채찍이 통하였으나, 혁신 경제(First Mover)에서 당근과 채찍은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모방 경제에서는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없이 남의 것을 열심히 모방하여 추격하면 되었다. 더 빨리 베끼는 자에게 당근을 주었고, 늦은 자에게는 채찍을 주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혁신 경제, 선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방 능력이 아닌 상상력과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유(Freedom)와 자율(Autonomy)을 주는 자율경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문화에서는 이러한 혁신 경제, 자율 경제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유일한 돌파구는 더 많은 창업가들의 등장이다.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들이 등장하고, 이들에 의해 혁신적인 기업이 만들어질 때야 비로소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되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창업, 특히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기술창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창업지원제도 및 정부의 역할

혁신 경제, 선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 세계 각국은 창업에 엄청난 재정적 투입을 감행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초기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창업 및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그 동안 정부는 각종 창업 지원제도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그 중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도 상당수 존재한다. 한 예로 엔젤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신청이 가능한 세제혜택 정책이 있다. 이는 엔젤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마련된 제도이나 실제로 엔젤투자를 받은 업체 중 20% 정도만 해당된다. 이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회사만 소득공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엔젤투자자가 벤처 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에게 투자를 하는 경우 이들은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초기 기업은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엔젤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효성이 없다.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선책으로는 엔젤투자 소득공제 신청 가능 대상을 확대하고, 소득공제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실제로 실행되고 있지 않은 불필요한 요건을 없애고 정책 수요자의 접근성과 이해도를 향상시켜 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엔젤투자자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만 엔젤투자자를 확대시키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벤처투자 시장이 30년간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성숙된 만큼 벤처투자 등록요건 등 관련 규정을 완화하고 해외 선진국과 같이 시장에서 참여자들간의 합의에 따라 법인 설립, 펀드규모, 운영방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2017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스타트업 청년 창업에 대한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 ⓒ2017 GSC

미성숙한 엔젤투자의 자금회수(EXIT) 시장

국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시장 진입은 쉽지만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출구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맥켄지가 2015년 지적한 바 있다. 2년 전 지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지적인 듯하다. 투자는 과거에 비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M&A, IPO 등 회수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창업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정책은 회수시장의 활성화이다.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이 넓고 다양해야 한다. 회수시장의 부재는 엔젤투자 확대의 저해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필히 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벤처 생태계의 회수시장을 완화·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벤처캐피탈 투자 전, 엔젤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중간 회수 시장, 즉 구주를 매입해주는 펀드 또는 M&A 펀드 등이 보강되어 엔젤투자자의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 사례가 증가되어야만 창업 → 성장 → 회수 → 재투자의 ‘벤처투자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며, 엔젤·벤처투자 회수시장도 자연스레 확대될 것이다.

포지티브 방식의 법 체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신기술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 포럼인 테크앤로의 조사에 따르면 100대 스타트업 중에서 13곳은 그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금지되어 있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으며, 44곳도 조건부로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글로벌 혁신 모델 사업의 절반 이상,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 70%에 이르는 혁신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꽃피울 수 없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융복합과 혁신을 어렵게 하는 장벽인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도 핀테크 분야에서는 창업가들이 정부의 규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의 법 체계와 규제는 시대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 등장한 기술의 사업화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의 규제 시스템은 사전 규제(포지티브 규제) 중심의 열거주의 법 체계이다. 이는 혁신을 제한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꼽혀왔다.

네거티브 규제방식은 특정 금지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주로 이와 같은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취하고 있다. ‘초융합’, ‘초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네거티브 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융합이 등장하더라도 일단은 허용해주고 추후 부작용을 초래했을 시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것이며, 네거티브 시스템 체계를 가진 다른 국가는 이 새로운 기술들을 시행에 옮기는 동안 우리는 규제라는 장벽에 부딪혀 그만큼 뒤떨어질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맞춰 우리가 도태되지 않고 더 큰 변화에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법과 규제 체계를 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창업교육의 부재

미국은 끊임없이 탄생하는 새로운 혁신기업, 벤처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이러한 역동적인 시스템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 교육에 있다. 미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및 창업 교육을 받고 자란다. 이 때문에 ‘내가 왜 남의 밑에서 일을 해야 합니까?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없는 가치를 만들어내서 부와 명예를 다 취할 수 있는데.’ 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해 있다.

반면, 대한민국 창업 환경의 개선과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마땅하지만 현 상황은 그와 반대에 가깝다. 오히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은 창업을 기피하고 안전한 길을 걷길 희망한다. 공무원,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인 것이 그 예이다. 도전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길을 선호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매년 750만 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그 중 350만 명이 창업전선에 뛰어들 만큼 중국은 변모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대, 칭화대 앞에는 창업 카페가 즐비하나, 서울대 앞은 고시촌이 즐비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창업교육을 받아볼 기회가 매우 적다. 청년들의 꿈 중에 창업이 빠져 있고 창업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뒤늦게 창업을 하더라도 교육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추기 위해 혁신교육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사회안전망의 부재

우리 젊은이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부실한 사회의 안전망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사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창업이라는 것은 절벽 위를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과 비견할 정도로 위험한 도전이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외줄을 타고 절벽을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떨어져도 받쳐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 젊은이들은 창업에 한 번 실패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되기 때문에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창업에 도전해서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창업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창업에 성공하기까지 평균 3번 정도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아직 창업에 도전해서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의 싹을 틔울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혁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도 함께 보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우리의 경제 성장 돌파구는 새로운 신성장 동력, 즉 혁신, 기술벤처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훌륭하고 우수한 인재가 창업에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하고, 그 인재들이 창업을 통해 혁신의 씨앗을 만들어낼 때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새 정부가 현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혁신 경제의 성공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5년 후 퇴임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최고 인재들이 고시나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고영하(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고영하는 현재 고벤처포럼, 고벤처 엔젤 클럽, 한국엔젤투자협회의 회장이자 2013년부터는 IGM 창업기업가 사관학교의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또한, 주식회사 동막 이사(1977-1981), 주식회사 대양코리아 대표이사(1983-1990), T-Com 회장(1998-2002), 셀런tv 회장(2002-2004), 하나로미디어 회장(2004-2008) 및 SK브로드밴드미디어 회장(2008-2009)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세상을 고친 의사들」(200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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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하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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