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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평화! 막힌 담을 모두 허셨네!본문: 에베소서 2:11-18

이 글은 지난 1월 10일 오전 사랑의교회 베드로홀에서 열린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신년하례예배에서 했던 김회권 목사(숭실대 교목실장, 기독교학과 교수)의 설교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분단해소와 겨레의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동역자님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 차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당면기도제목은 즉각적인 국가적 통일이 아니라 비적대적인 분단입니다. 통독 이전의 동서독 정도의 분단수준을 원합니다. 동서독은 1990년 10월에 국가통일을 이루기 전에 상대적으로는 45년간의 비적대적 분단시기를 보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패전책임으로 이뤄진 국제정치적 분할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동서독은 동족상잔 전쟁을 치르지 않았고 오히려 마틴 루터를 중심으로 은밀하게 하나 됨을 추구하고 누렸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감시 하에서도 서독과 동독은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했고, 은밀하고 내밀한 교류를 축적시켜 마침내 1990년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주도권을 쥔 진영이 동독이었습니다. 동독의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 성 토마스 교회 등은 1980년대 초부터 동독민주화를 위해 기도하고, 인권을 위해 기도하면서 통일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10년 기도의 결실이 1989년 10월 7만 기도회, 100만 거리시위였습니다. 동독 슈타지와 소련 비밀경찰 케이지비(KGB)마저도 교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온 인권, 민주주의 신장,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는 민족화해구호(Wir sind ein volk)를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통일독일은 기독교신앙의 힘, 복음의 힘이 이룬 위대한 신앙적 결실이었습니다. 쥬빌리 기도회는 니콜라이교회 기도회의 정신으로 우리 겨레의 분단혼을 화해와 통일의 영으로 바꾸는 일에 진력해 오고 있습니다. 부디 선을 행하다 낙심하지 말기를 간구합니다.

불행히도 우리 겨레의 분단은 독일분단과는 전혀 다른 냉전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분단이었고 아직도 냉전체제가 유효함을 알리는 적대적 분단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 한반도 분단이 부조리하고 억울하겠으나 하나님은 이 분단을 통해서도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 겨레의 분단은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의 적대적 대결을 완화시키는 분단입니다. 우리 겨레가 힘도 없이 통일되어 이 두 세력의 날카로운 갈등과 대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적 목적상의 분단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이 겨레의 분단을 통해 선을 이루고 결국 적대적 분단시대를 견디어 낸 저희 겨레를 동북아 평화, 세계평화의 향도로 삼아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오늘 우리는 에베소 본문에 의거하여 우리 한국교회가 우리 겨레의 화해와 평화의 향도로 거듭나는 미래상을 꿈꾸어 보고자 합니다.

한반도 분단문제는 하나님과 분단된 모든 인간의 문제입니다.
창세기는 하나님과 인간의 불화상태, 즉 아담인류의 죄가 모든 분단의 원형임을 말합니다. 아담은 하나님께 범죄하고 하나님과 분리되고, 아내와 분리를 경험하고 마침내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적대적 관계에 빠져버립니다. 가인은 아벨을 죽이고 하나님과 분리되자말자, 이웃과의 분리와 적대관계를 예기하고 아예 아들 에녹이름 딴 성을 쌓습니다. 성채는 타자배제적이고 하나님 배척적인 자율성의 상징입니다. 아담인류는 하나님과 분리되자말자 하나님과 분리되어 원수 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이 세계의 근본분단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갈등도 아니요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도 아닙니다. 하나님과 죄인의 영적 갈등과 분단이 모든 분단의 원형이요 효시입니다. 칼 마르크스의 동역자 엥겔스가 영국에서 <영국노동계급의 조건>이라는 책을 써(1840년대) 계급투쟁의 필연성을 역설할 때, 스펄전은 로마서 강해에서 하나님과 죄인(인간)의 갈등이 어떤 투쟁보다 더 항구적인 투쟁임을 역설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아담인류의 하나님과의 갈등과 투쟁의 결과 유대인과 이방인의 갈등이 생겨났음을 말합니다. 신약성경은 예수님과 사도 바울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갈등의 본질은 하나님과 원수 상태에 빠져있는 모든 인간의 영적 갈등임을 역설합니다. 찰스 디킨스, 토마스 카일 라일, 엘리 할레비(Elie Halévy, Translated and Edited by Bernard Semmel, The Birth of Methodism in England,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등이 잘 지적하듯이, 영국에 계급투쟁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은 것은 영국 하층노동자들을 몸 낮춰 섬겼던 감리교도들의 헌신적 사회선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의 영적 감화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모든 사회적 갈등과 장벽을 무너뜨리고 평화를 창조하는 선교사들입니다. 에베소교회는 바울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하나님과의 화해를 맛본 사도 바울의 선교사역의 열매였습니다.

에베소 교회는 갈등하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진 결과 생겨난 종말론적 화해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의 피가 이방인과 유대인의 장벽을 해소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슬럼가와 부유층 주거지대의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원수 상태에 놓여있는 모든 쌍방을 하나의 화해된 백성, 공동체로 재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줄 사명이 있습니다. 천만 교인수를, 교세규모를 자랑하거나 과시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를 자랑하는 데 투신되어야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흘린 피는 이방인들을 상대로 적대적인 우월감에 빠져있던 유대인들에게 세계선교적 화해의 메시지, 복음을 창조했습니다. 하나님과 원수 상태에 빠져있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죄 없으신 채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증거하면 양심은 어린 양의 피로 일곱 번 뿌려진 성소휘장이 갈라지듯이 하나님을 향해 갈라져 부복하게 됩니다.

   
▲ 1월 10일 사랑의교회 베드로홀에서 열린 2015 쥬빌리 신년하례회에서 김회권 목사(숭실대 교수)가 '주는 평화! 막힌 담을 허시네!'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있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나사렛 예수의 피는 모든 죄인을 하나님께 가깝게 화해시키는 보혈, 성령의 능력입니다.
나사렛 예수는 유대종교당국자들에 의해, 로마제국의 실행을 통해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해 죽으셨습니다. 십자가 대못에 박혀 피를 잃기 시작해 3시간 만에 운명하셨습니다. 운명하신 후에도 확인사형을 집행하려는 로마병정의 창에 찔려 옆구리에서 피와 물을 쏟아내셨습니다. 창에 찔린 그 옆구리에서는 그리스도의 피가 흘러 나왔습니다. 지금도 하나님께 반역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완악하고 패역한 양심은 그리스도의 보혈에 뿌림을 받으면 하나님께로 되살아납니다. 이 세상에 출현한 교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화해하기 힘든 두 집단을 가깝게 하신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은 성령을 상징하는 생명의 원액입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은 아무리 멀어진 원수사이라도 화해시키는 신비한 하나님의 은혜로운 마법입니다.

에베소 교회는 이방인과 유대인이 그리스도의 보혈로 하나가 되어 한 몸을 이루어 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국제적 친교모임이었습니다. 인종, 계급, 계층, 직업, 종교, 성별 등 인간을 갈라놓는 모든 차별을 그리스도의 보혈은 거룩하게 소거시켰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는 유대인의 뜰과 이방인의 뜰이라는 구별된 구역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유대인의 뜰로 들어가는 담에는 "누구든지 이 경계를 넘어 가는 이방인은 죽임을 당한다"는 살벌한 차별경고문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사도행전 21장에서 유대인 드로비모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것이 바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성전훼방죄를 범한 상황으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유대인은 음식법, 할례법, 안식일법, 정결예법(이방인적인 요소, 불순하고 불결한 속된 물건이나 사람들, 우상숭배) 등에 집착함으로써 메시야를 영접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선민이었습니다. 불결하고 우상숭배적인 이방인들과의 접촉은 오염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방인들과의 음식 먹기, 어울리기 자체는 거룩의 감가상각 경험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의 존재를 자신의 종교적 성별과 성결을 잠재적으로 해치는 존재라고 간주하며 배척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이런 무할례자들에게 가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예수 그리스도는 세계만민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화목제물이라고 전파)을 전파하고 성령의 강림을 매개하는 구령활동을 벌여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유대교 회당에서 할례를 받지 않았다고 하나님의 자녀대우를 받지 못하던 개종 직전의 하나님 경외 이방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이고 이스라엘 백성 성도와 동일한 하나님의 권속이라고 불렀습니다.

에베소 2:11-18(또한 19-22절)은 골고다의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흘린 보혈이 성령을 불러오고 성령이 임한 이방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되는 기적을 증거합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은 이스라엘을 선민으로 불러 모은 목적을 성취했습니다.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을 택하신 목적이 아담후손(아담인류, 롬 5:12-21에 나오는 아담의 죄권세 아래 태어난 인간)을 죄와 죽음의 저주에서 건져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밝히 드러낸 것입니다. 바울은 이것을 복음의 비밀이라고 불렀습니다. 종말의 때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하나님의 독생자)를 통해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나라의 상속자로 삼으시기 위해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은 이스라엘 민족을 하나님께 가깝게 불러오게 한 숱한 동물희생제사의 피의 원형입니다. 하나님과 멀어진 죄인 이스라엘은 동물희생제사의 피로 하나님께 가까이 갔습니다(레위기 희생제물, 코르반은 카랍 동사[가깝다]에서 파생).

레위기 17:11, 히브리서 9:22은 피는 생명의 진수입니다. 하나님께 죄를 지은 옛 자아는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 새롭게 되는 관계로 재진입합니다. 우리의 옛 자아는 죽음을 통해 하나님께 가까이 갑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피는 억만 인류의 불순종과 죄의 결과 하나님과 멀어진 상황을 반전시키는 자발적인 죽음, 자기희생적 죽음의 피입니다. 아담의 불순종이 하나님과 인간을 멀어지게 하는 힘보다 그리스도의 보혈이 아담인류를 하나님께 가깝게 돌이키는 힘이 엄청 더 큽니다.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만드는 그리스도의 보혈이 성령의 하나 되게, 화평케 하고, 화목케 하는 사역을 수행합니다. 그리스도의 보혈은 우리를 하나님께 돌이키고 서로 원수 되었던 이웃에게로 하나 되게 만듭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가깝게 된 우리가 교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 주의 은총 받은 자입니다.

요약합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다음과 같은 진리를 선포합니다.
1. 죄의 삯은 사망이다. 피만이 죄를 속한다. 죄인은 죽음으로써 죄로부터 벗어난다. 동물희생제물의 피는 헌제자(제사드리는 자의 옛 자아의 죽음을 대신).

2. 구약의 동물희생제사의 피는 매년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속하는 피를 흘렸다. 이스라엘은 온 아담인류의 대표자다. 따라서 구약 희생제물의 피는 아담인류의 죄를 대신해 죽은 대속제물의 피인 셈이다.

3.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동물희생제물이 흘린 모든 피의 원형이다. 원천이다. 동물희생제물의 죄사하는 효력은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흘린 보혈의 가불인 셈이었다.

4. 그리스도의 보혈은 하나님께 멀리 떨어져 살던 죄인 이방인들도, 가깝게 떨어져 살던 유대인 모두를 하나님께로 이끌어 들여 화목시켰다.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나온 보혈사역을 성령이 대신 행하신다. 성령은 화평의 영이요 죄사함을 창조하는 영이다.

5. 그리스도와 화목케 된 유대인과 이방인들은 한 때의 불화와 적의를 해소하고 한 가족이 되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영적-화학적 작용이 아주 왕성하게 일어나는 인간재창조의 현장이다.

결론-교회다움의 회복이 겨레의 화해와 통일 사역에 참여하는 지름길입니다.
하나님과 화해를 인격적으로 맛본 사람들만이 우리 겨레의 분단해소, 우리 사회의 계급적, 세대적, 계층갈등 해소사명에 부르심을 받습니다. 자신이 하나님과 화해를 맛본 사람만이 하나님과 원수상황에 놓여사는 이방인들이 얼마나 불쌍한가를 실감합니다. 한국교회가 이 십자가의 복음, 그리스도의 보혈복음만을 제대로 납득하고 이 복음만을 증거하면, 즉 교회가 교회답기만 하면 한국사회의 모든 단위의 갈등과 대결은 크게 완화되고 그 사회통합적, 사회화해적인 변혁의 에너지는 겨레화해의 에너지로 치환될 것입니다. 우리 겨레의 화해와 통일은 민족주의 단결담론을 넘어 동북아, 유라시아 일대에 복음통상국가로서의 대한민국 사명수행에 결정적인 선결과제가 될 것입니다.

김회권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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