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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비 10만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통일전문일꾼 양성에 나설 때

흔히 국가간 스포츠 분야의 총체적인 역량을 비교할 때 ‘선수층이 두껍다’는 표현을 쓴다. 최근 김연아로 상징되는 피겨스케이팅도 마찬가지다. 김연아라는 훌륭한 선수 한 명 덕분에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이 세계를 석권한 것 같아도 막상 선수층을 비교하면 미국과 일본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이런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다. 한 국가 또는 사회 내의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그 문제 해결의 전문가, 준전문가 등의 수가 많을수록 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다른 국가보다 훨씬 수월할 수 있다.

여기서 ‘통일’이라는 이슈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많은 통일에 대한 ‘선수층’이 필요할지 추측해볼 수 있다. 통일이라는 이슈는 단순히 소수의 현명한 정치인, 경제인, 법률가들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거시적인 정책적 판단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판단해야 하는 문제일 수 있지만, 실제 남북주민들이 서로 왕래하며 살아가야할 ‘일상의 삶의 영역’에서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통일에 대한 일종의 전문가 또는 준전문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통일 전문 선수층’이 두꺼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분단 70년을 바라볼 정도로 오랜 시간 속에서 사회·문화적 차이가 이제는 신체적 차이를 가져올 정도로 달라져 버린 남북 주민간의 삶의 모습들은 정치, 경제적 통일 후 오히려 일상의 삶의 영역에서 심각한 남북 주민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려면 우리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한 내용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정치, 다른 지역의 특징 등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정도로 북한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일 후 필연적으로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에 대해서 알려줘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도 북한의 사회·문화적 특징, 북한의 각 지역의 지역적 특징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중앙정부 독점’ 의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역할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통일 문제는 국가, 다시 말해 중앙정부의 전적인 소관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아니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과제는 그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단순히 중앙정부의 인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처럼 제한된 범위에서 남북교류 또는 대화가 이루어져온 경우에는 통일부를 비롯한 일부 정부 부처의 인원만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황이 변화되어 전면적인 통일 준비단계로 돌입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필요한 전문인력의 수요는 각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통일을 이룬 동서독의 경우를 살펴보면, 통일 후 동독 지역 공무원들에 대한 행정협력을 위해 초기에 동독 지역으로 파견된 전체 서독 측 행정인력 3만 여 명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된 행정인력이 전체 파견인원의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동독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동독 지역으로 파견된 서독 행정인력 중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보다 자신들과 같은 입장인 서독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의 영역을 담당했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보다 같은 종류의 업무인 동독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상대적으로 더 잘 이해하는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런 통일의 경우뿐만 아니라 점진적인 교류협력을 통한 통일의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통일 대비 전문인력을 미리 키울 필요는 여전히 크다. 서독의 경우 당시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통일로 인하여 최초로 행정지원인력을 파견함에 있어서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지원자를 우선 파견한다는 정책 하에 지원자 대부분에게 동독지역 근무를 허락한 결과, 단순 호기심, 새로운 경험, 빠른 승진기회, 경제적 이점,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라는 등의 이유로 파견을 지원한 자의 비율이 전체 중 58%를 차지했고 사명감과 동독 지역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지원한 비율은 19%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행정인력이 파견되다 보니 동독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사명감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하여 군림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의 이유로 동독 지역의 공무원, 주민들과 갈등이 야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급속한 통일이든, 점진적 통일이든 상관없이 이제는 통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하여 북한의 사회·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그들과 어떻게 어울리며 민주주의, 시장경제, 의료, 건축 등을 필요한 전문 지식들을 전할 것인지 학습하게 해야 한다. 북한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남한은 1960년대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통일 과정에서 또한 통일 후 북한 측에서 필요한 분야는 정말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통일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살펴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지방자치단체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나 북한이탈주민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어느 정도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전체 지방자치단체 수(244개)와 비교할 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약 50여개, 북한이탈주민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약 3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전체적으로 보아 관심 순위에 있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 업무 관련 전담부서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경기도와 강원도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아직 통일 관련 업무가 중앙정부의 사무로만 여겨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법적인 측면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통일을 먼 미래의 일로만 여기고 지금 준비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커 보인다. 하지만 우리보다 오히려 더 통일이 늦을 것이라고 예측되었던 독일이 갑작스럽게 통일이 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통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리고 준비 부족으로 인한 여파가 우리의 경우 분단의 시기가 더 오래되고 전쟁의 상처까지 있기 때문에 더 클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중략)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하략)’라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전문과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의무’에 비추어 볼 때에도 통일 추구 의무는 단지 중앙정부의 의무라고만 볼 수 없으며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전 국민의 헌법상 의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통일 관련 업무를 독점하려는 의식에서 벗어나 통일 사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곧 도래할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통일 관련 업무가 자신의 사무라고 인식을 전환하여야 한다. 민간의 영역에서도 마치 조선시대 의병이 된 심정으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하지 못하는 분야 또는 준비가 부족한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로서 준비를 갖춰야겠다’는 각오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임진왜란 직전 율곡 이이가 주장한 10만 양병설과 같이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추고 통일을 준비하는 10만 명의 전문 인력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그 성패에 통일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한동대 교수, 변호사>
 

송인호  ihsong@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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