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 내 소원을 이루어주었어!

 
 
<미스코리아 2010 한국대회> 미스코리아도전기 – 믿을수 없는 결과...

9월 25일

결전의 날이다. 어제부터 충혈됐던 눈이 좋아지질 않는다. 눈뜨고 있는 것도 매우 고통스러웠다. 아마 합숙 내내 하루 3~4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메이크업에다 렌즈를 착용하여 눈병이 난 것 같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하고 싶었는데 거울을 보니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대회 장소에 도착해 메이크업을 했다. 오후 4시 정도에 메이크업과 헤어팀이 와서 도와준다고 했는데 그것만 믿고 기다리다가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자 한국에서 메이크업 교육을 받은 대로 차근차근 해나갔다.

눈이 빨개서 안보이게 하려고 평소보다 눈 화장을 더 진하게 했다. 머리는 미스코리아 대회에서처럼 깔끔하게 업스타일로 했다.

대회가 7시에  시작되기로 했는데 2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시간약속에 있어 철저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30분이 다돼서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대 뒤로 향했다.

대회장소가 외진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미스코리아 대회 때보다 10배는 많았던 것 같다.

오프닝이 시작되었고 난 즐겁게 하자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 대회수순은 전통의상-중국, 말레이시아 옷-비키니-드레스 순이었다. 드레스 워킹 후 톱 20을 뽑았다. 혹시나 톱 20에도 못 들면 어쩌나 무척 걱정스러웠는데 첫 타자로 내가 불려졌다. 적어도 20등 안에는 들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했다.

톱 20이 모두 발표되고 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더 떨리는 톱 10 발표였다. 내가 혹시 톱 10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 했다.

여자 MC가 톱 10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도 내가 처음으로 톱 10에 호명됐다. 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주변을 쳐다보았더니 친구들이 날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톱 20에 이어 톱 10에도 처음으로 불리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느끼는 조바심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 있어 심적으로 편안했다.

톱 10이 모두 발표되고 특별상 수상이 이어졌다. “Miss charm! Miss KOREA!” 사회자의 발표에 모두들 내 수상을 축하해줬지만, 특별상을 받음으로 인해 톱 5에서 멀어졌다 생각하니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어진 5위부터의 수상에서 왕관을 받는 친구들을 보니 무척이나 부러웠다. 4위, 3위, 2위가 모두 발표되었을 때 난 톱 5에 들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당연히 1위는 서양친구의 자리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무대에 서있는데 어디선가 보고 계실 회장님, 부사장님, 제프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1위를 발표했는데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Miss KOREA! 또다시 난 내가 잘못 들었나하고 옆 친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를 보며 박수를 쳐주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1위? 어안이 벙벙했다. 믿기 힘든 현실 같았다. 미스 투어리즘 퀸 견장이 나에게 채워지고 왕관이 씌워질 때 ‘내가 정말 1위 한 거 맞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님이 정말 내 소원을 들어주셨다. 정말 꿈만 같다.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부담감이 한 순간에 싹 사라져버렸다. 올해 첫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 이 결과가 결코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룬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많은 분들의 도움, 응원, 사랑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회가 끝나고 핸드폰을 보니 축하문자가 쇄도했다. 오늘밤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바로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너무나 행복했고, 미스코리아 대회 때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외쳤었는데 그 말을 조금이나마 지킨 것 같아 뿌듯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이 연재는 2010 미스코리아 미 하현정 씨가 2011년에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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