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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굿윌가게 오픈할 테니 두고보십시오"한국굿윌 본격 시작한 장형옥 함께하는재단 이사장의 꿈과 헌신

세상엔 좋은 뜻을 실현하려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굿윌인더스트리도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다. 장애인이나 소외계층 대상의 구호활동이 아닌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재원은 일반인들이 기증한 물품 판매에서 나온다. 기부 참여도 참여지만 기부를 통해 하는 일이 엄청나다. 2010년 한 해의 통계만 보자. 미국과 캐나다의 기부자만 740만명, 전세계 3600여개 가게에서 40억 달러(약 4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만 240만명이 직업훈련을 받았고, 그 중 17만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1902년 미국 보스턴의 감리교 목사 에드거 헬름에 의해 시작된 굿윌인더스트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복지회사’로 자리잡았다.

한국 굿윌은 지난 2003년 부산 호산나교회와 서울 세신감리교회 안에 각각 매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미국 굿윌과 정식 계약을 맺은 건 지난해 6월이다. 이후 한국 굿윌이 직접 관할하는 직영점이 오픈한 건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점(6호점)이 처음이다. 이 한국 굿윌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장형옥(59·남서울은혜교회 장로) 이사장이다. 한국굿윌이사회와 함께하는재단 이사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 한국 굿윌을 본격 시작한 장형옥 함께하는재단 이사장은 "원래 수줍음이 많은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낯이 많이 두꺼워졌다"며 활짝 웃었다.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최근 서울 수서동 남서울은혜교회 옆에 있는 함께하는재단 사무실에서 장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30분이 훌쩍 지나서 사무실에 나타났다. 삼성전자 직원들과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증한 물품을 일일이 챙기느라 늦었던 것이다.

“저는 원래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인데 요즘엔 굉장히 용감해졌어요. 명분이 있고 분명한목적이 있으니까 나도 모르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가 하는 일은 단체나 개인을 찾아다니며 물품 기증이나 재정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미국 굿윌의 화려한 실적에 비해 아직은 미미하다. 후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부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한국의 풍토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게 임대료나 관리비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생긴 가든파이브점을 제외한 국내 5개 굿윌가게의 1년 매출액은 10억원. 이 중 임대료나 관리비를 제외한 수익이 굿윌가게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나 소외 계층 직원들의 급여가 된다. 수익금의 2%는 한국굿윌본부에 내야 한다. 한국본부는 그 중의 절반을 로열티 명목으로 다시 미국 굿윌에 지불한다. 올해 한국 굿윌의 목표는 10호 점까지 굿윌 가게를 늘리는 것. 매출액 목표도 지난해보다 150% 상승한 25억원이다.

가능할까. 장 이사장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시무하는 남서울은혜교회만 하더라도 매주 월요일이면 성도들이 주일에 기증한 온갖 물품들이 커다란 박스로 몇 개나 쌓인다. 기업이나 학교의 기증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엔 부유층 거주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에서 기증 행사도 예정돼 있다.

한국 굿윌의 목표는 100개의 가게에 3000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다. 보통 굿윌가게 하나당 장애인 3명, 비장애인 1명, 자원봉사자 1명이 필요하다. 기증물품을 실어오고, 가공하고, 가게에 비치하고, 판매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비장애인은 주로 다문화가정이나 55세 이상 노인, 청년실업자, 그리고 탈북자다. 탈북자는 현재 송파점, 가든파이브점, 함께하는재단 내 탈북민자립지원센터에 각각 1명 등 모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굿윌 가게와 탈북민, 무슨 사이?

   
▲ 지난해 가을 취업교육훈련에 참석한 탈북자들에게 장형옥 이사장이 격려의 말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재단

굿윌 가게에 탈북민이 일하게 된 것은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위원회(통선위·지도목사 김영식)가 4년 전에 시작한 탈북민 사역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통선위는 탈북민 사역의 궁극적인 성공은 탈북자들의 취업에 있다고 보고 2008년부터 탈북자 대상 취업교육을 실시해 왔다. 한 회에 60명씩 1개월간, 1년에 3~4회 개최했다. 올 봄이 14기째다. 지금 이 사역은 남서울은혜교회통선위가 아닌 함께하는재단이 맡고 있다. 밀알재단이 맡았다가 다시 한반도평화연구원이 주관했다가 결국 함께하는재단이 떠안게 된 것이다. 1개월 취업훈련에 들어가는 비용만 2500만원. 1년에 1억을 탈북자 취업훈련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후원금 1000만원 들어오면 탈탈 털어 취업훈련에 씁니다. 그렇게 해도 탈북자 취업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생각이 복잡하지만 결국 통일 준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까 포기할 수는 없는 거죠.”

탈북자들에게 일반 회사의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장 이사장이 주로 문을 두드리는 곳은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서 어렵게 취업이 돼도 3개월을 버티는 경우가 드물다. 장 이사장을 비롯해 탈북 사역자들이 탈북자 취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물론 모든 탈북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 입국 5년 미만과 5년 이후의 탈북자로 분리해 봐야 한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입국 5년 이내 탈북자들은 정부지원금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탈북자에겐 정부 지원금이 ‘훨씬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취업훈련이나 취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탈북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장 이사장은 지적했다. 과거에는 정부가 정착금 등 각종 지원금을 일시불로 탈북자에게 지급했다. 한꺼번에 목돈을 쥐게 된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나 가족들의 입국 때 도움을 준 브로커들에 그 돈을 고스란히 바친다. 그렇다보니 정부가 제도를 바꿨다. 일시불 대신 조금씩 나눠서 정착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정착금은 탈북자가 가진 자격증 여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탈북자들이 한 곳에 취업하려 하기보다는 훈련받고, 자격증 따는 일에 더 매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탈북자 중엔 스스로 능력이 모자라 회사에 기여하지 못해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성실하게 일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신앙과 함께 전공과 달란트를 살려서 잘 취업시켜주는 게 저희 재단의 목표입니다.”

탈북자 취업훈련생에게 장 이사장이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게 있다. 333법칙이다. 입사 후 3일을 버티기가 제일 힘든데 3일을 버티면 3주를 버티고, 3주를 잘 버티면 3개월을 버틴다는 것이다. 3개월을 잘 버티면 결국 3년도 버틸 수 있고, 남한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도전하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마치 몇 십년 NGO를 이끌어온 사람처럼 거침이 없었다. 장애인, 탈북자를 자립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이 바닥에서 뼈가 굵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30년 넘게 삼성에서 근무했던 ‘삼성맨’이다. 삼성에서 임원만 15년을 했다. 2010년 12월, 만 31년 근무한 삼성을 정년 은퇴하면서 자신도 아내도 다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성수련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니자’고. 하지만 다짐은 다짐일 뿐이었다. 교회 담임목사인 홍정길 목사의 부탁으로 꼼짝없이 재단 일을 떠맡았던 것이다. 맡을 때도 파트타임이었지 풀타임은 아니었다. 그랬는데….

“제 꿈은 원래 교수였습니다. 그런데 집안이 워낙 가난해 교수의 꿈을 잠시 접고 삼성에 입사했죠. 지금도 호서대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나사렛대 겸임교수를 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이사장을 맡을 때도 ‘대표이사를 두고 저는 1주일에 한두 번 와서 전체적인 것만 봐주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사장을 해보니 매일 출근해도 할 일을 다 못할 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았죠.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 풀타임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웃음)”

   
▲ 함께하는재단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장형옥 이사장. ⓒ유코리아뉴스

북한에 굿윌 가게 오픈하는 게 목표...중보기도단, 측면 지원

‘어쩌다’ 맡았지만 장 이사장은 이 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상위 계층의 기부를 통한 하위 계층의 자립은 갈수록 깊어지는 계층간 골 사이로 다리를 놓는 일이라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 19세기 말, 20세기 초 계급 갈등이 극심했던 영국에서 피의 혁명을 막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상류층의 자발적인 기부와 헌신 때문이었다. 현직 서울시장의 힘도 ‘시민 참여형 기부문화’ 확산을 이끌어왔다는 점 때문이었다는 것.

장 이사장의 확신 앞에 아내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왜 목사님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느냐”며 속상해하던 아내는 이제 자원봉사팀을 도와 상품 분류, 판매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다. 굿윌 사업을 위한 중보기도팀도 만들어졌다. 장 이사장도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 굿윌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해오고 있다.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도할 때 길이 열리기 때문이죠. 기도할 때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산과 같은 재정, 관계, 훈련 등의 문제가 스르르 녹아내리기 때문이죠.”

장 이사장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에 굿윌 가게를 여는 것이다. 남한의 풍부한 잉여물자와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가 합치면 남한의 굿윌 가게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을 거라는 전망이다. “까마득히 먼 얘기 같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장 이사장은 곧바로 직원들과의 회의에 들어갔다. 분명한 골인 지점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그가 머지않아 일을 내고야 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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