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캐릭터 약화, 스타일리시해진 대신 묵직함 없어...

▲ 5년만에 돌아온 새로운 본 시리즈 '본 레거시'
▲ 5년만에 돌아온 새로운 본 시리즈 '본 레거시'
▲ '토니 길로이' 감독
▲ '토니 길로이' 감독
이게 과연 본 시리즈 전편의 각본을 맡은 토니 길로이의 작품인가 싶다. 헐리우드 최고의 각본가에게도 연출이란 짐은 너무나 무거웠을까?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제이슨 본 시리즈는 기대했던 것과 너무도 달랐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에 치중한 만큼 스토리의 묵직함은 사라졌고 치밀했던 첩보원들 사이의 두뇌싸움은 화려한 총격전으로 대체됐다. ‘어벤저스’,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등을 통해 이미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스타로 자리매김한 ‘제레미 레너’는 ‘맷 데이먼’이 표현했던 고독한 아우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본시리즈의 자랑이었던 리얼 액션을 넘어서 스마트 액션이라고 표현했던 제작사의 설명과는 달리 본 레거시의 액션은 화려함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시리즈마다 늘 존재해왔던 같은 소속의 암살 프로그램으로 길러진 암살자와 대치하는 대목에선 실소마저 터진다. 냉철함과 복종심이 강화됐다는 새 프로그램의 암살자는 아무리 당해도 일어서는 터미네이터의 T-1000을 보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 '본 레거시'에 등장한 화려한 오토바이 추격전
▲ '본 레거시'에 등장한 화려한 오토바이 추격전
시리즈마다 화제를 모았던 차량 추격전도 대역도 없이 직접 고난도 오토바이 묘기를 소화해 낸 제레미 레너의 액션이 돋보였지만 오토바이를 타며 선글라스까지 챙겨 쓰는 그 모습은 어딘지 ‘제이슨 본’보다는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본 시리즈 전편을 진정한 리얼 액션 영화로 불리우게 했던 이스라엘 특공무술 ‘크라브마가’는 그 흔적만 간신히 남아 본 시리즈 액션이라는 명맥을 유지할 정도다.

주인공이 교체된 채 5년 만에 등장한 본 시리즈의 이야기는 3번째 작품 ‘본 얼티메이텀’과 동시간대에서 진행된다. 전편의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블랙 브라이어 프로젝트를 폭로하고 자신의 정체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액션을 펼치고 있을 때 본 레거시의 주인공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CIA의 극비 프로젝트 아웃컴의 요원으로 알래스카에서 특수 훈련을 받고 있다. 제이슨 본에 의해 정부의 암살 프로젝트가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모든 프로그램의 책임자 ‘릭 바이어’는 아웃컴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제거하고 은폐를 위한 조치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정예 요원 애론 크로스와 프로그램의 중심 과학자 마르타 셰어링 박사가 존재한다. 애론 크로스는 자신의 불안정한 신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와 필사적인 사투를 시작한다.

▲ '릭 바이어'와 대립하는 '애론 크로스'
▲ '릭 바이어'와 대립하는 '애론 크로스'
본 시리즈를 명작에서 평범한 액션영화로 끌어내린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작의 제이슨 본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여러 영화에서 쓰여 왔던 고전적인 소재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는 영화를 끌어나가고 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그 이후 시작된 본의 자기 찾기 게임은 관객들을 점점 영화 속으로 끌어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겉으로는 완벽한 첩보원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본인이 저지른 임무들에 괴로워하며 결핍된 과거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본을 바라보면서 관객들은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과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후속편으로 인기를 끌어가고자 하는 인물의 성격으론 더 이상의 안성맞춤은 없었다.

▲ '애론 크로스'
▲ '애론 크로스'
본 레거시의 애론 크로스는 제이슨 본의 매력을 따라가기에는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한 듯싶다. 그는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관객들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앞으로 그가 하게 될 행동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이 가능한 인물은 그만큼 매력이 떨어진다. 전작에 지능적이면서도 내면의 아픔을 간직했던 주인공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애론 크로스의 주요 문제점인 신체능력 향상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그것도 극 후반에 해결책까지 등장한다. 후속편을 암시하는 엔딩 장면을 미루어 볼 때 다음 시리즈로 이끌어갈 문제를 어떻게 등장시킬지 걱정까지 될 정도다.

▲ '마르타 셰어링'
▲ '마르타 셰어링'
여주인공격인 마르타 셰어링 박사의 위치도 애매하다. 전작의 본의 여인들은 지극히 수동적이었다. 제이슨 본의 과거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었고 본인이 저지른 어두운 행적이었다. 주변의 인물들은 본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일종의 휴식처와 같았다.

본 레거시의 마르타 셰어링 박사는 사건의 중심인물에 더 근접하다. 애론 크로스의 모든 문제의 시작도 그녀였고 해결책 또한 그녀였다. 영화 중반엔 무력해진 애론 크로스 대신 액션의 중심에 뛰어들기도 한다. 이정도면 본 시리즈인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 '릭 바이어'
▲ '릭 바이어'
또한 에드워드 노튼이 등장하며 기대를 모았던 새로운 미 국방부의 암살 프로그램 팀 ‘아웃컴’의 존재도 예전만 못하다. 본시리즈에서 트레드 스톤과 블랙브라이어가 그토록 권력적이고 권위 있게 비춰졌던 것은 그들이 가진 최신 첩보 위성과 수많은 요원들의 힘이 아니었다. 그들이 제이슨 본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슨 본에게 그들은 증오하면서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과거였고 트레드스톤의 본거지는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목적지였다.

본 레거시에서 표현된 아웃컴은 트레드스톤 블랙브라이어마저 빙산의 일각이라고 단언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조직의 중심인물인 ‘릭 바이어’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인물이지만 애론 크로스와의 대결에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행적을 추적하기 급급하다. 애론 크로스가 원하는 그 무언가는 그들이 아닌 연구소의 과학자가 가지고 있으며 제이슨 본과달리 애론 크로스와 아웃컴은 그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적일뿐이다.

5년만에 등장하며 수많은 본 시리즈 매니아들을 설레게 했던 ‘본 레거시’, 분명 잘 만들어진 액션영화이다. 하지만 본 시리즈의 뒤를 이은 작품이라고 이해하고 보기엔 영화 말미에 울려 퍼지는 본시리즈 고유의 테마 ‘익스트림 웨이’를 들으면서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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