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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내 진영논리,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대북정책과 진영논리의 폐해

대한민국에서 진영논리의 폐해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대북정책이다. 분단국가에서 냉전의 산물인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본성상, 여야 대립을 전제로 하는 복수정당정치의 특성상 잘못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진영논리는 우리 사회에 지극히 소모적인 이념의 갈등을 유발시켜 바람직한 대응과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왔다. 진영논리에 빠지면 다른 사람의 해석이나 생각, 성향을 무조건 배척하고 폄하하게 된다. 어떤 사실이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식, 제대로 된 분석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객관적 인식을 하려는 자들을 때로는 회색분자나 기회주의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북한 문제에 대한 진영논리를 극복하려면 기본적으로 각자가 자신의 진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 문제를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인식하면 이념은 비록 다르더라도 해결 방안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생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진영논리의 틀 속에 갇힌 자들로 하여금 북한 문제에 객관적으로 접근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의 또 다른 이름, ‘헌법과 법률’

결국 ‘사람’이 아닌 ‘제도’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되, 정치권의 입맛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관성 문제는 사실 국민적 합의에 기초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은 국민적 합의를 외면하거나, 합의 도출에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몰래 또는 일방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최대의 국민적 합의는 바로 국민의 직접투표로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이다. 현행 헌법은 개정된 지 30년이나 되었다. 대통령 탄핵사태와 맞물려 권력구도를 중심으로 한 개정 논의도 진행되고 있으나, 그래도 헌법은 헌법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투표율 78.2%, 찬성률 93.1%로 개정된 것이다. 이 정도의 국민적 합의가 또 어디에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국민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명시하고 있다.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위 제4조의 내용만으로 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는 국민적 합의의 또 다른 형식인 ‘법률’에 따라야 한다. 대의제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적 합의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을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따라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남북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격이나 철학, 덕성을 항상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헌법과 법률로써 그 권한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모든 국정운영은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법치행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더디게 가도 바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헌법과 법률은 국민적 합의의 또 다른 이름이지 않는가.

그동안 국민적 합의(최소한 여야 합의)는 법치행정 구현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에 대한 욕심, 성급한 성과지상주의 등에 의해 도출이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통치행위’란 명분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했다. 대북송금사건, 5.24 조치, 개성공단 전면 폐쇄조치 등이 모두 그랬다. 하지만 통치행위이론을 내세운 조치들은 결국 국민적 갈등을 유발하고 그에 따른 후유증만 남기게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헌법 제4조 평화통일조항의 개정 필요성

개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헌법 제4조를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통일 정책을 대통령 개인의 철학이나 집권여당의 의사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인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한명섭 / 통인법률사무소 변호사

* 이 칼럼은 (사)남북물류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 (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한명섭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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