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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존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배기찬의 카리스마] 내란과 외환,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내란(內亂)의 상황

2016년 11월 12일과 19일 대한민국, 100만명의 국민들이 수도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 모여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서울과 전국각지에서 모인 남녀노소, 노동자와 농민, 학생과 학부모 등 100만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에 입각해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서 ‘국정을 문란’케 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했다. 5천만 국민의 5%로부터만 지지를 얻는 대통령은 사실상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것이고, 촛불시위에서의 외침은 그것을 온 몸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100만의 국민들이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봉기해 주권자로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이 날의 집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명예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온 국민들이 마음과 몸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꿈적도 하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두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부주의’와 ‘부덕’의 소치이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며,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헌법 제84조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대통령이 퇴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박근혜’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부주의, 부덕’이 아니라 뇌물죄와 강요죄, 기밀누설죄와 직권남용죄 등를 저질렀고, 나아가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본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들이 주장하는 ‘자발적인 하야’(4.19혁명에 의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나 ‘질서있는 퇴진’(6월항쟁에 의한 전두환 정권의 6.29선언 발표)을 택하지 않는 한, 남는 것은 헌법 제65조에 의한 ‘탄핵’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 15일 제1야당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는 명예혁명’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그 이튿날 제2야당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구체제를 넘어설 강력한 정치혁명, 백만 촛불, 시민혁명’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처음에는 부주의와 부덕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과정에서 이것은 실정법을 어긴 명백한 범죄로 발전했다. 11월 20일 검찰은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과 공모하여 기밀을 누설하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도 일정부분 드러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의 수준은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나라를 혼란케 하는 것이다. 바로 형법 제87조가 규정하는 ‘내란죄’, 즉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국헌 문란’이 무엇인지에 대해 형법 제91조는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강압으로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정원과 검찰 등의 국가기관의 올바른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라면 이는 내란죄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외교·안보적으로 거대한 위기가 닥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개인적 위기모면을 위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현재의 상태, 다시 말해 궐위나 사고의 상태’(헌법 71조)를 지속시키는 것도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

대통령 퇴진과 ‘비상시국 국민회의’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질서있는 퇴진’이다. 상황은 단순하다. 1960년 ‘4.19 혁명’처럼, 1987년 ‘6월 항쟁(혁명)’처럼, 2016년 국민에 의해 ‘11월 혁명’이 일어났고,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회수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명목상’(de jure) 대통령일 뿐, ‘사실상’(de facto)의 대통령은 아니다. 사실상의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회수한 ‘국민들’이다. 4.19 혁명시기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회수한 국민들의 대표한 사람들은 ‘민주당’이었다. 6월 항쟁시기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회수한 국민들을 대표한 사람들은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신민주당과 노태우로 대표되는 민정당이었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의 권한을 회수한 국민들은 국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이다. 따라서 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과 새누리당의 개혁파 그리고 시민사회는 현재의 위기상황, 즉 비상시국을 극복할 수 있는 ‘비상시국 국민회의’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상시국 국민회의는 지금부터 박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이 완료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비상시국을 헤쳐 나가는 국민적 역량의 총결집체가 되어야 한다.

‘비상시국 국민회의’는 크게 ‘대표자회의’, ‘부문별회의’, ‘실무회의’, ‘전체회의’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우선 대표자회의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대표자급으로 구성한다. 제1야당에서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당지도급 인사 등 7명, 제2야당에서는 3-4명, 제3야당에서는 2명, 새누리당 개혁파 중에서 5-7명, 시민사회의 대표자급에서 15명 등 총 30명 내외로 구성될 수 있다. 이 비상시국 국민회의 대표자회의에서 거국과도내각 총리후보자를 추천하고 향후의 정치일정과 주요한 국정현안에 대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문별 회의는 국정의 전분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정책적 역량과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것인데, 국회 상임위를 염두에 두고 20개 정도의 부문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 각 부문회의는 30명 내외의 멤버로 이루어지는데, 국회 상임위원과 시민사회(학계, 언론계, 경제계, 시민단체 등) 각 15명 내외로 구성할 수 있다. 이 부문별 회의에서 거국과도내각의 각 부처 장관을 추천해야 한다. 한편 실무회의는 대표자회의와 부문별회의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면서 비상시국 국민회의 전체를 운용하는 회의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회의는 대표자회의, 부문별회의 및 실무회의의 책임자들로 구성되는데 비상시국 국민회의의 결정사안 중 매우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개최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회의는 600~700명 규모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외환(外患)의 위기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내란적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은 지금 외환적 국제정세에 놓여 있기도 하다. 11월 8일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의 운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고 미국의 단기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정책공약을 천명해왔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FTA 폐기 또는 재협상론,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 북한 핵미사일문제에 대한 강경대응과 협상의 병행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의 직접적인 대한정책만이 아니라 대아시아정책도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국의 대미수출에 큰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경제에도 큰 타격이 된다. 또한 일본에 대한 더 많은 방위분담요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고, 이것이 결국 한-중-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조류가 강력히 밀려오고 있음을 명확히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5개월 전인 2016년 6월 영국에서는 영국이 유럽공동체(EU)로부터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고, 영국민의 51.9%가 찬성했다. 영국에서의 브렉시트 찬성과 미국에서의 트럼프 당선은 1990년대 이후 거의 30년 동안 풍미한 세계화, 지역통합, 자유무역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이것은 1980년대 초 신자유주의의 등장 이후 거의 한 세대만의 일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승리는 21세기 오늘날의 세계가 정체성의 정치로 완전히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우선 러시아가 푸틴의 등장 이래 ‘유라시아제국’의 정체성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이다. 또한 중국도 2012년 시진핑의 등장 이래 중국의 꿈을 내세우며 ‘중화제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전략이 일대일로(一帶一路)이다. 일본도 2012년 아베총리의 등장 이래 ‘동아제국’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회상하고 또 회복하기 위해 정상국가화, 군사대국화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도 인종으로는 백인, 종교문화적으로 보수기독교, 정치적으로 보수자유주의에 입각한 프럼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자신의 정체성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한반도의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전통적인 제국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집착하면서 국익을 위해 어떤 것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단된 한반도에 큰 위기이다. 뿐만 아니라 3대에 걸친 세습체제를 완성한 김정은 또한 주체사상과 선군체제를 내걸고 핵무력·경제병진노선을 통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정체성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다시 생존과 흥망의 기로에 선 코리아

오늘날과 같은 내란, 외환의 위기가 우리 역사에 여러 번 있었지만, 오늘날의 상황과 가장 유사한 것은 모두가 인지하듯 19세기 말의 상황이다. 당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는 세력’(New Korean)은 1884년 갑신정변을 조급하게 일으켜 실패함으로써 역사의 큰 호기를 놓쳤지만, 청일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독일·프랑스의 삼국간섭으로 코리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후퇴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그러나 이 기회는 외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1896년부터 독립협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독립신문을 통해 새로운 국가사회의 비전을 전파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국가비전을 가졌으며,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국민운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출했다. 1898년, 이들은 만민공동회를 개최해 근대화된 민주국민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결집하고, 의회설립과 개혁정부 수립에 나섰다.

그러나 1898년 12월 고종과 수구세력은 자주, 민권, 자강운동을 전개했던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탄압하고 군대를 동원해 강제 해산했다. 그리고 1899년에 들어 독립협회 및 만민공동회 지도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역사를 완전히 거꾸로 돌렸다. 이렇게 해서 청일전쟁 뒤 만민공동회에 의해 창출된 ‘카이로스의 때’는 고종과 수구세력에 의해 다시 상실되었다. 새로운 나라를 위한 기회의 때는 완전히 지나가고 망국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1898년 당시 서울 인구가 10여만명에 불과했을 때 주민의 10%에 가까운 1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늘날의 서울시청, 즉 대한문 앞에 모여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횃불을 들었다. 바로 오늘날 서울 시민의 10%에 해당하는 100만명의 국민이 서울시청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외치며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자고 외치는 것과 흡사했다. 그리고 100년 전의 우리 조상들, 즉 새코리안들이 만민공동회를 관민의회로, 나아가 국회로 발전시켜 새로운 코리아를 만들려고 한 것처럼, 오늘날의 우리는 ‘비상시국 국민회의’를 만들어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코리아, 통일코리아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내란과 외환의 위기 가운데, 주변 4강의 족쇄와 핵전쟁과 영구분단의 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나아가 경제사회적 위기까지 더해진 총체적 위기 가운데 서 있다. 거대한 위기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5천만 국민의 지혜와 힘으로 새로운 정치적 구심을 만들고, 새로운 국가제도를 만들며,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100년 전처럼 전쟁과 망국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8천만 우리 민족을 집어 삼킬 것이다.

배기찬 /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부문대표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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