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식 미국 화장실 유머로 포장한 한 남자의 성장기

 
 
‘이 놈 봐라’. 영화 내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살아 움직이는 곰 인형 테드는 그야말로 ‘곰의 탈’만 썼을 뿐이지, 하는 행동은 웬만한 성인 남자의 뺨을 몇 번이나 때리고도 남을 만큼 외설적이고 거칠 것이 없다.

9월27일에 개봉하는 ‘19곰 테드’(감독: 세스 맥팔레인 주연: 마크 월버그, 밀라 쿠니스)는 곰 인형이 주연인 성인코미디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만 2억 달러, 전 세계에서 3억 8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테드’는 단짝 친구를 갖고 싶어 하던 어린 소년 ‘존’의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생명을 얻게 된 곰 인형이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둘씩은 갖고 있던 테디 베어처럼 귀여운 외모를 지닌 테드는 존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함께 성장한다. 여기까진 참 아름답고 교훈적인 이야기. 그러나 이들이 반듯하게 컸으면 좋았으련만 세월은 흘러 흘러 음주가무에 여자, 심지어 마약까지 섭렵한 존과 ‘타락한 곰’이 되어버린 것.
 
사실 존은 35세 치고는 참 철이 없고 순수한 초딩 남이다. 일반적인 30대 중반의 남성이 겪는 직장 내 스트레스나 가장으로서의 부담감,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존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테드와 놀 궁리만 한다. 그들의 우정은 27년간 밤낮을 함께 하며 견고하게 다져져왔기 때문에 떨어질 레야 떨어질 수 없는 아주 끈끈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30대 중반을 달리는 존과 곰 테드는 그 나이에 맞게 성인들의 놀이에 탐닉했다 뿐이지, 우정의 방식은 어릴 적 그대로이다.
 
이런 그들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중대한 위기가 찾아온다. 맨날 만나면 하는 일이 마약에 술 마시기, 음담패설인 이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존의 여자친구 로리(밀라 쿠니스)가 마침내 이별을 고한 것. 몸만 성인이지, 머리와 행동방식은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는, 더구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 남자친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여자 친구가 떠나고서야 뒤늦게 소중함을 깨달은 존은 마침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곰 테드에게 떠나라고 소리치는데….
 
미국식 화장실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관객이라면 몇몇 장면에서 얼굴을 찌푸릴 수도 있겠으나, 영화는 대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곳곳에서 웃음을 터트려 준다.
 
 
 
특히 곰 인형이 주인공임에도 왜 19금인지를 시종일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테드의 입은 육두문자와 노골적인 성 표현 등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심지어 섹스신(?)까지 불사할 정도로 열연을 펼친다. 로리와 사귄지 4주년 기념일을 맞이한 존이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하고 묻자 태연하게 “변태 섹스?”라고 답하는 건 기본일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아니다. 이 영화는 어쩌면 한 남자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존도 세상의 많은 30대 남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상황을 곰 테드의 탓으로 돌린다. 현실도피의 욕구와 여자 친구와 결혼도 하고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아가고 싶은 일반적 욕구 사이에서 존은 테드와 노는 것으로 모든 것을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교훈적 메시지와 감동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영화의 색깔을 잃을 정도로  관객에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남자들은 영원히 철들지 않는지, 또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라는 주제를 특유의 코믹모드 속에서도 내심 진지하게 관객들에게 던진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가 특별하거나 새롭게 와 닿지는 않는다. 영화 전반부에 펼쳐놓은 유머들이 너무 산만하고 미국 중심적이어서 쉽게 동화가 덜 된 탓일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노라 존스나 라이언 레이놀즈와 같은 카메오의 등장은 반갑지만, 아시아인을 비하한다든가 극 중 존과 테드가 열광하는 ‘플래시 고든’을 알 리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에게 영웅이라고 해서 우리에게도 영웅은 아니니까.
 
아이디어와 설정만큼은 기발하고 화끈한 ‘19곰 테드’는 큰 기대만 갖지 않는다면 추석 연휴에 볼 만한 영화이다. 단, 이제껏 곰 인형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은 모두 버리고 가는 게 좋을 듯.
 
성인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의 세스 맥팔레인이 감독 겸 테드의 목소리 성우를, 마크 월버그와 밀라 쿠니스가 곰 인형 때문에 삐걱거리는 연인을 맡았다. 오는 9월 27일 개봉 예정.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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