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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공유하고 시장을 창조하라새로운 시장, 북한에서의 창의적 개발 전략

 
경제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북한 경제 개발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 경제 개발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핵(核)문제다. 이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과 미국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World Bank(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의 가입을 통해서 투자 자금을 융통할 수 있고 1960년대 남한의 경제 개발에 있어 씨드머니(seed money) 역할을 했던 대일청구권 자금을 일본과의 수교를 통해 얻어 낼 수도 있다.


전통적인 경제 발전모델

대외 투자자금을 통해 북한은 고질적인 4가지의 경제난 즉 에너지난, 식량난, 외화난, 생필품난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해외로부터 투입된 자금과 물자들을 통해 도로, 주택, 에너지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공장을 짓고 인재를 양성하여 경제를 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생활수준도 높아지고, 북한 사람들도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곳곳에서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시민의식도 향상되면서 전반적인 사회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남북 간의 격차를 완화시키는 데에는 더 없이 좋은 흐름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핵문제 상황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5대 분야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0년 내에 북한주민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수준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비핵·개방·3000’도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나왔다. 이러한 북한 경제 개발 시나리오는 남북경협이나 거시적인 경제발전을 이야기했던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에 학습된 보통 남한사람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는 북한 개발에 대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물론 하나의 국가나 지역이 변화하고 발전하려면 이러한 개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는 시각과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개발 전략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나 지역의 전체가 아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좀 더 다른 접근을 할 수 있다. 북한 자체는 공식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실제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경제에 대해 새롭게 알아야 하고 북한 곳곳은 어떠한 방법이든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부의 기업들에게 북한은 새로운 시장이다. 국제 금융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에도 2,400만명의 소비자가 있는 시장으로 접근해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Bottom of Pyramid

   
▲ C.K. 프라할라드 지음 | 유호현 옮김 | 럭스미디어 펴냄

2010년 타계한 C.K 프라할라드 전(前)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04년 펴낸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 >에서 저소득층 시장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보여줬다. 그는 ‘피라미드의 하층부 맨 아랫단’ 이라는 의미의 BOP(Bottom of Pyramid)로 저소득층을 표현했다. BOP는 연소득 3,000달러 미만의 가난한 소비자층으로 이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BOP 비즈니스라고 한다. 전 세계에 이러한 BOP에 해당되는 인구는 40억 명에 달한다. 그리고 그중 2,400만 명은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

프라할라드가 말한 저소득층 시장은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은 여러 측면에서 특성이 다른 소비자들이다. 예컨대 부유층은 편리를 추구하므로 대용량을 선호한다. 반면에 빈곤층은 하루 일당에 의존 하고,그날 필요한 품목만 구매하길 원하기 때문에 일회용 포장을 좋아한다. 이를 고려한 P&G는 인도에서 최고급 샴푸인 팬틴의 일회용 제품을 팔고 있다.

더군다나 저소득층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을 성공하면 종전과 다른 방법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UN, World Bank 등 여러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가 노력했지만 결국 가난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진정 필요한 것은 저소득층이 스스로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가진 자원과 능력을 잘만 활용한다면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다고 프라할라드는 말한다.


북한에 맞는 BOP 비즈니스

북한 역시 저소득층 시장에 해당된다. 북한은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에서 입는 문제는 비교적 양호하다. 일명 주체섬유라 불리는 비날론으로 입는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먹는 문제와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 먹는 문제와 주거 환경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는 BOP 비즈니스다. 먹는 문제의 경우 방글라데시에 투자한 프랑스 식품회사 다논의 예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논은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식품회사 ‘그라민-다논’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일대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샤크티 도이’라는 이름의 요구르트를 만들어 5다카(81원)에 판매한다. 방글라데시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격을 낮추고 어린이 영양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비타민 등 필요 성분을 강화 했다. 더불어 이 일대에서 생산되는 우유를 사용해 제품을 만듦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개발에도 지속적인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다논은 이 회사에서 이익이 나도 투자한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수익금을 재투자하여 동일한 유제품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북한에 진출하려는 BOP 기업들은 다논과 같이 지역사회공헌 개념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개념을 동시에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주민들의 영양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성분을 강화하고 이익을 북한 사회를 위해 재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면 북한 사회와 진출하는 기업 모두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사용 될 수 있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북한은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남한과는 달리 전기, 상하수도 등 기본 생활 인프라가 열악하고 생필품이 부족하다. 이러한 생활의 장애 요소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 질수 있다. 열악한 생활 인프라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북한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적정기술은 ‘고액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고, 현지 원재료를 쓰며, 소규모 사람들이 모여 생산 가능한 기술’이다. 전문화와 대량생산이 아닌 소규모 현지 생산을 추구하는 대안기술이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적정기술이 보급 되고 있지만 북한에 응용 될 수 있는 아이템도 있다. 특히, 빈번한 자연재해 등으로 열악한 생활 인프라까지도 유실 되었을 때 적정 기술은 유용하게 사용 될 수 있다.

식수원이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시골지역 주민들을 위해 고안된 Q드럼(Q Drum)은 식수에 필요한 양의 물을 보다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물통이다. 물동이를 지는 대신, 줄로 굴릴 수 있는 원주형으로 설계됐다. 한 번에 75리터의 물을 운반할 수 있다. 라이프 스트로우(LifeStraw)는 휴대할 수 있는 개인용 정수기다. 땅에 고인 더러운 물도 깨끗한 물로 걸러준다. 15마이크론 이상의 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필터를 내장했다.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설사 같은 수인성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홍수가 빈번하고 방역이 잘 안되어 있는 북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이다. 이러한 적정 기술 제품들을 외부에서 디자인해서 사회적 기업 형태로 북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민들에게 보급시킨다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응급 구호가 되고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시장을 창조하라

   
▲ 인텔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나이지리아 내 200개 학교에 ‘Classmate’란 저가 노트북(320달러)을 개발해 공급했다.

인텔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나이지리아 내 200개 학교에 ‘Classmate’란 저가 노트북(320달러)을 개발해 공급했다. 노트북, 디지털 커리큘럼을 정부지원금으로 무상 제공하며, 교사가 사용하는 화이트보드를 노트북과 네트워크로 연결해 교사와 학생은 과제물과 노트의 상호교환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디젤발전기를 학교에 설치했으며, 무선인터넷 환경도 제공한다. 그 결과 아프리카 시장에 인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GE는 중국 등 저개발국에서 대형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초소형의 휴대용 초음파진단기를 출시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는 버튼이 불과 7개뿐인 초간편형 심전계 ‘MAC400’을 현지기술로 개발해 1,000달러(미국내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저개발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텔과 GE의 사업은 가치를 공유하고 시장을 창조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선진국에서는 일상용품이지만 가격이나 지역적인 제약 때문에 저개발국 소비자들에게는 필요하지만 구입할 수 없었던 제품과 서비스를 합리적 수준에서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 있어 선진국과 저개발국 빈부 격차는 저개발 국가 소비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역사회의 필요에 적합한 제품 디자인 → 구매 가능한 가격 책정→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 → 시장 확대’의 선순환 고리를 창출한다.

북한에서 시장창조형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과 사용의 편의성’ 확보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제품개발방식까지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이들 지역과 연계하여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에 있는 저소득층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빈곤, 자연재해 등 북한 주민들의 내부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사명(Missions)은 북한 사회에 대한 공헌이다.

북한은 2,400만의 새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기존 자본주의 시장처럼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을 거친다면 북한에서는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힘들다. 북한에 맞는 북한 사람들을 위한 시장을 만들고 접근 한다면 새로운 가치들이 만들어 질수 있을 것이다.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 저서로 '코즈 마케팅'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통일한국 브랜딩' 등이 있다. 

 

전병길  holi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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