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 해피런(주) 대표>
▲ <노규수 해피런(주) 대표>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행위의 이유가 있다. 또한 그 행동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곁들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비록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경영자라 할지라도 단지 돈만 쫓아가기 보다는, 그 사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꿈과 이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자부한다. 필자가 6년 전 충청도 수안보에 약초 야생농장을 일구고, 4년 전부터 그 약초를 기초 원료로 건강식품 사업에 착수한 이유도 필자로서는 당연히 추구하고자 하는 꿈과 이상이 있었다. 

가장 바랐던 꿈은 불법유통 사업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재산과 건강, 더 나아가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분들이 추구해온 삶의 문화를 저생산성에서 고생산성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자녀들 눈치 안 보고 스스로의 힘으로 노년을 살 수 있도록 ‘사업적 틀과 도구’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자미원’이라 이름 붙인 야생농장이다. 

어느 누구든지, 시간이 날 때마다 친지들과 함께 그 ‘협동농장’을 관리하면서 약초를 채취하고, 그 약초를 원료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만들어 가족과 고객들에게 전달해나가는 일이라면 큰 밑천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일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노년세대의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이 외톨이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 일정하게 자리 잡는 문화의 창조다.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 즉 사회쇠약증후군(Social Breakdown Syndrome)을 앓고 있는 실버세대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기도 하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이 잃어버린 건강과 재산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 있다면, 또한 노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과 순화되고 동화하여 자연의 과실(果實)을 얻는 것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그만큼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노년세대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그릇’이 작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년층 비율이 13.1%라고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가짱 빠른 고령화 템포다.

그러나 직장을 떠나는 법정 정년퇴직 연령인 5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그보다 훨씬 많고 심각하다. 

3년 후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00만 명 정도의 베이부머(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65세 이상의 노년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곧 20년 전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2018년부터는 ‘고령 사회’ 나라가 된다. 11년 후인 2026년부터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간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 새로운 문화와 질서를 필요로 할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낙향한 75세 노인이 어느 날 노인정에 가서 ‘고향선배들’에게 인사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후부터는 마을회관 가기가 겁나 하더라는 것이다. 모 방송 프로그램 ‘6시 내고향’에 나온 얘기란다. 

최하 80세 이상의 ‘형들’이 마을회관에 우르르 모여 75세 노인을 ‘막내 취급’ 하면서 “물 떠와라”, “막걸리 받아 와라”, “라면 끓여라”와 같은 시시콜콜한 심부름만 시키다 보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시중들기 싫어 집안에만 있다는 푸념어린 말이다. 

그러니 65세 초보 노인은 감히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삶과 문화를 나타내는 하나의 편린이다. 

그것을 새로운 문화와 질서라고까지 거대한 타이틀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농촌마을은 주로 노인들만 거주하는 ‘노인정’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75세는 서울에서 지하철도 공짜로 타고 경로석에 버젓이 앉을 권리(?)도 있었는데, 시골 고향마을로 가니 그 특권조차 사라졌다는 우스갯소리다. 

문제는 앞으로 점점 늘어나는 노인들의 ‘생활의 질’에 있다. OECD는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이 49.6%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최근 발표했다. 

노년세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서 먹고살아가야 할지 가장 막막한 나라가 한국이란 뜻이다. 일본의 20년 전과 한국의 현재 상황이 비슷한 실정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고령사회에 접어들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20년간이나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으니, 한국도 장기 불황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어느 나라든 경제 사정이 그 나라의 생활문화를 규정짓고, 인간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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