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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심각한 이유

북한이 23일 오후 동해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을 했다. 합참에 따르면 발사 시험은 오후 6시 30분 쯤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수 ㎞ 해역에서 진행됐으며 미사일은 수 분 동안 날아가다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SLBM 실험을 30㎞밖에 비행하지 못했다며 실패로 규정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SLBM이 실전 배치되려면 3, 4년 걸릴 것"이라며 다만 "역량을 집중할 경우 더 이른 시기에 전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와 이번에 발사한 SLBM 비교. [출처: 인터넷]

북한은 24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SLBM 발사 사실을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한 SLBM의 이름은 '북극성'으로 지난 해 5월 발사한 '북극성-1'에서 일렬번호만 뺀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지에서 시험발사를 명령했으며 시험 결과에 대해 만족하며 "해군의 수중작전능력이 비상히 강화"되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보도는 이번 시험의 목적이 ▲최대 발사 깊이에서의 콜드런치(Cold Launch) 체계 안정성 ▲새로 개발한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한 탄도탄의 수직비행 시 비행 동역학적 특성 ▲단 분리 신뢰성 ▲설정된 고도에서 핵탄두 기폭장치 정확성 확증 등이었으며 모두 "완전히 확증"되었다고 하였다.

   
▲ 트라이던트-1 콜드런치 장면. ⓒNational Museum of the U.S. Navy

최대 발사 깊이 콜드런치 안정성 시험
콜드런치란 미사일을 캡슐에 넣어 잠수함에서 띄운 다음 물 밖에서 캡슐을 분리하고 미사일을 점화해 발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사일을 물속에서 점화할 수 없기 때문에 캡슐로 보호하는 것인데 캡슐의 부력과 잠수함에서 분사하는 가스를 이용해 물 밖으로 튀어나가게 만든 다음 순간적으로 캡슐을 분리시키고 미사일을 점화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콜드런치 기술은 이미 지난해 5월에 확인됐는데 이번에는 최대 발사 깊이에서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 수심이 너무 얕으면 캡슐이 떠오르는 속도를 충분히 얻을 수 없고, 반면 너무 깊으면 강한 수압(수심 10m마다 1기압씩 늘어난다)을 견뎌야 하므로 SLBM을 적절한 깊이에서 발사해야 한다. SLBM은 보통 수심 30m에서 발사하며 러시아 최신 SLBM인 시네바(Sineva)는 최대 55m 깊이에서 발사할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깊이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 수직 비행 시험
3월 24일 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관 아래 고출력 고체로켓 엔진 지상 분사 및 단분리 실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3월에 지상에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이번에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로켓 연료에는 크게 액체연료, 고체연료, 하이브리드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액체연료는 출력이 좋고 제어가 쉽지만 연료 보관이 까다롭고 주입에 시간이 많이 걸려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약점이 있다. 반면 고체연료는 언제든 필요할 때 곧바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무기용 로켓에 많이 사용한다.

   
▲ 3월 24일 북한이 공개한 고체로켓 실험 장면. [출처: 인터넷]
   
▲ 3월 24일 북한이 공개한 고체로켓 실험 장면. [출처: 인터넷]
   
▲ 북한이 공개한 SLBM 시험 장면. ⓒ신화망

24일 자 <연합뉴스>는 "군사전문가들은 노동신문이 공개한 SLBM 시험발사 사진의 불꽃색이 과거와는 다른 점을 토대로 북한이 이번에 실제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수중에서 잠수함이 다소 흔들려도 SLBM을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은 이번에 수직 비행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대기권을 벗어나는 게 유리하므로 가능한 수직으로 발사한다. 하지만 수직으로 발사되지 않아도 자세 제어를 통해 수직으로 날아오를 수 있으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중국의 SLBM 발사 사진을 봐도 비스듬히 발사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공개한 첫 SLBM 발사 영상을 보면 초반에 옆으로 30도 가량 기울어져 발사됐는데 지난해 12월 공개한 영상에서는 거의 수직으로 치솟아 오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서도 시험 발사한 SLBM이 거의 수직으로 발사되어 로켓 점화 단계의 자세 제어 기술이 안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중국 SLBM JL-3 발사 장면. [출처: 인터넷]

 

   
▲ 트라이던트-1 발사궤적. ⓒNational Museum of the U.S. Navy

실패인가 성공인가
합참은 SLBM의 비행거리가 300㎞는 돼야 대기권 재진입을 시험할 수 있는데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SLBM은 30㎞밖에 비행하지 못했으므로 실패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북한은 개인 명의의 글을 통해 합참의 주장에 대해 이번 시험의 목적이 비행거리 시험은 아니었으므로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로켓 단 분리 시험을 했으며 설정된 고도에서 핵탄두 기폭장치도 작동시켰다고 밝혔다. 보통 고도 100㎞를 우주와 대기의 경계선인 카르만선이라고 하며 이 선을 벗어나면 공기저항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비행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1단계 로켓을 이용한 초기 가속 시간이 3~5분이며 150~400㎞까지 올라간다. 합참은 북한의 SLBM이 수 분 동안 비행한 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했는데 이 시간이면 충분히 대기권 밖으로 나가 1단계 로켓을 분리했을 수도 있다.

또한 원하는 높이에서 핵탄두 기폭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합참의 주장대로 수 분 동안 고작 30㎞를 비행했다면 속도가 마하 1도 되지 않아 탄도미사일이라고 보기 힘들다.

SLBM, 왜 심각한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SLBM 능력은 농담거리(joke)에서 대단히 심각한(very serious) 문제로 발전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북한이 SLBM을 실전배치하면 심각한 안보 위기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많다. 왜 북한의 SLBM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는 걸까?

SLBM은 다른 미사일이나 핵무기 운반수단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다. 바로 누가, 언제, 어디서 전략핵무기를 발사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SLBM을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전략무기로 꼽는 것이다.

   
▲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SLBM 시험 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혹자는 SLBM을 두고 냉전 시기 인류를 구한 무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SLBM이 '공포의 균형'을 가능하게 만든 무기이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만들어 서로를 겨냥하고 있었다. 만약 전쟁이 시작되면 양쪽 모두 대량의 핵무기를 퍼부어 상대를 초토화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상호확증파괴(MAD)다. 상대가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핵으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다면 상대는 쉽게 선제공격을 하지 못을 것이다.

문제는 상대의 선제 핵공격에 살아남는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SLBM이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바다 밑에 잠복한 SLBM을 실은 전략잠수함을 추적해 먼저 파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대는 SLBM이 두려워 쉽게 선제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SLBM은 핵균형의 근본 무기로 각광을 받았고 영국과 프랑스는 아예 지상에 있는 핵무기 운반수단을 모두 폐기하고 SLBM만 운용하기 시작했다.

   
▲ 북한이 공개한 SLBM 시험 장면. [출처: 인터넷]

예상되는 북한의 SLBM 활용법
이번 북한의 SLBM 시험발사가 북한의 주장대로 성공이라고 해도 아직 확인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SLBM을 발사하는 잠수함인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실체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신포급'으로 분류하는데 배수량을 2500톤으로 추정한다. 이는 현재 가장 작은 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SSBN)인 인도의 아리한트 잠수함(배수량 6천 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신포급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으로 핵잠수함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장시간 잠항할 수 없으며 항속거리도 짧다. 따라서 북한이 SLBM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신포급 잠수함으로는 상호확증파괴에 사용할 핵잠수함이 없으므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 알려진 신포급 잠수함의 제원만 가지고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는 작전을 펼 수 있으므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 등 한반도 주변 미군 기지들은 모두 작전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전면전 발발 시 미국 본토에서 오게 될 증원부대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김기호 경기대교수는 4월 25일 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북한은 2~3년 내에 동해 및 부산 앞바다와 일본 열도 부근의 태평양상에서 한국의 측후방을 공격하고 미국의 증원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과 SLBM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잠수함이 일본열도를 지나 태평양 상에서 공격할 능력을 갖췄거나 SLBM 사거리가 충분히 길 경우 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북한이 SLBM을 2~3년 안에 실전배치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전쟁 발발을 막고 평화 상태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지름길이라고 본다.

ⓒ유코리아뉴스 제휴사 NK투데이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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