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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69.8% "형편 어려운 사람 도와줘야"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동의 관련 탈북자 설문조사 결과

지난번에 이어 탈북자 설문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새터민들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동의도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먼저 북한에서 사회통합의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공산주의 미풍’과 관련하여 질문하였는데, 북한 사회에서는 당의 혁명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시 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 권리, 그리고 기회와 이익 등은 억제되고, 무엇보다 집단주의 원칙과 가치가 사회통합의 기본원리가 되고 있다. 집단주의는 오늘날 북한사회의 속성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용어로도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산주의적 미풍'이라는 단어이다. 북한 각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협동농장 지원을 위한 군인·여성들의 집단 자원진출을 비롯해 '영예군인'(상이군인)과의 결혼과 고아입양 등에 대하여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미풍’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사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공산주의 미풍’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매우 그렇다”(26.1%)와 “조금 그렇다”(26.4)를 합하여 52.5%의 높지 않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5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들(58.0%, 평균 3.7)은 남성들에 비해 높은 동의도를 나타냈고, 연령이 높을수록 동의도가 높아져서 60대 이상에서는 평균이 4.1로 나타났다. 이것은 북한에서 여성들에게 ‘공산주의 미풍’을 강조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고,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가치관이 강하게 내면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사회주의에서 강조하는 ‘협업’과 관련하여 “나 혼자 노력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진술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매우 그렇다”(30.0%)와 “조금 그렇다”(30.0)를 합하여 60.0%의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은 3.7로 보통 수준의 동의도를 나타났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나타내는 “나 혼자 잘 살려고 하기보다는 이웃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했다”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12.6%)와 “조금 그렇다”(24.5)를 합하여 37.2%의 매우 낮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1로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주의에서 강조하는 협업이 북한 사회에서는 잘 수행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북한에서는 모든 직업을 신성하게 여겨 교과서에도 “직업은 그 좋고 나쁨이 없이 모든 직업이 신성하고 영예로운 것인데 이것은 어떤 직업이든 사회와 인민 전체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고등중학교 공산주의 도덕 6, ‘직업 영예’)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어떤 일을 하든지 사회에 도움이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진술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매우 그렇다”(26.1%)와 “조금 그렇다”(21.6%)를 합하여 47.7%의 낮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3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긍정률은 40.6%로 여성 52.0%에 10% 이상 낮았고, 젊을수록 낮아 20대에서는 긍정률 41.3%에 평균 3.15, 10대에서는 긍정률 26.7%에 평균 2.89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돈이나 배경을 통해 성공하기보다는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39.2%)와 “조금 그렇다”(22.5%)를 합하여 61.7%의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75로 나타나 노동 자체를 중시하는 의식을 드러냈다. 이것은 다음에 살펴볼 남한 생활에 대한 질문에서 “육체노동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하여 “매우 그렇다”(30.9%)와 “조금 그렇다”(30.6%)를 합하여 61.5%의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79로 낮지 않게 나타난 것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어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내면화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나보다 약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37.6%)와 “조금 그렇다”(32.2%)를 합하여 69.8%의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95(100점 만점으로 79점)로 나타나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북한 사람들에게 보통 이상임을 드러냈다. 특히 “살기는 어렵지만, 이웃 간의 정은 많이 남아 있었다”에 대하여 “매우 그렇다”(41.9%)와 “조금 그렇다”(30.0%)를 합하여 71.8%의 비교적 높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4.07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긍정률이 높게 나타났으나 낮은 연령대에서도 부정률에 비해 대체로 높은 긍정률을 나타내어 정감 있는 공동체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평가로 제시한 “사회주의 사상에 장점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에 대해 “매우 그렇다”(22.7%)와 “조금 그렇다”(26.1%)를 합하여 48.9%의 낮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3.48로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부정의 응답을 한 210명에게 사회주의 사상의 장점이 무엇인지 서술형 질문을 하였는데, “평등해서”가 15.7%로 가장 높게 나왔고, 다음으로 “공동체주의”(9.0%), “무료 의무 교육”(7.6%), “무상 진료”(6.7%), “인정”(3.8%), “배려”(2.9%) 순이었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도 남북통일이 된 국가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전통, 사상, 제도 등이 있다”에 대해서는 긍정률 45.7%와 평균 3.27로 낮은 동의도를 나타내 이런 것이 통일국가에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새터민들을 통해 본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사회주의 사상에서 강조하는 가치관이 깊이 내면화되어 있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민족 특유의 가족주의 성향이나 공동체 의식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사상에 기대보다는 힘겨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서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한 결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특히 당시에 ‘당성’이 강한 사람들은 당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 조치를 취해줄 것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다가 결국 굶주림에 사망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토끼는 다 죽고, 사슴은 도망가고 이제 승냥이와 여우만 남았다”고 표현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동의도가 높지 않은 것은 이번 조사가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갖는 한계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사상에 충성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당성이 높은 사람들일 텐데, 이들의 경우 탈북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공동체의식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여겨진다.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단점을 공동체의식을 통해 일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사회 구성원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회의 가치와 상징 등 문화 차이를 용인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가치의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부분적으로는 북한 사회의 장점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실 사회주의 체제와 상관없이, 사회주의의 이상은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과 비인간화 현상을 보완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강조한 대로, 정치경제적 통합을 이룬 통일 이후의 실질적인 갈등은 사회문화 차원에서 발생하며 이것은 구체적인 생활 세계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문화의 상호 이해를 위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사회 통합은 단순히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이질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우열의 개념이 아닌 ‘다름’으로 볼 수 있는 관용성과 개방성이 있는 사고를 갖는 것이 사회통합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종교사회학>

 

정재영  ccyong@gsp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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