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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되레 퇴행을 우려한다

3월 10일 오전 11시, 헌재의 탄핵심판이 있었다. 이정미 헌재소장대행은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와 관련,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는 어떠한 흠결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탄핵사유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따졌다. 공무원 임면권 부분과 언론의 자유 침해, 세월호 사건을 언급할 때에는 ‘탄핵은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11시 21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이 들려졌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작년 10월 말 이래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 성원했는데 보람을 느꼈다. 감격적이었다.

이날 필자는 아내와 함께 임진각을 찾았다. 기쁘거나 울적할 때 강화도 아니면 임진각으로 갔던 적이 있다. 민주화와 평화통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 민족의 과제다. 북의 동포들에게 남쪽은 민주와 평등자유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했음을 마음으로나마 알리고 싶었다. 그 쪽의 민주화 없이는 평화통일 또한 난망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

박근혜의 탄핵은 2013년 초부터 대법원에 계류된 ‘대선무효소송’을 떠올렸다. ‘대선무효소송’은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선 직후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며, 공직선거법상 제소된 지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 동안 여러 번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재판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깔아뭉갤 작정이 아니면 그럴 수가 없다. 그 동안 여러 번 대법원에 재판을 촉구하기도 하고, 대법관의 직무유기를 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SNS 상으로는 대법관 탄핵을 위한 서명운동까지 벌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지금까지 ‘대선무효소송’에 대해 이렇다 할 방침을 내 놓은 바 없다. 박근혜가 탄핵되었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직무유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4년간 보여준 대법원의 이 같은 법 무시, 국민 무시의 행태는 최근의 대법원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함께 반드시 따져야 한다. 또 검찰이 대법관의 직무유기를 고발받고서도 이리 저리 폭탄 돌리듯 떠맡기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이유도 엄하게 다뤄야 한다.

그 동안 ‘법조계 원로’ 중에는 탄핵심판 자체에 부정적 자세를 취했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 2월 9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는 9인의 법조계 원로(정기승, 이시윤, 김두현, 이세중, 함정호, 김평우, 이종순, 김종표, 김문희)들이 ‘탄핵심판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냈다. 2월 14일 광고에는 한 분(박만호)이 추가되었다. 이 중 두 분은 대통령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내세운 6개 항목의 주장은 우리 같은 문외한이 범접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에서 이 광고문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절차상의 문제를 따졌다. 헌재가 탄핵선고에서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를 그렇게 꼼꼼히 따진 이유가 이 성명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본다. 광고에는 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원리나 원칙을 부정하거나 반대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는데, 헌재 판결이 난 지금도 원로들은 이런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법조계 원로들이 이런 엄중한 시기에 그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본다. 탄핵 전에 이런 광고를 냈다는 것은 판결이 난 이 시점 원로다운 반응을 기대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지난 2월 9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탄핵심판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 광고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이겠다. 그렇게도 법치를 강조했던 원로들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대선무효소송과 관련하여 원로다운 조언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2012년 12월 대선 직후 2천여명이 넘는 유권자가 신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선거무효소송을 냈고 거기에 따라 대법원은 6개월 안에 처결해야 했다. 그러나 4년이 넘도록 재판개시 자체를 뭉개고 있다. 그런데도 그 원로들께서는 왜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변협회장을 역임한 법조계 원로들이라면 대법원과 대검찰청의 저 같은 뭉개기식 법 무시 행태에 대해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은 무시하고 ‘탄핵심판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을 내어 현직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 그게 원로다운 자세일까.

탄핵은 대선을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는 큰 숙제를 남겼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때만 해도 ‘이제 죽었구나’ 하고 움츠리던 소위 친박부패세력이 요 며칠 사이에 노골적으로 탄핵불복종에 나서고 있다. 거리에서 선동정치를 일삼고, 삼성동 사저로 집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다. 탄핵 정국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의 반역사적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해방공간에서 친일파가 살아나고, 4.19 후에 군부쿠테타가 등장하며, 5.18 후에 신군부가 집권했고, 6월 민주화운동 이후에 군부잔존세력이 정권을 잡았듯이, 이 시기에도 그런 역사퇴행이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지 않아도 아스팔트 극우세력들은, 그들의 ‘자유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는 소리들을 무책임하게 입에 올리는 상황이고 보니, 탄핵 이후의 이 엄중한 상황이 지혜롭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다시 퇴행을 맞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촛불’ 정신이 긴장을 놓을 때가 아니다.

이만열 /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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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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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7-03-15 23:25:26

    닭그네가 뜻있는 국민들에 의해 탄핵되어 댓똥령직에서 내려놨으니 이번에는 김정은이를 국제재판소에 넘겨 즉시 처벌해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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