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화장품산업 정부 정책에서 소외, 극복 방안 마련 필요할 때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대선주요후보 보건의료정책분야 공약 비교서’를 발표하고, 16개 시도의사회와 의협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번 공약비교서는 대선에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어떤 후보가 어떠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의협이 전문가단체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비교·고찰하여, 의사회원들과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이를 참고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됐다.

이 이야기를 접한 순간, 전문기자라는 신분으로 간접적으로 나마 화장품 업계에 종사해 온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60년 국내 시장에 화장품이란 카테고리가 태동한 이후 국내 화장품은 늘 정부의 정책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 화장품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과 협회도 생겼지만 단 한번도 공약비교서 같은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장품산업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미래성장산업, 고부가가치산업이란 이름으로 정부의 지원이 약속되었지만 그동안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학과 제약분야에 밀려 소외되어 왔다.

R&D에 대한 지원이 소폭 상승했지만 대선 후보 누구도 화장품 관련 공약을 내놓은 곳이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협회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선은 늘 소외된 계층, 소외된 업계 등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되곤 했다. 정부의 정책을 이끌어 내고 향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적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소상공인협회들이 대선 주자들에게 당당하게 향후 정책에 대해 요구한 부분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까운 미용 분야도 마찬가지다. 관련 협회들은 대선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에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 가운데 화장품 업계 출신이 단 한명도 국회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한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화장품 업계 입장에서 화장품과 관련된 정부의 규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이지만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에 입장에서는 규제가 많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2년 국내 화장품시장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발효된 미국, EU와의 FTA는 사실상 국내 화장품시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관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을 올린 수입화장품만 이익을 보게 되었다.

또한 경기침체와 정부의 규제 강화, 중국 정부의 무역장벽 강화 등으로 중소기업들은 더욱 힘들어졌으며 최근에는 R&D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은 대기업 몇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시장상황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이슈가 된 진동파운데이션은 다양한 미투 제품이 출시되어 시장 전체가 죽는 상황을 만들었다.

연구개발을 통해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다른 기업들이 시장을 만들면 빠르게 진입하는 시장 만족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들을 수입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제품력보다는 마케팅력에서 성패가 좌우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종국에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나아가 보다 완성도 높은 화장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막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결국, 기초과학이 흔들이고 화장품 연구개발이 줄어들면 남는 것은 국내 시장을 그대로 해외 브랜드들에게 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기술 평준화로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문제다.

짧은 역사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여전히 유럽과 일본, 미국 선두 브랜드들과 경쟁에서 경쟁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시장은 커졌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어디에서도 단 하나의 브랜드도 1위를 차지한 역사가 없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정부의 R&D 지원 확대는 국내 화장품산업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과 관련 협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자명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국내 화장품산업이 지난 반세기를 뒤로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R&D 투자가 절실하지만 여전히 영세기업들이 많은 화장품 업계에서 기업 스스로의 R&D 투자를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EU는 GMP 수준의 생산설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ISO-GMP, 또는 CGMP 법제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법제화를 위한 식약청의 고시가 나왔지만 설비 구축의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기업 663개 가운데 연간 생산실적이 10억원 미만인 기업이 501개나 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501개사의 총생산실적이 826억원으로 전체 생산량의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GMP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500여개 회사들이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좁은 우리나라에 비해 제조사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우리나라의 화장품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몇배에 달하는 캐나다와 인도 등을 제치고 세계 12위에 랭크되어 있다. 땅은 작을지 모르지만 시장 규모는 절대 작지 않다는 소리다.

선두기업들에게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작고, 중소기업들에게는 이미 입지가 굳어진 국내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적다. 이제 우리 화장품산업은 세계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R&D를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업계의 노력과 소외된 산업을 중심산업으로 이끄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도 화장품산업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그리고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는 화장품산업이 다른 산업에 일부로 인식되기 보다는 당당하게 하나의 중심 산업으로, 미래신성장동력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길 소망해 본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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