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숫자 마케팅 봇물…‘중국=전세계’는 아니다

 
 
‘전세계 6초에 한개씩 팔리는 제품’, ‘3초에 1개씩’, ‘1분에 1개꼴’, ‘100초당 1개씩’, ‘1분당 1개’ 등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 숫자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거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주로 사용하던 숫자 마케팅을 이제는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들이 다양하게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숫자 마케팅은 더욱 더 자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례로 전세계 6초에 한개씩 팔린다는 한 브랜드 제품은 사실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인들에게, 그리고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정확한 의미에서 전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구만을 보면 이 제품은 전세계인들에게 6초에 1개씩 팔릴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제품이다.

 
 
이는 전세계인구와 제품 판매 개수를 계산해 나온 결과겠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개념으로 보면 전세계라는 말은 과한 면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전세계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3% 미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화장품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고, 전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최근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상승했고,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시장으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중국=전세계’, 또는 ‘중국=글로벌’이라는 공식을 적용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의 모습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광고의 문제, 소비자 혼란 야기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가 중국 특수에 취해 정말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은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과 미국, 일본에 비해 역사가 짧다. 장인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경이나 스토리도 약하다.

그럼에도 지난 70년 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고, 기술력에서는 이른바 세계 화장품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화장품 브랜드 중 세계적인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은 아직 단 한 개도 없다. 또한 대한민국 화장품 수출 대부분이 중국 등 중화권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특수로 좋은 성과를 올린 화장품 브랜드들은 앞 다투어 글로벌과 전세계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 당장 눈앞에 이익을 위해 중국 공략에 집중하고,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면세점과 온라인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례로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은 중국인들만을 위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전문 코너를 개설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컬러와 트렌드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물론, 잘 판매되는 제품, 주요 타깃 층을 잡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특수의 거품이 언제 빠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집 안이 평안해야 밖에서도 일이 잘 된다’는 말처럼 내수 시장 없이 해외 시장도 없다. 내수 시장을 버리고 중국 특수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의 내일은 밝지 않다는 소리다.

실제로 최근 전세계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돌풍이 매섭다. IT는 물론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일부 소비재 제품의 경우는 중국 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화장품 산업 역시 많은 화장품 전문가들이 중국의 저가 제품 유입, 중국의 거대 자본 유입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세계, 글로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앞서 오늘날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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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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