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재(에이유온그룹 회장)
▲ 이은재(에이유온그룹 회장)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래,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대형참사가 2014년 4월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무엇보다도 희생자 대부분이 아직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고등학생들’이기 때문에 가장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참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생명의 가치는 물론 다 똑같겠지만, 언론을 통해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이 저만의 상태는 아니겠지요.

더욱 더 가슴 아픈 것은 세월호는 사고발생 전부터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세월호의 정기적인 선박 검사 시 구명벌 작동 문제를 미리 파악하여 조치를 취했더라면…, 세월호가 운항 시 비상 관제 채널인 16번 채널을 제때, 정확히 사용하였더라면…, 선장과 선원들이 자기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한 의무를 다했더라면…, 나쁜 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등의 많은 ‘~했더라면’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낳은 분명한 인재이기 때문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사고를 낸 화물열차 직원 신 모 씨가 불을 끄지도 않고, 제대로 신고도 하지 않고 도망쳐 더 큰 폭발사고로 연결된 것도, 대구지하철참사 때 기관사가 마스터키를 뽑고 먼저 탈출한 탓에 승객들이 객차 안에 갇혔던 것도 모두 ‘사람’이 사고를 키운 인재였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도, 성수대교 붕괴도, 해병대 사설캠프 사고도, 최근의 마우나 리조트 사고까지 인재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에 안전에 관한 규정은 있는지, 있다면 규정대로 철저히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다면 현장은 규정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접하면서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 원칙의 시초가 된 버큰헤이드호 침몰 사고는 630명의 승객 중 180명만 구명정에 태워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자와 어린이 먼저’ 구한 뒤 사령관 세턴 대령과 나머지 400여명의 승객들은 물속에 잠겨 들어가며 숨진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버큰헤이드호 사고 후 이러한 ‘여자와 어린이 먼저’의 구조 원칙은 세계의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역시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을 기억했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갖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불문율이 철저히 무시되는 ‘절망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저는 감히 ‘아니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우리 곁에는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외쳤던 단원고 2학년9반 담임교사 최혜정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 나가겠다’던 박지영 승무원이 있었습니다.

또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던 양대홍 사무장과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던져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단원고 2학년 4반 정차웅 군이, 위험한 순간에도, 사선으로 기울어진 배 위에서 구명벌을 터뜨린 목포 해경 이형래 경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며 두려워 말라고 용기를 주었던 배안의 많은 승객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업도 팽개치고 한걸음에 달려와 준 어민들, 혹시 있을 생존자를 찾기 위해 오늘도 사지와 같은 물속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 어찌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번 사고로 가장 먼저 탈출한 선원 15명에 대한 비난이 거셉니다. 퇴선명령도 내리지 않고, 승객들을 저버린 선장과 선원들은 응분의 처분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내가 저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누구와 같이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저의 행동을 이 자리에서 미리 예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미 선인과 악인을 구분 짓고 있는 제 모습을 볼 때, 분명 반성해보아야 할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면 우리의 일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우리는 원칙을 지키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있을까요?

최혜정 선생님과 같은 많은 분들의 영웅은, 돌이켜보면 일상에서의 모습도 비슷했으리라 생각합니다. TV에서 ‘모세의 기적’이란 공익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구급차나 소방차등 긴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 길가 양 옆으로 차를 비켜 길을 양보해달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선, 구급차가 사이렌을 켜고 다른 차들에게 피양해줄 것을 요청하는데도, 꼼짝달싹 안하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함께 목격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긴급차량을 위해 양보한 길에 얌체같이 끼어들어 구급차와 함께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최혜정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영웅들이 자신의 생명을 던져가며 희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욱 비참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원칙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했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두가 원칙을 지켜, 모두가 영웅이 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세월호 사고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합니다. 사고현장에 있지 않았을지라도, ‘내가 만약 사고 현장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내 모습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삶,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삶이 이런 국가적 재난에서도 ‘버큰헤이드호의 전통’과 같은 용단을 낳게 하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고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슴시린 감동을 안겨주었던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여러분들 덕에 미래에는 국민들 모두가 영웅이 되는 아름다운 나라를 조심스레 소망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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