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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스토리보다 실패스토리가 많아져야 합니다"실패와 아픔을 나누는 탈북 공동체, '한터'에 심기는 씨앗을 톺아보다


   
▲ 한터에서 방과후 공부중인 학생들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한터’(대표 이훈 목사)는 강서구에 위치해 강서, 양천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별히 청소년과 청년들을 돕는 기관으로, 2년 전 온누리교회의 나눔 사역의 하나로 시작됐다. 통일 후 북한사회를 재건해 나갈 수 있도록 양육하여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한터를 찾았다.

한터의 영어 이름은 ‘Common Ground’이다. 성경 말씀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전3:11)에서 온 이름이다. 남과 북, 탈북자들 모두 서로 한 데 어울리는 땅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한터는 이제 고작 2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에도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청소년 공부방, 상담, 취업지원 등은 다른 탈북자 대상 기관에서도 진행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눈을 부릅뜨고 관찰해도 한터의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대표인 이훈 목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직접 묻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탈북 청소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계신가요?
그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탈북한 아이들이라고 특별히 다르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자라온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아서, 다른 문화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가 되라고 가르쳐요. 예수도 약한 사람을 세워서 강자들을 부끄럽게 했으니까요.

이훈 목사는 대학생 시절부터 사회적 약자들에 관심이 많았다. 야학을 열어 지방에서 올라온 청소년들의 공부를 도왔다. 87년도부터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하다가, 캐나다 메노나이트 공동체에 들어가 13년을 넘게 살았다. 그러다 2년 반전에 돌아와 한터를 맡게 되었다.


   
▲ 한터 공동체 이훈 목사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 캐나다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오랜 시간 있었습니다. 이유는요?
재세례파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를 배우기 좋은 곳이라 해서 갔어요. 거기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요. 메노나이트 공동체의 장점을 요약해서 표현한다면 ‘우리 안에 있는 이중성, 이중 잣대를 극복’하는 거예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삶, 제자도의 삶을 사는 거지요. 그리고 기쁨과 아픔을 깊이 나눠요. 어떤 일을 정할 때에도 다수결이 아니에요. 한 사람의 목소리도 가치 있게 여기고 대화해요. 수직적인 조직이 수평적으로 될 때, 그 평평함이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라 깨달았어요.

- ‘한터’를 그런 공동체로 만들고 싶겠어요.
그렇죠. 공동체를 잃어버리면 다 잃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탈북 청소년들은 아주 귀해요. 남한 사회에는 이미 공동체가 무너져 버렸잖아요. 가족이 해체되고요.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준 어두운 결과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온 아이들은 대가족 시스템에 익숙하고, 의리나 연대감, 공감능력이 높은 편입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자신의 엄마, 아빠에 대한 측은함을 항상 품고 있어요.

- 탈북 청소년들의 가정이 깨어진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돌보고 계신지요?
탈북자들도 1세대와 1.5세대가 있더라고요. 1세대는 새로운 문화권에 와서 어울리기보다는 ‘생존’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아요. 살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1.5세대들은 학교에 다니고 사회를 인식해요. 경험도 많고, 적응력도 높아요. 그런데 탈북 청소년들 대부분이 1.5세대, 2세대인데도 불구하고, 편부, 편모 가정에서 자라기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아요. 1세대 부모들이 자기의 상처를 아이를 통해 보답 받고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일례죠. 대학갈 때 전공도 부모가 선택하고, 심지어는 직업도 부모가 정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의 상처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거죠.

-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봐주고 계신가요? 
10명의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그룹홈’이죠.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모아 가족처럼 살도록 한 복지제도다. 관리모는 아이들에게 부모 역할을 하고, 아이들은 가족과 같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담당자들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 열악한 조건 때문에 사회복지사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제도 중의 하나다. 이 목사는 14살에서부터 22살에 이르기까지 10명의 탈북청소년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 힘들지 않으신지요?
익숙해요. 4명을 입양해서 키웠던 경험도 있고요. 둘은 결혼시키고 막내도 대학 졸업반이니까 다 잘 길렀지요. 앞서 공동체에 대해서 말했듯이, 이중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룹홈 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아이들을 돌본다면서 나의 삶과 아이들의 삶이 구분되어지고, 기관과 집 사이에 벽이 생긴다면 제대로 된 공동체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요.


   
▲ 한터 공동체 이훈 목사 ⓒ유코리아뉴스 이범진

한터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학교를 경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넘어지더라도 남한 사회의 공동체를 그대로 경험하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해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품어주는 공동체 ‘한터’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 ‘성공’은 결코 ‘성공’이 아니라는 게 이 목사의 뚜렷한 주관이다.

-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나요?
거창하지 않아요.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쉼을 주는 사람이요. 곁을 주는 사람이요. 그러면 역할은 자연스럽게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흔히 ‘위대한 프로젝트’를 목표로 삼고,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달리는데 그러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위대한 꿈을 갖는 것을 추천하지 않아요. 그래서 집에서도 그냥 느슨하고 편하게 지내도록 하고 있어요.

- ‘위대한 프로젝트’가 그들이 바라는 성공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인간은 결코 도구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국가도 ‘산업의 역군’이라는 표현을 쓰고, 교회에서도 ‘하나님 쓰시는 그릇’ 등 도구적인 용어가 많은데 좀 불편해요. 예수가 제자들을 선택해 세운 것은 도구적인 게 아니었어요. 회복하고 돕고자 부르신 게 먼저였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통일의 주역이 되라며 위대한 프로젝트를 주입시키고 “그것이 성공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고 봐요.

-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로 보는 것이 남한 사회입니다. 아이들의 대학 진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탈북 청소년들이 누리는 특례입학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대학에 들어가서 헉헉 거리다가 중도탈락해요. 개인적, 국가적 낭비예요. 한국처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가 없잖아요?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뿌리 깊은 병 때문이에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합니다. “특례입학 같은 것 없어지는 게 너희들에게 진짜 좋다”고요.

-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속빈 성공스토리를 쓰느니, 실패스토리가 많아지는 것이 좋습니다. 어줍지 않은 성공스토리를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은 아주 위험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해요. 아파해요. 그래서 실패와 아픔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지, 한두 사람의 성공 신화를 만드는 게 급한 일이 아니에요.

성공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더 편안해 보였다. 이 목사를 '큰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도 있다. 한터를 경험한 어떤이의 시다. 
 

나는 한터가 좋더라

주님을 향한 마음과 마음들이 모이고 모이는 곳
그래서 내 집처럼 맘이 편한 곳
여기 한터가 나는 좋더라

만나면 헤어짐이 싫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또 만나고
싶어지는 그리운 얼굴들이 있는 이 곳
여기 한터가 나는 좋더라

슬픈 맘이 있는 사람 이곳에 오면 그 맘은 성령으로
충만되니 슬픔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아픔이 있는 사람 이곳에 오면 주님의 사랑의 손길
더 해져 어느새 아픔은 가시듯 사라지니..

그래서 좋더라 여기 한터가
우리 주님 사랑이 분수처럼 넘쳐나니
나는 좋더라 한터가 좋더라



한터는 충남 태안에 탈북자들의 농촌 공동체도 시작했다. 단순히 탈북자들이 농촌 출신이라서 일을 잘하고 적응이 쉬울 것 같아서가 아니다. 도시에만 정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명 도시에서 올바른 공동체를 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터에는 지금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다. 보통은 5년 후, 10년 후에는 그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까 걱정하지만 이 땅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누군가 열매 맺지 못하면 그와 나눌 것이고, 고단한 그와 함께 머물며 쉴 곁을 내어줄 공동체이니 말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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