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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테러

12월 19일 저녁(독일 시간), 베를린 시내에 있는 한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형 트럭이 돌진해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베를린에 있는 여러 곳의 크리스마스 시장 중 사건이 난 곳은 카이저-빌헬름 기념교회(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 앞 광장에 설치된 시장이다. 베를린에 갈 때 무조건 들러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면 하나는 브란덴부르크 문이고 하나는 이 교회가 있는 브라이트샤이데 광장(Breitscheideplatz)이다. 교회와 광장의 공식적인 이름은 어렵지만 ‘무너진 교회’가 있는 곳이라면 현지인들도 알아듣고, 베를린 다녀오신 분들도 아, 거기 하고 기억이 나실 것이다.

이곳은 동서베를린으로 나뉘어있던 시절 번영하는 서독의 쇼윈도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쿠어퓌어슈텐담, 약칭 쿠담(Ku'damm)이라고 불리는, 베를린 고급 쇼핑가와 이어지고, 바로 앞에는 벤츠사의 엠블럼이 인상적으로 돌아가는 오이로파 센터(Europa Center)가 있으며 유럽대륙에서 가장 크다는 KaDeWe 백화점도 근처에 있다. 카이저-빌헬름 교회는 1890년대에 빌헬름 2세에 의해 세워졌고 부친인 빌헬름 1세를 기리는 뜻으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1943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심하게 파괴되었는데 그 모습을 보존한 채 1963년에 바로 파란색 유리의 외관이 인상적인 8각형의 초현대식 부속 예배당이 신축되었다.

전쟁과 그 후의 번영, 동서베를린과 통일, 과거와 현대를 생각하게 하고, 항상 많은 관광객, 쇼핑객과 차량으로 북적거리는 복잡하면서도 자유와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필자도 베를린에 갈 때마다 가능하면 찾아갔었고 얼마 전 9월말에도 바로 근처 호텔에 숙박하면서 시차 땜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했었다. 그 아침의 조용했던 풍경이 떠올라 이번 사건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독일에 살면서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집과 상점들의 장식, 그리고 가족을 만난다는 기다림으로, 음울한 겨울을 지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기념일이라 생각을 했었다. 위도가 높고 겨울에 비가 자주 오는 북유럽에서의 겨울을 경험한 분들은 그 쓸쓸함을 이해하실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장(Weihnachtsmarkt)은 이 음울한 독일의 겨울에 활력소가 되는 곳이다. 독일 전역에서 열리며 대도시의 대형 시장들은 대개 11월 하순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운영된다. 이런 큰 시장 말고 작은 도시, 동네 블록에서도 돌아가며 하루 이틀씩 작은 규모의 장이 서고, 이는 그 도시의 축제가 된다. 그 지역의 중심 광장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수많은 장식품가게, 먹거리, 즐길 거리로 채워진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목각인형 등 조그마한 수공예 작품들로부터 소시지,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진저브레드(Lebkuchen), 초콜릿을 통째로 입힌 사과, 군밤 등이 지천인, 그야말로 맛과 재미와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회전목마가 기다리고 있고, 가운데 무대에서는 연신 음악이 연주된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코를 자극하는 글뤼 바인(Glühwein)향이다. 글뤼바인은 주로 레드와인에 계피 등의 향료를 넣고 뜨겁게 데운 것으로 우리의 데운 정종을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추운 날 크리스마스 시장 테이블에 서서 첫 잔을 기울일 때 목젖으로 넘어오는 독특하고 강한 알코올 향은 잊을 수가 없다. 몸에 온기가 돌면서 천천히 시장을 구경할 여유가 생긴다. 글뤼바인은 도자기 잔에 따라주는데 대형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연도와 시장이름을 새긴 잔을 만들기도 한다. 술을 팔 때는 잔에 대한 보증금을 받고 잔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념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1992년 겨울, 처음으로 가 본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마스시장은 그야말로 동화속의 나라였다. 그 후 독일에 살던 동안 해마다 들리면서 처음에 가졌던 환상적인 느낌은 덜해졌지만 긴 겨울을 보내는 데 적지 않은 위안거리가 되었었다.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시장은 독일에서 제일 크다고 하며 대체로 11. 23일부터 12. 22일까지 열린다. 프랑크푸르트에 오면 누구나 들르는 관광지인 뢰머광장, 그에 연이어진 마인강변, 쇼핑거리에서 열린다. 광장에 세워지는 상징물인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는 해마다 다른 곳에서 베어져 오는데 금년에는 33미터짜리 전나무가 남쪽 멀리 오스트리아 티롤지방에서 수송되어 왔다고 하다. 이 수송이 뉴스가 되기도 한다. 프랑크푸르트시는 이번 테러사건을 계기로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시장 주변 도로에 차량진입을 막기로 했다고 한다.

베를린의 ‘무너진 교회’ 주변과 ‘크리스마스 시장’을 길게 소개한 것은 그것이 독일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길고 음습한 계절인 겨울에 가장 평화롭고 위안을 주며, 친구들 가족들과 모여서 한 해를 마무리하던 그런 곳이 무차별적인 테러를 당했기 때문이다.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그것이 독일 주민들의 타종교나 난민에 대한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독일정부가 어떤 정책 대응을 취할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금의 사건들이 두려운 것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금기시되어 왔던, 적대적이더라도 서로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던 상대방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부분들조차 공격받고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남북물류포럼 칼럼

김영찬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연구위원

김영찬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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