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얻는 법… 손에 쥔 먹이를 놓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원숭이의 비극을 아는가?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월호스님(조계종 행불선원 선원장)은 욕심을 “놓아야 비로소 얻는다!”는 글을 남겼다. 놓지 못하는 사람은 원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원숭이 손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덫에 먹이를 놓으면, 원숭이가 그 먹이를 잡고 놓지 않아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은 손쉽게 원숭이를 사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 스캔들’ 설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공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집권욕심을 버리고 막가파식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의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유부녀들을 성적 상대자로 삼기 위해 들이댔다는 말을 자랑삼아 하거나, 젊은 여성들, 특히 그의 딸까지 성적 상대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트럼프의 당선을 포기한 것이다.

같은 당 또는 같은 지역 후보라면 잘하든 못하든 죽기살기식 편들기에 바쁜 우리네 정치문화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이 필자에게는 미국의 또 다른 힘이고, 미국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킹(사회조직)’의 원동력으로 보였다.

라이언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의 판단은 미국국민 정서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자격이 없는 트럼프’를 포기할 테니, 공화당이 추구해온 정의와 도덕성을 인정해달라는 제스처인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의 뿌리다. 힐러리나 민주당에 대해서도 양보와 배려의 정치공학이고, 경제적 공유사상의 기본원리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무서운 나라다. 기본적으로 치열한 내부경쟁을 유도해 전체 이익을 극대화, 또는 독점하겠다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불법 다단계판매를 퇴치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추진해왔다. 필자 스스로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래서 필자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면 안되겠기에 친지들과 뜻을 모아 피해자상담을 벌여 왔다.

주지의 사실이듯이 다단계판매 방식은 194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것이 일본을 거쳐 공식적으로 처음 한국에 도입된 것이 1988년이고, 불법다단계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에 방문판매법 제정과 함께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한국에서 벌어진 미국식 다단계판매는 사람의 피를 말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왔다. 원숭이가 먹이 잡은 손을 결코 놓지 못하게 하는 덫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애초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세일즈맨(디스트리뷰터)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그들이 직접 판매한 실적 뿐 아니라 자신이 모집한 고객들의 매출액에 대해서도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두 손으로 먹이를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 방식을 세일즈맨들의 상호경쟁 논리로 교묘히 이용해 악의 씨가 됐다. 전체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포장하고 “고객들의 매출액까지 합쳐 일정 수준의 총매출액을 기록한 사람을 세일즈 독립조직(라인)으로 인정하겠다”는 브레이크어웨이(Breakaway) 기법으로 욕심을 자극해 한국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분리독립한 그룹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나 개인과 그룹판매 요구량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독립조직(라인)의 리더자격을 잃게 된다. 그러니 세일즈맨은 끊임없이 판매(retailing)를 늘려야 하고 수많은 신입회원을 찾아 나서야(recruiting)하며, 그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심정으로 집 담보 융자라도 받아 할당량을 메워야(betting) 하는 식이었다.

그 돈놓고 돈먹기식 노름판에는 오직 독점만 존재했다. 양보란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였다. 그로 인해 같은 회사 내에서조차 다른 독립조직(라인)의 세일즈맨을 차명으로 몰래 스카우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또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라인간 진흙탕 싸움이 폭행, 감금 등 불법 피라미드판매로 이어졌고, 가정파탄자를 만들었으며, 결국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 같이 불법 다단계판매가 매달아 놓은 먹이를 잡고, 양손을 놓지 못하는 원숭이를 덫에서 구하려는 심정에서 필자가 제안한 것이 바로 행복사회 조직론, 즉 ‘소셜 네트워킹’이다.

그 시스템에서는 네편 내편이 따로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회사내 어느 누구의 매출이든 그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기에 모두가 사업의 동반자이고 동료가 되는 구조다.

미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것은 ‘소셜 네트워킹’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분명 ‘정의’를 위해 ‘양보와 배려’를 선택한 정치로 비쳐질 것이 확실하다.

필자 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