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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을 소재로 예능 방송이 가능할까?'이제 만나러 갑니다-그녀들이 돌아왔다, 탈북미녀'가 보여준 가능성


지난 번 글을 통해 소개되었던 동아종편 채널A의 교양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탈북 미녀 특집>의 콘셉을 이어, 2012년 4월 22일, 29일 <그녀들이 돌아왔다, 탈북 미녀> 스페셜이 방영되었다. <탈북 미녀 특집>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앞으로도 이 기획대로 방송을 계속해 갈 것임을 밝혔다.

   
▲ 매주 일요일 밤 10시 40분에 종편채널 '채널A'를 통해 방송된다.

방송 초반부에 다시 한 번 “편견을 깨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 한다.”고 프로그램의 포부를 밝히면서 시작된 <이제 만나러 갑니다 - 그녀들이 돌아왔다, 탈북 미녀> 방송에서는 이전 보다 조금 더 세밀한 기획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 방송 후의 피드백을 의식해서 인지, 출연진들의 방송 출연 이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출연자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제작진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는 제스처인 듯 했다. 출연자 중 김모씨를 소개할 때는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운동 때문에 출연하게 된 분이라고 소개하며, “여기 있는 (출연하신) 분들은 다 용기 있는 분들이다. 탈북자로 이 땅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준 용기라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발언을 통해 출연진들의 입장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번 <미디어 비평> 기사에서 지적했던 문제점 중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사 표제의 선정성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방송 이후에 나온 기사들에서는 [매일경제] [탈북 20대 얼짱女, 北서는 ‘사랑해’] 대신, [동아일보] [꽃제비 사연-이산아픔, 유쾌한 수다로 훌훌 털어요] 등의 비교적(?) 건전한 표제의 기사들이 등장하였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진들의 북쪽 고향 가족의 안전에 대한 문제나, 거침없이 탈북 이유를 묻는 MC들의 질문 등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만나러 갑니다> 방송이 가진 이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점들을 몇 가지 짚어보려 한다.

먼저, 이질감의 해소에 대한 부분이다. 출연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일상을 접하면서,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구나, 탈북자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함북 온성 출신의 권모씨는 출중한 기타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기타 실력을 이용하여, 기타 연주 과외 교습을 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남쪽 게스트들은 북한에도 우리의 학원 레슨과 비슷한 악기 과외 교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한 북한에서는 어릴 적에 무엇을 하며 노느냐는 MC의 질문에, 출연자들은 ‘줄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을 하고 논다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쎄쎄쎄-푸른 하늘 은하수’ 등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놀이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고무줄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는 남한은 ‘무찌르자 공산당’이었고, 북한은 ‘美제국주의를 타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체제 이념에 따라 부르는 노래의 내용은 달랐으나, 분명 어릴 적 같은 놀이를 하며 자란 동질의 문화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오락회’ 문화도 화제가 됐다. 평소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자리, 결혼식을 마친 후 모두 함께 즐겁게 노는 자리 등을 ‘오락회’라고 부른다면서, 예로부터 가무(歌舞)를 즐겨하였던 우리 민족의 특성이 서로의 문화 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두 번째는 북한의 일상, 북한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4월 29일 방송을 통해서 북한의 선전대(공기업소나 탄광 등의 노동력 동원을 위한 선전 및 당 사업 홍보, 예술 활동을 통한 격려‧위안 등의 활동을 하는 조직) 출신 출연자들이 여럿 소개 되었다. ‘예술선전대 메가폰수(메가폰을 잡고 주로 출퇴근 시간에 선전대 방송을 하는 사람)’출신 송모씨와 그 보다 지위가 높은 ‘도 선전부 방송원’을 했던 유모씨가 소개되었는데, “모두가 배신하고 떠날 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사회주의를 지키리라!”라고 목청 높여 방송을 하다가 다음 날 탈북했다고 밝혀 폭소가 터지기도 하였다. 북한의 선전대는 남한 일반 기업의 홍보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나라를 위해 기업소를 홍보하고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조직이다. 선전대 출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라면, 전혀 몰랐을 만한 북한의 기업 문화이다.

   
▲ 종편방송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그녀들이 돌아왔다, 탈북 미녀> 편.


또한 한 번 입대하면 10년 이상 복무해야 하지만 군내 연애는 허용되지 않는 북한의 군대 문화나, 사귀는 것을 곧 결혼하는 것으로 여기는 북한의 연애 문화 등을 출연진들의 사연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식량난 때문에 군대 내에서도 물자(배급) 담당자가 가장 힘이 있고, 점점 돈이 중요해지면서 돈 잘 버는 남자가 일등 신랑감이 된 것도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북한의 현재 모습이다.

세 번째는 북한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개인 집에서 악기 과외 교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돈을 받고 따로 강습을 하는 것은 비사회주의 활동이라고 비난 받으며 비법(불법) 활동으로 절대 허용되지 않았겠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활동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북한에 부는 한류의 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 북한에서도 남한의 드라마나 노래를 많이 보고 듣는다지만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었는데, 출연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남한 대중가요(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와 김수희의 ‘애모’)를 다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남한 게스트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특히, 2010년 12월에 탈북했다는 출연자는 자기 친구들 중에 군대에 가는 친구가 있으면, 입대 전날 모여 놀면서 ‘이등병의 편지’를 함께 부르며 같이 울곤 했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억압한다 해도 북한 일반 대중들의 생활 속에 남한 문화가 이미 빠르게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네 번째는 북한 인권 실상의 폭로이다. 4월 29일 방송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내용이 크게 이슈가 되었다. 출연진 중 차모씨는 중국과 무역을 하는 친구를 따라 구경을 갔다가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고 중국에 팔려가는 일을 겪었다고 자신의 탈북 경위를 털어놓았다. 20년 지기 단짝 친구가 자신을 중국 남자에게 팔아넘긴 것이었고, 6년 동안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장사도 하며 노력을 했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 북한에 인신매매가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한국에 온 지 9년 된 문씨의 사연은 더욱 기가 막혔다. 중국 아줌마의 소개로 중국인과 결혼을 하기로 한 첫째 언니를 만나기 위해 온 가족이 중국에 갔다가, 다른 두 언니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중국 아줌마가 두 언니를 팔아넘긴 것이었다. 남겨진 아버지와 막내였던 본인은 집집마다 다니며 농사일을 도우면서 북한으로 돌아갈 여비를 벌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중국 브로커가 아버지에게 북한 여자들을 더 데려오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북한으로 돌아갔던 아버지는 차마 인신매매 할 여자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혼자 돌아왔는데, 다른 곳에 여자들을 넘겼다고 오해받아 엄청나게 맞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을 데려오면 돈을 주겠다는 말에 북한에 다시 들어가셨지만, 그 이후로 결국 돌아오시지 못하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셨다고 한다. 북한 감옥에서는 밥을 잘 주지 않아 병에 걸리기 쉬운데, 배탈 약 하나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셨고, 돌아가신 날짜도, 묻히신 곳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였다.

문씨 역시 중국에서 지내다 2년 후에 북송되었는데, 감옥에서 수없이 구타를 당해 온 몸이 붓고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다, 겨우 탈출해 남한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 방송을 보고 언니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출연했다는 문씨의 사연에 MC들과 남쪽 게스트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엄청난 이야기가 문씨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북중 국경 지역의 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듣기는 하였으나, 얼마나 심각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자세히 알기 어려웠는데, 출연진들의 실제 사연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 '이제 만나러갑니다'에 출연한 탈북 여성


22일 방송 끄트머리에 “우리 이웃, 사람 사는 얘기로 다가가겠다.”는 MC의 멘트처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탈북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가 어느덧 우리 이웃의 이야기로, 우리 동생, 우리 누나들의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 낯설기만 했던 탈북자들이 우리 이웃, 우리 누나 동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아픔을 이겨냈기에 지니게 된 출연진들의 내면에 자리한 영롱한 빛이 이 프로그램 안에서 더욱 반짝반짝 빛나길 기대해본다.
 

김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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