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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슬픈 ‘포옹’

“너무 세게 안아 죄송해요.”

5‧18 유가족 김소형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인간에겐 말로서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 그녀의 포옹은 복받치는 설움을 참아낼 수 없었기에 나타난 것이었다. 사무친 슬픔이 아름다운 포옹으로. 나에겐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포옹이다.

5.18 유가족 김소형씨를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김소형씨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아버지 없이 살았던 지난 37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애통해서,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꼭 한 번만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자신 앞에 갑자기 나타난 대통령을 의식 없이 끌어안아 버렸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한 것은 아빠 품에 안기듯 세차게 끌어안았던 자신이 뒤늦게 생각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애처로운 마음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아빠가 안아준 것처럼 어깨가 넓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서 “어깨에 기대 목 녹아 울고 싶었다”고. 그녀의 말속에서 내면의 깊은 상처가 드러난다. 그 상처가 나를 아프게 한다.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난다.

나의 아버지도 참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나는 1남 3녀 중 둘째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언니와 막내인 아들을 끔찍이 여겼다. 셋째 여동생은 몸이 허약하다고 아꼈다. 그런 나를 아버지는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다. 자주 아프셨던 아버지가 혹시나 일찍 돌아가실까 늘 불안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여름날. 수업 중에 비가 내린다. 교실 청소가 끝나도록 비는 멎질 않았다. 빗발이 창문을 더 요란스레 두드린다. 친구들은 엄마나 할머니가 왔다며 신나하며 하나 둘 다 가버렸다. 비가 멎기를 기다렸다. 교실 안에 선생님과 둘만 남게 되었다. 선생님이 말문을 열었다.

“안가니?”

“비 멎으면 가려고요.” 선생님이 더 말을 시킬까봐 “어, 좀 멎었네?” 하곤 후다닥 가방을 둘러메고 교실을 나왔다. “달리자!” 이럴 땐 운동장이 더 넓어진다. 신발이며 하얀 스타킹이 다 젖도록 열심히 달렸다. 교문 앞을 지나려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우산을 받쳐 들고 교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아버지 허리춤을 와락 안으며 “아빠! 아프다며! 찬바람 맞으면 안 된다면서 왜 왔어?” 하지만 기뻤다. 아빠는 운동장을 뛰어 오느라 흠뻑 젖은 나를 점퍼로 감싸며 꼭 안아주었다. 아버지 반대쪽 어깨가 흠뻑 젖었다. 아버지 품속은 이불처럼 따스했다.

김소형씨에겐 대통령의 품속이 아버지의 품속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살았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목이 메고 그리웠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빠도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울면서 살아온 세월. 그녀가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불러보는 것 외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를 목 놓아 불렀던 순간, 눈물을 훔치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대통령이 보인다.

그의 포옹도 인간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을 때 나타난 행동이다. 인간 본연의 포옹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아름답다. 그녀의 아픔이 바로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에 내 마음이 아파진다. 슬프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포옹이 내 가슴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녀가 “대통령의 품이 너무 뜨거웠다”고 말했기에 더 눈물이 난다. 눈물은 카타르시스다. 명치에 꾹 틀어박혔던 돌멩이가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 지난 십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며 참으로 오랜만에,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대통령으로부터 얻는 기분이다. 참 소중하다.

정경화 남북물류포럼 사무국장

정경화 / 남북물류포럼 사무국장

* 이 칼럼 남북물류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 (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정경화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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