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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人情)은 혹한의 추위도 녹인다

대설(大雪)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북풍한설이 몰아치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왔습니다. 기후 변화로 잘 맞지 않던 절서(節序)가 어떤 때는 이렇게 정확하게 들어맞기도 합니다. 이런 날씨를 맞으면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마을의 수치다”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또 우리 할머니께서 자주 말씀하시던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아무리 추워도 있는 사람이야 살아남지만, 없는 사람이 걱정이다”는 내용입니다.

살을 에는 차가운 추위, 휘몰아치는 눈보라, 가진 자들이야 어떻게라도 이겨내겠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이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 가지일 것입니다. 다산은 이런 추운 날, 천 리 밖의 바닷가 강진에서 귀양 살면서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또 써서 보냈습니다. “여러 집에서 여러 날 밥을 끓이지 못하고 있을 텐데, 너희는 쌀되라도 퍼다가 굶주림을 면하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눈이 쌓여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눠주어 따뜻하게 해주고,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한 푼이라도 쪼개어 약을 지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는 집에는 때때로 찾아가 무릎 꿇고 모시어 따뜻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공경스럽게 대해드리고, 근심과 걱정이 쌓여 있는 집에 가서는 얼굴빛을 달리하며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 고통을 나누고 잘 처리할 방법을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인데 잘들 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라고 아들들을 채근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두 아들에게)』

이런 아버지의 편지를 받은 아들들이 방안에 그대로 앉아 펑펑 쏟아지는 눈이나 바라보며 있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휘몰아치는 북풍한설에 따뜻한 방에 앉아 자신들의 안락만 느끼며 지내고 있었겠습니까. 아마도 두 아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아버지의 요구대로 힘없고 약하며 가난하고 배고파 견디기 힘든 이웃들에게 뭐라도 온정을 베풀어 아버지의 채근에 조금이라도 응답했으리라 믿어집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산의 아들이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요.

있는 사람이야 어떻게라도 큰 불편 없이 살아가겠지만 문제는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들일 것입니다. 경제 대국에 진입해 있고, 산업화를 이룩해 부자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추위와 찬바람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기만 합니다. 이런 때야말로 그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어 혹한에서 견디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일입니다.

   
 

다산의 편지를 읽다 보면, 그분의 따뜻한 인정과 인도주의 정신이 눈에 보이는 듯 또렷해집니다. 어제는 영하 7°, 오늘은 영하 8°, 갈수록 추워만지는 요즘, 우리도 안방에만 앉아서 자기만 편하다고 만족해하지 말고, 이웃을 한번 챙겨보는 마음을 지녀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된 도리이자, 다산의 지극한 충고를 잊지 않는 길입니다. “있는 사람이야 아무리 추워도 괜찮지만,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던 우리 할머니 말씀을 잊어버리지 않아야겠네요.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석무  e_da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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