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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 이제는 ‘넛지효과’로 유인하라일방적인 가르침 아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접근 필요

 
1970년대 후반은 '로보트 태권V'로 대표되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똘이장군’과 ‘해돌이’와 같은 반공(反共) 만화영화도 등장하게 된다. 특히 ‘똘이장군’은 최초의 반공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들의 반공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제작 되었다. ‘똘이장군’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가면(假免)을 쓰고 나오는 북한군의 괴수(魁首)가 ‘꼬마 돼지’로 설정된 코믹한 장면도 등장한다. 다시 말해 김일성을 욕심 많고 포악한 새끼 돼지에 비유한 셈이다.

   
▲ 한 어린이가 그린 반공 포스터
제대로 된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없었던 시절 어린이들은 똘이장군 노래를 부르며 만화속 상황을 설정하여 놀이를 하는 등 눈높이에 맞는 반공의식을 체화 시켜 나갔다. ‘똘이장군’에서 볼 수 있듯이 기성세대가 북한에 대해 받은 교육은 통일교육이 아니라 반공(反共)교육이다.

반공교육은 공산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교육을 말한다. 취약한 경제력,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 그리고 남북한 간의 치열한 체제경쟁을 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반공교육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1980년대 중반이후 남북대결에 대한 자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무조건 북한을 반대하던 반공교육은 대화하면서 대결하는 상대로 북한을 인식하는 통일·안보교육으로 바뀌게 된다. 1990년대 이후에는 남북관계와 통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됨에 따라 남북한 간의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는 진취적인 통일교육으로 전환하게 되다.

통일교육은 과거에 비해 적대감이 많이 순화되고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교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 전달이 주를 이루고 있고 미래세대가 통일의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그리고 집권세력이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 사용하던 통일교육 컨텐츠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한다. 시기에 따라 통일로 가는길을 ‘화해와 협력’으로 배운 사람도 있고 ‘상생과 공영’으로 배운 사람도 있다.

기획된 통일 교육은 통일의 미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창의력과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에 통일을 이야기 하며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만든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통일의 비전을 담은 내용물들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다.


넛지효과(Nudge effect),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통일


   
▲ 파리모형이 설치된 소변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남자화장실은 다른 화장실에 비해 독특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남자 소변기 중앙에 붙어 있는 파리 모양 스티커다.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줄이려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볼일을 보는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파리를 맞추려 하면서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어들었다.

주의를 요하는 문구도 파리를 겨냥하라는 조언도 없었는데 스티커 하나가 상당한 결과를 유도한 셈이다.

행동경제학자인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저서 《넛지》에서 이러한 현상을 ‘넛지(nudge)’로 표현한다. 선스타인은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의 영어 단어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즉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준다는 의미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에도 '넛지'의 사례가 있다. 한국영화 1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강제규 감독의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는 통일교육과 통일담론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넛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제규 감독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주제로 제작된 다큐멘타리 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하게 된다. 영화 속 두 주인공 형 이진태(장동건)과 동생 이진석(원빈)은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 사이다.

전쟁은 다정했던 형제 사이를 갈라놓았고 결국 적(敵)으로 만나게 했다. 형제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장소는 ‘두밀령’이다. 두밀령은 남과 북에는 격전의 장이었지만 형제에게는 화해와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장소였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600만명을 넘어설 무렵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화 속 뜨거운 형제애가 담긴 장소인 ‘두밀령’에 기념비를 세우자는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두밀령. 정확히 말하자면 최전방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능선이다. 휴전선에 인접해 있고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빤치볼 고지’, ‘피의 능선’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실 두밀령에 전쟁은 있었지만 이진태와 이진석은 없었다. 그건 단지 영화속 가상의 스토리였을 뿐이다. 그리고 기념비 건립을 위해 서명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두밀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을 격어 보지 않았던 세대들에게 영화 속 두밀령 이야기는 남북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공간으로 다시 창조 되었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위주의 통일교육을 받았을 때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영화 한편을 통해 분단과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뭔가 해보고 싶은 영감(靈鑑)을 얻었다. 이것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만든 통일에 대한 '넛지의 힘'이다.

국방부에서 시작한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프로그램이 다큐멘타리로 제작되었고 이를 시청한 강제규 감독은 다큐멘타리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받으며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곧 ‘넛지’다


통일시대를 미리 체험해 보는 ‘통일 체험관’을 만들자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좋다는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통일에 대입해 보면 백번 듣는 통일 보다 한번 보고 체험 하는 통일이 더 효과적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통일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를 보면 이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가정에 1~2명인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고 많은 것을 경험을 시키고 싶어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사회 속에서 아이가 어려서 부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를 바란다.

이러한 사회적 수요를 고려하여 생긴 것이 어린이 직업 테마파크 ‘키자니아(Kizania)’다. 키자니아는 3세부터 15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 해보는 어린이직업체험 테마파크다. 1999년 멕시코에서 처음 개장 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0년 서울 롯데월드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유니폼을 입고 판사, 아나운서, 소방관, 경찰관, 은행원, 미용사, 고고학자 등 수십 가지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 키자니아에서 직업체험 중인 아이들

서울 키자니아는 40여개의 기업 브랜드 및 단체의 후원을 받아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교보문고-서점, 네이버-네이버대학, 미스터피자-피자가게, 파리바케드-베이커리, 중앙일보-신문사, SK네크웍스-주유소, 소니-포토스튜디오, GS샵-쇼핑가게 등 여러 브랜드들이 자사 브랜드 관련 사업을 어린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어린이들은 키자니아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며 사회를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해 꿈을 꾸게 된다.

꿈을 체험하는 공간 키자니아 처럼 통일을 미리 체험해 보는 ‘통일체험관’이 필요하다. 통일 체험관은 긍정적인 통일의 미래사회를 대중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통일체험관은 다음세대에게 다양한 체험을 통해 건전한 통일의식을 형성 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진로선택에 있어 통일과 북한을 고려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할 수도 있다. 또한 통일교육에 관련된 종합 인프라를 구축하여 사회 전반에 통일의식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분단의 아픔과 한국전쟁의 참혹상을 알리는 기념관들이 있다. 각종 기념관에서 제공되는 컨텐츠들은 대부분 과거의 아픔을 소재로 한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역사교훈여행’은 과거를 모르는 세대들에게 역사를 체험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리 주변에는 과거를 돌아보는 공간은 많지만 다가올 통일의 미래의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리고 통일의 미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일에 대한 뚜렷한 무엇인가가 없기에 그러한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자라나는 다음세대에 통일에 대한 미래의 꿈을 꾸게 하기 위해서는 오감(五感)으로 통일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통일 체험’관이 필요하다. 통일체험관이야 말로 재미있고 살아있는 통일교육,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인 넛지를 유도하는 통일교육이다.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 저서로 '코즈 마케팅'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통일한국 브랜딩' 등이 있다.


전병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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