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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한반도

트럼트의 미국은 세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의 성향, 그의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기존의 ‘세계 경찰’ 노릇은 버리고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대 한반도 정책도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트럼프 당선 다음날인 10일 국내 전문가, 언론, 정당들이 트럼프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그 중엔 ‘별로 변화가 없을 것’ ‘한미 동맹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안이한 관점도 있고, ‘국가 안보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다소 성급한 관점도 있다.

“선거용 발언과 실제 의도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조선일보)

“오랜 혈맹인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굳건한 신뢰를 토대로 더욱 성숙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새누리당 논평)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지자 결집을 위해 다소 ‘센’ 발언을 쏟아내긴 했지만 향후 인수위로부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을 듣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한반도 정책이 큰 틀에서 수정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반면, 미국 민주당 정부의 기존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을 지지대로 당선된 트럼프 입장에서는 기존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볼 수밖에 없고, 한반도 정책도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트럼프 당선자도 북한의 도발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기존 발언들을 해석해보면 오바마 정부보다는 대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 매일경제)

“전시작전권의 완전한 전환을 추진하고 이 책임을 한국인의 손에 넘기려 할 수 있다. 동맹국의 더 많은 부담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지지할 것이다.”(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대북 정책 자체가 트럼프에겐 우선순위가 아니다. 한국 외교안보 정책은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중앙일보)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와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트럼프는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 즉 미국 우선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실리를 버리고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높다.”(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한겨레)

“트럼프의 돌발적인 정책에 대비해 대북 방어 전략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 모두 세계 질서에 대격변을 몰고온 트럼프 시대에 대비할 비상플랜을 빈틈없도록 마련해야 한다.”(매일경제 사설)

“한국은 이 예측 불가능성이란 새로운 도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안을 마련, 주변국을 설득하는 주도적 역할은 바로 한국이 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마비 상태지만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경향신문 사설)

그동안 한반도 전문가들이 숱하게 제기해 온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한 대외 관계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미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조속히 하야하고, 책임총리든 조기 대선이든 권력을 이양하는 것에서부터 한반도 위기 돌파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도도 적지 않다.

“한미동맹의 관성이 미국에서 변화가 오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탄탄하게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 등 대미 레버리지를 다 써버렸고, 트럼프 쪽에 네트워크도 없다. 우리로서는 무너진 대통령 리더십을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최대한 우리를 뽑아 먹으려 할 거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봄쯤 조기 대선을 통해 빨리 정치 리더십을 안정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김준형 한동대 교수, 오마이뉴스)

“국정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쉽지 않은 국면이지만 지금 한국은 리더십조차 공백 상황이다. 당장 누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지, 전화를 걸어와도 누가 받아야 할지조차 불분명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불참 결정이 상징하듯 그게 박 대통령이 아니라는 건 국민적 컨센서스다.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정비하는 일이 급선무인 까닭이다. 실권을 가진 책임총리를 뽑아 하루속히 내치와 외치를 포함한 모든 국정을 맡겨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비상한 상황이다. 혹시라도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외적 도전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설상가상의 이중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게이트'의 당사자인 박 대통령 스스로 2선 후퇴와 국정 이양 의사를 명확히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중앙일보 사설)

“국민들은 불안하다. 국정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정농단을 주도하고 공식조직은 액세서리 취급하며 대면도 안 하는 박근혜 리더십으로는 ‘대한민국호’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없다. 외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한미관계의 계속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안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대통령은 신속히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리더십을 재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결단할 차례이다.”(더불어민주당 논평)

“정의당은 이러한 우려스런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권의 헌정유린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외우내환’의 우려를 낳지 않도록 정치권과 관계기관에도 철저하고 합리적인 대비를 주문한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미국의 변화를 하야 국면 전환용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며, 변화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외에서 신뢰를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하야를 촉구한다.”(정의당 논평)

11월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하루속히 책임총리를 뽑아 내치는 물론 외치까지 맡기는 게 위기 극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이 ‘자국 안보’ 강화로 간다면 우리나라에겐 자체 핵무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이 미국의 묵인 하에 핵무장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미국의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한국 안보를 핵보유를 통해 한국 스스로 책임지면서 부족한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건강하고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세계일보)

국내의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비판하면서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당선은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던지게 한다. 우리는 국방을 사실상 미국에 맡기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열중해왔다. 심지어 나라 지키는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핵 미사일 막는 사드 배치까지 반대하는 지경이다. 이러다 어느 날 미국이 ‘다른 미국’으로 바뀔 때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조선일보 사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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