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 케미컬(No chemical) 제품 찾기 붐이 소비재 전반으로 번지면서 천연·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의 경우 시중 판매처가 마땅히 없어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 이에 엄선된 천연·유기농 화장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오가닉박스가 노 케미컬 족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가닉박스 한성욱 대표(사진)는 "옥시 사태를 접하면서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안타깝고 화가 났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유기농 라이프 스타일이 한국에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가닉박스는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팅 채널" 

오가닉박스는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를 표방한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천연·유기농 화장품 브랜드의 정품 및 견본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아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박스 외 단일 제품 판매도 실시 중이다. 박스 판매로 소비자들에게 천연·유기농 화장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품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 대표가 오가닉박스를 설립한 이유는 분명했다. 화장품 마케팅 전문가로서 좋은 제품을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다는 꿈(?!)을 품었고, 그에게 좋은 화장품은 곧 천연·유기농화장품이었다. 

"국내 모 화장품기업에 다녔는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100% 확신할 수 있는 제품을 마케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케미컬 화장품에 대한 회의감이 들던 때라 자연스레 천연·유기농 화장품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없을 만큼 영세한 편이에요. 3년전 '큐레이션' 이슈가 있었는데 '작은 규모의 착한 브랜드들을 모아서 마케팅 대행을 해주자' 싶었어요. 그렇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죠."

아직 설립 3년차지만 업계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마케팅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박스 판매를 통해 정품 구매를 이끈다는 한 대표의 계획은 적중했다. 그에 따르면 서브스크립션으로 제품을 접한 후 실제 정품을 구매한 고객은 전체 정품 구매 사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지인 추천으로 신규 고객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한 대표는 "1~2개 브랜드로 시작해 현재는 30여개 브랜드를 입점, 판매 중"이라며 "초기에는 직접 영업을 다녔는데 이제는 브랜드 측에서 먼저 문의를 준다. 신규 제품 또는 라인 론칭 시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오가닉박스를 많이 찾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조원 시장… 유기농 화장품 설 곳은 거의 전무

한 대표가 말하는 오가닉박스의 장점은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손쉽게 테스트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국내에 천연·유기농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유통처가 마땅히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때 유기농 식품 매장이 속속 생겨나면서 화장품 브랜드도 하나둘 입점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빠져나온 상황. 국내 대표 헬스&뷰티숍인 올리브영에서도 과거 유기농 화장품 매대를 별도 마련했으나 어느날 소리소문 없이 없앴다. 이유는 고객들이 찾지 않아서다. 천연 컨셉을 내세운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의문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한국 여성들은 발림성이나 향 등에 민감해요. 하지만 화학성분을 배제한 천연·유기농 화장품은 이런 부분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피부 개선 효과가 일반 화장품에 비해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죠. 그렇다 보니 유해성분을 배제한 천연 컨셉의 케미컬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더 실용적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하지만 계속해서 케미컬 이슈가 터지고 있잖아요. 노 케미컬 족도 늘고 있고요.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천연·유기농 화장품도 충분히 비전은 있다고 믿어요."

한 대표가 원하는 그림은 일본에 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유명 쇼핑몰 1층에 이솝이나 닐스야드 등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거리 곳곳에는 유기농 브랜드숍이 자리하고 있다. 화장품 편집숍에는 비건 카페 등이 함께 자리해 '오가닉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한 대표는 "오가닉 화장품 브랜드들은 환경을 생각할 뿐 아니라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등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한국도 단순히 사용감, 피부개선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미래를 위한 소비라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라이프 스타일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2 도약 선포, PB 화장품 및 오프라인 편집숍 준비 나서

오가닉박스는 올 하반기 새로운 변화에 나선다. 먼저 하반기 중 PB 화장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컨셉은 틈새 시장 품목이다. 기존 거래처들이 취급하지 않는 틈새 화장품을 기획, 개발해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대에 내놓을 예정이다.

오프라인 편집숍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유치함과 동시에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오 브랜드의 단독 론칭을 추진하는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비건 카페 등을 한 자리에 마련함으로써 오가닉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당장 6월 중순에는 홈페이지 및 로고, 박스 디자인 리뉴얼도 앞두고 있다. 한 대표는 "현재 오가닉박스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품질 좋은 천연·유기농 화장품들이 좀더 많은 고객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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