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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통일운동, 제3의 길이 필요하다현재의 남북 기독교 교류나 지원은 통합 아닌 분열운동 될 가능성 높아

이제까지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아야 하는 필요성과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 새터민에 대한 조사 연구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요컨대, 통일은 두 체제의 통합이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동일한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두 체제가 통합된 사회에 살게 될 때에는 이전에 삶을 지탱해 주던 규범들이 지속적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찍이 사회학자인 뒤르케임이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목격했던 서구 사회의 아노미(무규범) 상태와 같은 것이다. 뒤르케임이 사회 구조가 변한 현대의 상황을, 옛 가치와 규범과 제도가 내몰린 그 자리에 아직 새 가치와 규범과 제도를 채 들여다 놓지 못한 도덕적 진공 상태가 가지는 도덕적 문제로 본 것같이, 통일된 이후의 사회는 새로운 가치와 규범과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한 도덕적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규범이나 가치 체계를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독일처럼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사회 통합은 우리들에게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통일 후’ 전개되어야 할 재사회화를 통한 사회통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환경으로서의 ‘통일 후’의 시기에 이루어질 각 개인들의 재사회화가 완성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사회화의 과정에서 가장 효과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공동체라고 하는 준거집단의 제공에 있는데, 그것은 공동체의 형성이 사회 구성원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그리고 소통이라고 하는 재사회화의 장으로서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 공동체 중의 하나인 교회가 가지는 사회통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통일 이후 사회 통합을 위해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이런 것이다. 교회와 남북한 사회의 통합에 대한 연구들은 흔히 남북한 기독교 사이의 교류에 주목하면서 기독교간 교류가 증대되면 자연히 이질화가 약화되어 남북 기독교간에 통합을 이루게 되고 이를 계기로 하여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런 주장에서는 대부분 ‘사회’를 정치와 경제, 또는 (좁은 의미의 문화 예술의 차원에 국한되는) 문화와 구분되는 일반인 또는 서민의 영역이라는 매우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 이해하며 사회 영역의 통합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사회통합은 보다 근본을 이루는 뜻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의 규범 및 가치와 관련된 의미 체계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질적인 두 집단 사이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시민단체들의 역할, 그 중에서도 종교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앞에서도 논의하였듯이, 사회 통합의 정치 제도나 경제 체제와 같은 체계상의 통합이 아니라 생활 세계 또는 시민 사회 영역에서의 통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편적 가치를 창출하는 종교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매우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통일 이후 교회들의 역할이다. 통일 이전에는 독일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동독과 서독 지역의 교회들이 통일 이후에는 그러한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말았다. 통일이 되자 동독 지역의 교회들이 더 이상 서독 지역 교회들의 도움이 없이도 스스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서독 지역 교회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다.

그러나 구동독 지역 사람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사회주의 무신론 교육의 영향으로 신앙은 ‘민중의 아편’이라는 의식과 기독교는 ‘자본주의 침략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분위기는 동독 지역에 그치지 않고, 서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독일교회는 새로운 전환점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동·서독 분단 후 동부 지역은 인구의 약 20%가 기독교인으로 집계가 되고 있고, 서부 지역은 약 80%가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통독 후에는 전 지역에서 기독교인의 6.2%가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서독 교회 사이의 협력관계가 단절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류를 넘어 새로운 가치의 창출로
한편으로,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사회 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단순히 분단된 지역에 있는 교회들 사이의 교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한대로, 사회 통합은 단순히 동질성을 회복하거나 기존 체제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질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러한 가치에 의한 재사회화를 하는 것이 통일 후 사회 통합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독일 통일과 통일 이후 과정에서 독일 교회의 역할에 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독일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몰트만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회가 일자리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교회는 시장경제가 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을 주는 곳이지요. 공산주의 국가들은 평등은 있지만 자유가 없고 서구에서는 자유는 있지만 평등은 없는 상황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연결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 이후에 남북한의 사회 통합의 역할에서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통일과 관련된 교회의 역할은 크게 양분된 영역에서 진행되어 왔다. 한편에서는 북한 선교의 관점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세워진 교회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직접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에 사로잡혀 북한에 상존하고 있다고 믿는 지하교회 성도들과의 연결을 모색하고 실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성경과 전도지를 전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활동들이 매우 순수한 복음에 대한 열정의 표현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아직도 적대적인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북한 선교 운동은 북한 당국의 기독교에 대한 태도를 더욱 경색시킬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나아가 한반도 통일의 전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 교단을 중심으로 ‘기독교 통일 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남북교회가 신앙의 기초 위에 영적, 물질적 자산을 나누고 공유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의 선교 사명을 다하는 것을 목적으로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운동이 분명히 조국의 평화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기독교 교류 운동이나, 기독교계 안에서조차 기독교적인 것들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다고 비판받고 있으며 이의 반체제적 정서와 통일에 대한 정치적 접근방법으로 인해 정부의 통일정책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같이 현재의 남북 기독교 교류를 살펴보면 자칫 통합이 아닌 분열 운동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통일을 위한 현재의 기독교계 활동을 고려할 때 제3의 방법이 요구된다. 그것은 현실 정치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고 순수하게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통일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곧 분단의 영향으로 형성된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지양하고 상호 인정에 바탕을 둔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고 통일 후 삶의 단절을 겪게 될 사람들과 재사회화의 과정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기독교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의 사회 형태인 교회가 시민 사회 속에서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전달할 수 있는 사회적 보편 가치들, 즉 민주주의, 인권, 윤리의 내용들을 어떻게 만들어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곧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교육을 통한 사회봉사라는 입장에서 통일 후의 시기를 맞는 통일 한국의 시민들에게 가치의 전환과 자아 정체성의 재정립 등으로 재사회화의 과정을 돕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그 영향력이 단순히 종교단체의 하나로서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 영역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가 가진 보편주의 사상과 관행을 더욱 계발시켜 그것을 통일 한국의 사회 구성 원리로 제시하여 그에 근거한 사회 통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기독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소속된 구성원들에 대해서만 권위를 행사할 것이 아니라 그 울타리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서 남과 북의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통합의 마당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남한의 교회들이 전개하고 있는 북한 선교도 이러한 차원에서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회는 통일 후 남북한 사회구성원들의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 및 가치체계를 모색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현실 자본주의 및 사회주의는 두 체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왜곡되고 억압된 삶을 살도록 강요하고 있다. 북한 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남한 사회 역시 성서에서 제시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나치게 물질을 중시하는 경제주의식 사고, 자기 가족과 자기 소속 집단 중심의 삶의 태도, 그리고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 체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존의 가치를 초월하여 성서가 제시하고 있는 본래의 기독교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및 규범이 통일된 국가의 가치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면서도 비기독교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의 가치, 신학이나 신앙의 표현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성서의 원리로 한민족 전체를 묶어 줄 수 있는 공통의 가치 의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두 사회의 구성원들의 감성을 담아 표현하는 데 걸림이 없는 새로운 언어가 창조되어야 한다. 이럴 때라야 한국의 기독교는 진정으로 한국인들의 심성과 습속 깊이 자리 잡아 결속시키는 하나의 ‘시민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끝>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의 '사회통합의 눈으로 통일 바라보기'는 이번 회가 마지막임을 알려드립니다. 사회학자의 눈으로 깊이있게 탈북자, 남북통일 문제를 짚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재영  ccyong@gsp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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