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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황선 종북공세의 4가지 이유

지난 12월 10일,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에서는 위험천만한 폭탄테러가 자행되어 수많은 시민들을 놀라게 하였다. 신은미씨와 황선씨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방송출연, 토크콘서트 출연을 해왔지만 이번 콘서트에 대해서만큼은 종편, 보수언론, 공안기관의 이성을 잃은 색깔공세 끝에 급기야 충격적인 폭탄테러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테러를 야기하게 된 종편과 보수언론, 공안기관의 공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강연, 콘서트 등을 여러 차례 해왔는데 왜 이번에만 이처럼 과잉 대응을 하느냐는 것이다.

북한인권공세에 걸림돌
가장 쉬운 해답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 익산 테러사건 직후인 12월 15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면서 “지금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 인권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북한 인권결의안이 지난달 유엔총회 인권사회분과위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며 “그런데 당사자인 대한민국에서 그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극히 편향되고 왜곡된 것”이라고 얘기했다.

   
▲ 지난 12월 15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모습.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마디로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마당에 한국에서 북한 인권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콘서트가 열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013년 유엔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 2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채택되었다.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은 2005년 이후 계속 채택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에는 북한 최고지도자와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는 결의안이라 볼 수 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유엔 제3위원회, 총회에서 채택된 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상정되었다. 인권결의안이 강제성을 가지려면 안보리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던져왔기 때문에 안보리 채택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권결의안 논란을 통해 북한이 심각한 인권유린국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표면적으로 유럽연합에서 주도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상은 미국 주도로 이루어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북한 인권을 규탄하는 각종 발언을 쏟아내며 결의안 채택을 종용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경제적 압박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인권 문제를 부각해 북한을 압박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인권문제, 민주주의 문제를 빌미로 미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나라들을 압박해왔고 심지어 침공도 불사해왔다. 대표적인 나라로 이라크, 리비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집권여당 역시 미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해왔다. 이들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으며,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유치해 2015년 3월 서울에 설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이른바 ‘종북몰이’를 지속해 야권 전반을 위축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여론몰이 소재다. 야당들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북한인권법으로는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기 어렵고 오히려 반북단체 자금지원법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마당에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종북’이라는 논리로 야당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런데 유엔 제3위원회 인권결의안 통과와 통일토크콘서트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진행되었다. 물론 이는 우연이다. 통일토크콘서트는 유엔 제3위원회에서 결의안을 추진하기 몇 달 전에 이미 기획되고 있었으며, 유엔이 통일토크콘서트에 맞춰 결의안 통과 일정을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반북여론을 조성하려던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통일토크콘서트가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물증은 별로 없고 극소수 탈북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안보다, 최근 북한에 직접 다녀와 사진까지 보여주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평범한 재미동포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과 반통일 언론들은 통일토크콘서트를 어떻게 해서든 막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미국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신은미 씨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정부가 신은미 씨를 과감하게 소환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종북몰이가 필요했던 정권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과잉반응을 보이는 두 번째 이유는 현 정권이 ‘종북몰이’를 극단으로 끌어올려야 정권을 겨우 지탱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원래 ‘종북몰이’는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파쇼체제가 아니고서는 유지되기 힘든 반통일 보수세력의 논리였다. 그래서 보수세력은 예로부터 북한을 악마로 묘사하면서 혐오감을 주입시키고 평화나 통일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용납 못할 악마 추종세력으로 만들어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급격히 붕괴한 북한의 현실은 이런 ‘종북몰이’의 근거가 됐다.

그런데 최근 북한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종북몰이꾼’들이 새로운 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통일부는 대북지원단체들이 북한을 방문해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언론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며, 2013년 말에는 이를 따르지 않은 단체들의 대북지원사업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고 종편과 보수언론을 총동원해 각종 허위·왜곡보도를 집중했음에도 북한을 방문한 이들, 해외언론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하나 둘씩 국민들에게 공개되었다. 5·24조치로 대북지원을 철저히 차단했음에도 북한경제가 오히려 더 빨리 발전하는 모습이 확인되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면 재조정될 수밖에 없으며, ‘종북몰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재미동포 오인동 박사는 2014년 12월 24일 오마이뉴스 기고문 “신은미 마녀사냥, ‘평양 아파트’ 때문이었나”에서 “남북 교역 중단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조금씩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북이 남한의 수구세력에게 불안감으로 작용한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반통일 보수세력의 종북몰이는 히스테리에 가까운 양상을 띠기 시작하였다. 해방 직후 백색테러로 악명 높았던 서북청년단이 재건되는가 하면 이 단체가 북한 지도자를 암살하겠다며 ‘암살단’을 만들기까지 했다. 통일토크콘서트에 수백 명의 반통일단체 회원들이 모여 행사를 방해하고 심지어 사제 화염방사기로 방화까지 시도했다. 그리고 급기야 익산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진보당 해산 분위기잡기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과잉반응을 보이는 세 번째 이유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북몰이’의 집중공략을 받았지만 통합진보당은 와해되지 않았고, 비록 높지 않지만 의미있는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였다. 심지어 대선 때 이정희 후보는 ‘다카키 마사오’ 발언 등으로 박근혜 당시 후보일가의 매국적 역사를 폭로하였다. 진보당 해산 판결을 시급히 당겨 하필이면 2년 전 대선일인 12월 19일에 발표한 것은 정치보복의 성격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 1의 찬성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판결을 내렸다. 19일 헌법재판소 내부 모습 ⓒ진보정치

보수세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두고 일면 탄압, 일면 회유를 통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할 법하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보당은 그간 극심한 탄압과 분열·와해 공작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노선과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진보적 의제를 원칙적으로 내세워 왔다. 특히 한반도 전쟁위기,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한미FTA 등 국가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선진적인 주장을 펼쳐 왔다. 또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진보당은 시종일관 남북화해와 통일을 주장하며 6.15공동선언, 10.4선언에 대해 가장 강력한 옹호정당으로 자리잡았다. 정부 여당과 반통일 보수세력의 과거회귀에 가장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진보당은 친미보수 양당체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며, 한국을 군사·경제적으로 통제하는 데도 가장 방해가 되는 정당이었다.

이런 이유로 공안기관은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해산하려 했으나 그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유신독재 부활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 정당해산의 반민주성 등으로 인해 중간층과 일부 보수층 내에서도 반발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진보당 해산이 결정되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교수가 헌법재판소 판결이 위법이라며 헌법재판관 탄핵을 청원하기도 했고, 진보당을 ‘혐오’한다던 변호사가 진보당에게 법적 대응을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조언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정부 여당과 반통일 보수세력 입장에서 보면 진보당 해산이 그냥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되는 손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청구한 정당해산 심판에서 진보당이 승리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권은 조기 레임덕에 빠져 실패한 정권으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따라서 진보당 해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맹렬한 ‘종북몰이’가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악의적인 ‘종북몰이’를 했을 수 있다. 언론에서 통일토크콘서트 진행자인 황선 씨에 대해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라는 현 직책이 있음에도 굳이 ‘전 민노당 부대변인’이라는 직함을 사용한 것도 통일토크콘서트와 진보당이 관련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미국 역시 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신은미 씨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미국과 주한미대사관에서는 자기 국민이 테러를 당했는데 한국 정부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고, 신은미 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도움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출국정지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 평소 미국 시민이 해외에서 테러를 당하거나 박해를 당하면 국무부뿐 아니라 전 행정력을 동원해 선전하던 모습과 완전히 딴판이다. 최근에도 북한에서 구속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오바마 친서를 들고 방북하지 않았던가.

정윤회 파문의 탈출구
마지막으로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한 ‘종북몰이’의 절정으로 익산 테러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정윤회 문건’ 파문을 빼놓을 수 없다.

통일토크콘서트가 한창 논란이 될 무렵, 갑자기 ‘정윤회 문건’이 공개되면서 청와대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감하고 권력층 내부가 분열되면서 일대 혼란이 조성된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문을 덮을 더 충격적인 사건이 필요했는데 시기적절하게 익산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테러사건으로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신속하게 테러 피해자인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신은미 씨에 대해서는 출국정지와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대통령도 나서서 테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종북콘서트가 문제다’며 마치 테러를 당할 만하니까 당한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 국정개입 의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59)씨가 지난 12월 11일 검찰 조사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TV조선 화면

이처럼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한 극렬한 ‘종북몰이’와 테러사건에는 다양한 배경이 존재한다. 이는 거꾸로 통일토크콘서트가 남북화해와 통일에 그만큼 유익한 행사였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통일토크콘서트 진행자인 신은미, 황선 씨는 ‘종북몰이’와 테러사건에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통일을 위해 남북이 서로를 알자는 행사가 무엇이 문제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대통령 면담 요청에 이어 고소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시기 정부 여당과 반통일 보수세력의 ‘종북몰이’가 가능했던 이유는 피해자들은 물론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바라던 이들까지 종북몰이에 위축되어 ‘나는 종북이 아니다’는 항변을 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종북몰이’를 뿌리뽑아 유신독재가 부활하지 않게 하려면 민주와 통일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함께 나서서 싸우고 테러세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우리사회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우리사회연구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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