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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속살 그리고 통일코리아의 희망통일비전캠프 리더십 연수 일본 탐방기

해마다 1월에 열리는 통일비전캠프가 어느덧 10주년을 넘겼다. 통일비전캠프 참여단체인 CCC, 예수전도단, 부흥한국, (사)평화통일연대, (사)뉴코리아 실무진은 일본 동경일대를 탐방하는 2박 3일간의 리더십 연수를 가졌다. 주관단체인 (사)뉴코리아는 일본 선교센터 방문 및 재일동포와의 만남을 통해 각 단체별 해외네트워크 구상을 모색하고 재일동포 한인들이 바라 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시각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통일비전캠프 실무진들의 견문과 역량을 넓힐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뉴코리아 실무진으로써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27일 나리타공항에 내린 직후부터 이동하는 내내 일본의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무척이나 맑게 개어 있었다. 맑은 하늘, 청아한 바람을 만날 때면 참가자들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며 설레어했다. 일본은 지난 시간, 여러 자연재해로 인해 많은 시련과 좌절의 아픔을 겪어왔겠지만 동시에 자연의 축복 또한 누리고 있는 곳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쿄 놀이공원에서 기념사진 ⓒ유진
ⓒ유진

 

동경 황궁 방문

일행이 처음 도착한 곳은 동경의 심장부이자 일본 천왕이 살고 있는 도쿄 시내의 한 복판 황궁이었다. 이곳은 에도막부 시대에 지어진 궁궐로서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유사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유실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적으로 복원되었고 도쿄의 상징적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성궁의 벽돌모양은 조금 크긴 하지만 정성스레 쌓아올렸다. 지금 서울 명동과 남산 일대에 잔존하고 있는 벽돌의 형태와 각도 면에서 매우 흡사했다. 성벽을 둘러싼 전방위면은 높은 성벽과 함께 수로가 흐르게 해 적의 외침을 막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성곽 좌측 상수 부분은 인위적 수로여서 그런지 표층부에 물이 흐르지 않아 심한 녹조현상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악취는 나지 않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었다.

동경황궁ⓒ유진
동경황궁 앞에서 ⓒ유진

 

동경 시내 불꽃놀이

일행이 도착한 첫 날밤 공교롭게도 도쿄 오이다바 시내에서는 불꽃놀이 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특이한 점은 경찰과 민간인력이 총동원 되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에서 일본인의 철저함이 느껴졌다. 그간 일본에서는 지진, 해일 등의 수많은 자연재해를 통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 것이다. 이에 대한 성찰로 일본 국민들에게 ‘안전’이란 단어는 선택이 아닌 내면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려진 오랜 전통이자 문화인 것 같았다. 전후 급속한 산업화로 나타났던 한국 국민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1994년 삼풍백화점, 1995년 성수대교 붕괴라는 인재를 맞으며 안전불감증에 각성제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합리와 효율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와 안보국가라는 정치공간 속에서 우리 사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맞이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은 개발독재와 성장지상주의로 진단되던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건 때보다 더욱 고착화 된 적폐세력의 기득권화와 카르텔,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구조적 폭력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경 시내 불꽃놀이 축제에서 나타난 일본인들의 민첩성은 마치 재난의 대응방식과도 유사해 개인의 생명과 질서를 중시 여기는 일본인들의 감수성이 엿보였다. 불꽃 축제의 셀레임 속에서 필자는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듯한 중요한 대목을 목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가 수학했던 릿쿄대학교 방문

일행은 1919년 성공회 신부가 설립된 릿쿄대학교를 방문했다. 민족시인 윤동주가 25세 되던 해인 1942년 영문학을 공부했다는 바로 그 대학이다. 마침 주일 예배시간을 맞이하여 일행은 릿쿄대 내 성공회식 전통 채플에서 예배를 드렸다. 장시간 복잡한 예배를 정성껏 성실히 드리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곳 성공회식 방식의 설교는 말씀도 장시간이 아닌 간단히 나누는 정도에 불과해 목사의 말씀 중심 예배를 드려왔던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대조되었다.

이 방식은 과거 중세시대 금욕적인 성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 대형교회들의 모순을 생각하게 했다. 순간 나는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은 바로 담임목사의 ‘말씀 중심 예배방식’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 중심의 예배는 성도들을 전인적으로 변화시키기에 유리하지만, 일방향식 설교를 통해 교인들은 목사를 우상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르는 성도들이 많은 대형교회일수록 이러한 우상화의 위험성은 더욱 크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대형교회가 무너지는 이유는 바로 목사의 나르시시즘을 부추기는 교인들의 이러한 우상화에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릿쿄대 본관 ⓒ유진
릿쿄대 윤동주코너 ⓒ유진
릿쿄대에서. 뒤는 설립자인 영국 성공회 선교사 동상. ⓒ유진

깜짝 놀란 것은 예배당에 오는 교인들의 70%가 교회 동아리 소속일 뿐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교인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스로의 신앙보다는 학교채플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서 전체주의적 민족성이 느껴졌다. 전통 성공회식 예배방식을 처음으로 접했는데 마치 중세 로마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드리는 이러한 예배방식이 수천 년을 거쳐온 전통 예배방식이라고 생각하니 자연히 예배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고 당대 성도들의 금욕주의적 신앙관도 느껴졌다. 매주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드리는 성공회 예배는 지나친 형식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에게 만큼은 더욱 전심으로 예배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릿쿄대학교 내 설치된 릿쿄대 역사기념관도 방문했다. 기념관 한켠에는 윤동주 전시코너가 있었다. 나는 뜻밖에도 윤동주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다는 걸 보고 놀라웠다. 그 열정은 한국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처지지 않아 보였다. 장인정신과 오타쿠 기질이 강한 일본인들에 비해 우리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피상적이고 의례적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었을까.

재일동포와의 만남

필자는 얼마 전 조총련에서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김OO라는 한 조총련 출신 여성과 만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조총련이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버티는 힘은 북한의 자주정신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그것은 조총련 동포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집단주의 정신은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교육하고 양육하는 학교의 기본정신이 되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총련 내에서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3대 세습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이들은 한반도 통일 이후 국내 북향민(탈북민)들과 함께 균형감 있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자산들이다. 이들에게 진정한 주체철학의 회복은 기독인들과의 접촉과 이해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세운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이 학교의 학교 교부금을 정규학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례로만 약간의 보조금을 교부받고 있으며 전액 자부담으로 운영이 되어 현재 학교 선생님들의 월급은 한화로 월 70~8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처사는 백년대계인 교육을 현재의 이데올로기 틀 속에 가두어 버리는 폭력적 행위로 비쳐졌다. 남과 북은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고 차별받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국제법적 노력과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온천에서의 문화충격

온종일 관광으로 피로에 지친 일행은 한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처음 간 그곳에서 필자는 큰 문화충격을 받았다. 한 여성의 무리들이 온천 관리차 남탕에 출입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남자인 줄 알고 다시 보았지만 여자가 맞았다. 주변 남성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듯 놀라거나 쳐다보는 이 하나 없었다. 마치 한국의 남자 화장실에서 청소 아주머니가 왕래하듯 마치 동성이나 투명인간처럼 보는 듯 했다. 전통적으로 가족탕 그리고 이러한 계기로 확장된 일본의 남녀혼탕 문화에 필자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내 일상화된 문화를 저질, 또는 음란의 잣대로 보는 것은 어쩌면 문화상대주의를 무시하는 또 다른 폭력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노천탕에서 우리 일행들은 피곤함 가운데서도 서로 말을 건네며 활기차게 노천욕을 즐긴 반면, 일본인들은 한국어를 들으며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노출을 꺼리고 집단을 강조하는 일본문화는 개인의 자율성에 중심을 둔 한국문화와 긴장관계에 있는 듯 보였다.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로도 볼 수 있는 이러한 광경은 같은 탕 안에서 한일간의 문화적 오해를 용광로처럼 녹여냈던 문화체험의 학습장이었다.

일본의 영적 상태

일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본사역 7년차인 한국인 김OO 목사를 통해서다. 그는 예배 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청년들의 30% 가량은 우울증에 빠진 환자 같다고 했다. 즉 일본인들에게 교회는 예수를 믿는 일련의 신앙수단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일본 국민의 대다수인 70% 가량은 결혼식 장소로 교회공간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결혼 이후 아이 돌잔치는 인근 신사에 가서 참배를 드리는 것으로 한다고 한다. 장례식의 경우는 불교 사찰을 선호한다고 한다. 영적 혼란과 혼돈의 국가 일본, 이들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경제대국임이 분명하지만 국민 내면의 차원에서는 전후 패망과 경제불황을 거치며 심각한 내면의 공허함과 정서적 피폐함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의 영적 상태와 비교해본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분명하게도 후진국인 것이다.

지바선교센터에서 ⓒ유진

뉴코리아 지바선교관의 임OO 선교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일본을 이해했다. 일본인들은 가족들간의 불화와 폭력으로 깨어지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와 노령화로 빈집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마을간 교류와 소통의 기회는 단절되어 가고 있으며 마을은 점차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필자가 목격한 도쿄에 근접한 지바 일대에도 적지 않은 땅과 집들이 버려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임 선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는 120만 명 정도가 은둔형 외툴이, 12만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이지메'(왕따)로 학교에 아예 등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외견상 친절하고 깨끗한 일본의 이미지와 달리 그가 느낀 일본인들의 인상은 한 마디로 ‘차갑다“라는 것이었다. 임 선교사는 일본인들은 하나님을 잃어버린 ‘영적 고아’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국사회는 일본의 십년 전 과거라고들 한다. 동시에 일본은 한국의 암울한 미래일 수 있다. 실제로 십년 전 자살률 1위였던 불명예의 자리는 어느덧 한국이 자치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미혼모의 증가와 같은 가정파괴는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적신호이다. 우리는 절대로 이러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함을 이번 연수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한국사회는 2016~2017 촛불집회를 통해 이러한 거대한 구조적 모순과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국민이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2017년 촛불체제는 우리에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특히 해외동포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후 패망과 경제불황으로 사망의 음침한 골자기를 걷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도 우리 한국인의 모습은 셀레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은 더 아름다운 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강한 도전정신을 새겨주었다.

이장한 / (사)뉴코리아 사무국장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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