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산부인과의사 내연녀 사체 유기 사건, 전말 속속 드러나

▲ KBS 9시 뉴스 방송 캡처
▲ KBS 9시 뉴스 방송 캡처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45)의 사체 유기 사건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서초경찰서는 8일 의사 김씨가 이씨에게 영양제와 함께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마취제 나로핀과 리도카인, 근육이완제 베카론 등 마취효과가 있는 4종을 포함 총 13가지 약물을 섞어 투약해 이씨를 숨지게 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내연관계에 있던 숨진 이 모(31, 여)씨와 사건 당일 의사 김모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 속에 등장하는 ‘우유주사’ 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30일 밤 친구들과 병원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이씨에게 ‘언제 우유 주사 맞을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씨는 ‘오늘요 ㅋㅋ’라는 답장을 보낸 뒤 김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지난 1년간 이씨의 자택을 여섯 번 찾아 수면유도제이면서 마약 성분이 있는 프로포폴을 놓아주며 관계를 가져왔다.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을 숨지게 한 약물로도 알려진 프로포폴은 물에 잘 용해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대두유에 타서 주사로 쓰는데, 이로 인해 주사액이 우유처럼 뿌옇게 보인다. 프로포폴은 'Milk of Amnesia(기억상실증 우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피로를 해소할 뿐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는 등 환각 효과가 있지만, 호흡 억제와 혈압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부터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경찰조사에서 김 씨는 “우유주사는 영양제를 의미한다”고 진술했지만 김 씨는 평소 이 씨와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왔고, 사건 당일에도 김 씨 병원에서 약물을 투여하며 성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우유 주사’라는 단어가 ‘성관계를 갖자’는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등장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에 김씨는 병원으로 찾아온 이씨에게 우유주사인 프로포폴 대신 수면유도제 미다졸람을 생리식염수에 섞어 투약했고, 20분가량 잠들었다 깨어난 이씨에게 다시 포도당 영양제 1L가 담긴 링거에 수술용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비타민제 등 의 약품을 섞은 뒤 투약했다. 이후 이들은 성관계를 가졌고 함께 잠들었으며, 한 시간 후 김씨가 일어나 이씨를 깨웠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처음 영양제와 미다졸람만을 투여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소견 등을 증거로 내놓자 마취제 사용 사실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씨가 잠을 푹 자고 싶다고 말해 마취제를 섞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고의성을 부인했다. 또 김씨는 “마취제를 포도당 수액에 섞어 링거 줄을 통해 방울로 투약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마약류 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까지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늦춘 10일 검찰에 이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전문의 경력 10년 이상의 의사인 김씨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도 네 가지 약물을 한꺼번에 주사한 것을 감안하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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