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어서 더 충격적인 살인 마케팅

▲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고 그 범인이 살인사건에 대한 고백을 책으로 펴낸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내가 살인범이다’의 주요 내용이다.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소재지만 요즘 세상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2009년 체포된 한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범행 과정을 책으로 쓰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영화의 실제 모티브가 된 자신의 살인고백을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로 만든 일본 범죄자의 실화도 존재한다.

▲ 살인사건의 범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 살인사건의 범인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이두석(박시후)은 배우보다 잘생긴 외모에 변호사보다 화려한 언변, 거기다 부녀자 10명을 살해한 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배경으로 자신의 살인 행적을 밝힌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내고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른다.

17년 전 자신의 얼굴에 큰 흉터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잡지 못하고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사 최형구(정재영)에겐 그야말로 악몽 같은 상황이다. 거기에 자신을 광고판으로 삼기 위해 언론을 이끌고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살인범에 그를 쫒아 다니는 철없는 팬들까지...성격 좋은 사람도 참을 수 없는 상황인데 최형구같은 성격까지 나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은 험한 욕설뿐이다.

▲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정재영
▲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정재영
형사역을 맡은 정재영은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걸쭉한 욕설을 쏟아낸다. 영화 속 캐릭터와 완전히 동화됐기 때문일까? 신기하게도 그가 하는 욕설은 들으면서 거북하거나 기분이 나빠지기 보다는 실제 베테랑 형사를 완벽히 연기한 모습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특히 오프닝에 등장하는 범인과의 골목 액션에서는 “비가 내려서 정말 추웠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정재영이 직접 밝힌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는 고난이도 액션을 선보인다.

▲ 스크린에 데뷔한 박시후
▲ 스크린에 데뷔한 박시후
17년간 잊을 수 없던 살인범이 법적으로 용서를 받고 버젓이 사회에 나와 스타 행세를 하는 특이한 캐릭터를 맡은 박시후는 스크린 데뷔라고 하기에는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데뷔 때부터 한 영화 속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던 박시후는 이번 영화에서 대중들 앞에서는 천사의 미소를, 피해자 유가족들에게는 악마의 잔인한 웃음을 짓는 연쇄살인범역할을 소화해내며 영화 속에서 그의 몸에 딱 맞는 수트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박시후의 팬들이라면 물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이 핑 돌 정도로 극심한 다이어트를 통해 만들어 냈다는 멋진 몸매를 감상할 수 있는 수영장 신을 기대해도 좋다.

액션스쿨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로 장편영화 감독 신고식을 치른 정병길 감독은 액션스쿨 출신답게 상업영화 데뷔작인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도 뛰어난 액션장면을 선보였다. 열흘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인천 서구 가정동의 좁은 골목 사이에서 촬영된 영화의 오프닝은 현란한 추격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며, 영화 중반 가장 흥미진진한 포인트인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은 배우들이 실제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아슬아슬한 묘기에 가까운 액션연기를 펼쳐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직접 현장에서 함께 하는 것 같은 실감나는 카메라 앵글은 액션연기를 한층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인상적인 액션장면 못지않게 촘촘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감독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눈이 즐거운 액션이 이어지다가도 범인과의 고난이도 심리싸움이 등장하는 등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 영화 속 형사와 범인으로 대치한 정재영과 박시후
▲ 영화 속 형사와 범인으로 대치한 정재영과 박시후
특히 ‘살인범의 살인고백 소설’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우리 사회의 ‘스타 마케팅’ 현상을 대입하며 무리 없이 풀어나가는 감독의 이야기 전개 능력은 상업영화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다. 영화 곳곳에 명장면이 많지만 살인범과의 공개 TV 국민토론은 감독과 배우 모두 입을 모아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인 만큼 가장 눈여겨 볼 주요 포인트다.

가을에 어울리는 싸늘한 매력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정재영이 무게 있는 연기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거기다 브라운관의 황태자였던 박시후가 잘생긴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로 스크린에서도 거침없이 매력을 뽐낸다.

11월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정재영의 연기내공을 기대하고 봐도, 박시후의 아찔한 매력을 기대하면서 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작이다.

한줄 평 -남자들의 거친 액션에 색다른 소재까지 갖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올 가을 연인들이 ‘늑대소년’을 보러 극장으로 향할 때 부러워하지만 말고 친구들과 당당히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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