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 역사 산증인, 산업 발전과 협회사들의 입장 대변 '안부회장 퇴임 인터뷰'

▲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
▲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0여년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국내 화장품업계의 발전을 힘써 온 인물이 있다. 2015년 2월을 끝으로 대한화장품협회를 떠나는 안정림 상근 부회장을 퇴임 전에 협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안 부회장은 "화장품 업계의 뜻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 정부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대관업무, 제도개선 등의 업무를 보며 개인적으로 열심히 했던 세월이지만 굵직한 사업을 못한 것이 아쉽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1974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의 입사하면서 화장품 업계에 입문해 26년간 동사에 근무하고, 2001년 대한화장품협회에 몸을 담으며 협회 회원사는 물론 국내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협회에 재직하면서 환경부 중앙환경보건자문위원, 식약처 화장품심의위원, 기술표준원 ISO/TC 전문위원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며 화장품산업의 발전을 도모했다. 무엇보다 화장품법 개정 등에 있어서 업계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같은 업계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환경부장관 표창,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수훈받은 그지만, 협회를 떠나는 길목에서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고 그는 말한다.

안 부회장은 "임기 중에 현재의 협회보다 조금 더 커지기를 바랐지만, 그만큼 못키운 점이 아쉽다. 사회가 발전하려고 하면 중소기업들도 동반적으로 커져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협회에 얘기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도 나왔었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업계 전체의 중요한 일을 할지라도, 각 회사별로 중심적인 사고와 입장차가 있었기 때문에 조화를 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협회라는 것은 결국 화장품 산업의 발전 때문에 있는 것이고, 산업의 발전은 회원사들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란 생각으로 일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 재직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인력부족'을 꼽았다 . 특히 협회의 특성상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한데, 화장품산업이라는 것이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분야가 아니라 신입사원들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갖추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최근에는 화장품 산업이 국가성장동력사업으로까지 위상이 커지다 보니, 협회의 업무 또한 급속하게 늘었고 한정된 협회 인력으로 이 일을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안 부회장은 "과거의 비해 직원들의 전문성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하다보면 밤을 새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원 만들 때 크리스마스 밤을 꼬박 지새우며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힘들었어도 돌이켜 보면 즐거운 추억이다"라며 "당시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함께 일을 도왔다. 원장직을 뽑을 때까지 직무대행 하면서 용역 등을 진행하며 사업계획을 완성시켜서 넘겨줬다"고 회상했다.

▲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
▲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

현재의 협회의 위상에 대해서 그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안 부회장은 "국제화 흐름에 따라 국내 화장품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대한화장품협회의 위상도 더불어 많이 올라갔다. 해외 협회 모임에 참석해보면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상과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의 위상은 쉽게 말하기 어렵다. 많은 회원사들이 있지만, 제조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소통하는 것이 코드가 맞아야 하고 회원사를 협회에서 많이 이끌어줘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이나 엘지처럼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표들이 국제적인 환경이나 제도적인 부분을 이해해야 하는데, 영업쪽에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퇴임 후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몇몇 분이 뭐할거냐고 묻더라. 놀거라고 했더니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허허). 협회의 일이 산업을 조망,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는 적용이 잘 안되는 분야다. 회사에서는 내가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술 계획으로 협회에서 쓰던 70년사가 있는데, 100년사를 만들 때에 자료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장품 회사들의 역사가 너무 빠져 있어서, 회사들의 역사를 조금 내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호응도가 많지는 않았다. 화장품 산업에 일어났던 일들을 자료로 정리해놓으면 유용하게 사용될 것 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정원 기자 garden@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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