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에이유온그룹 회장)
▲이은재(에이유온그룹 회장)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고민의 순간과 마주칩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고민과 선택이 곧 인생이지요.

적령기에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의 선택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일 테고, 당장 오늘 점심은 누구와 무엇을 먹을 지도 고민입니다. 운동을 할지 조금은 쉬어 볼지, 심지어는 내년 황금연휴에는 어디서 휴가를 보내야 할지 벌서부터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보통 ‘익숙한 것’을 선택하려 합니다. 어떤 메뉴로 허기를 달래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항상 가던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복잡한 논리적 절차에 따른 고민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시켜 경험과 직관에 의해 빠르게 사고하려는 체계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대부분의 결정들이 결국에는 ‘휴리스틱’ 체계에 의한 결정들일 겁니다.

그런데 책 『생각을 경영하라』의 저자인 민재형 교수(서강대)는 선택장애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르게, 새롭게 생각할 것’을 주문합니다.

익숙한 것, 내가 믿는 것, 사회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 미리 짜놓은 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관습 등에 의문을 품고 열린 사고를 하라는 것이지요. 더불어 데이터 분석과 과학을 이용한 객관적 판단은 필수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 조언이 보통사람인 저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선택이란 것이 특수한 환경에서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매순간 해야 하는 너무나도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행위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택을 회피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안일한 하나의 ‘선택’이지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도움을 줄 멘토(mentor)를 찾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직접, 또한 즉시 신의 계시를 받으려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는 조금 위험한 선택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리는 선택했었고, 선택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은 회피할 수도 없으며, 매 선택의 순간을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도 없습니다.

구약성경 전도서를 보면 솔로몬왕은 “해 아래에는 새것이라 할 것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어제 있었던 역사는 오늘로 이어지고, 오늘의 역사는 내일 다시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 선택의 순간 집중해야 할 것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 아닌, ‘휴리스틱’의 질을 높이는 것일 겁니다.

즉 익숙함에 의한 직관적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멘토’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저는 한 번에 수많은 좋은 ‘멘토’들을 둘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책’을 읽는 것이지요. 선조들의 지혜와 오늘 내일 반복 될 그들의 역사가 담겨있는 고전도 좋고, 현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고민들을 먼저하고, 시행착오 끝에 하나의 ‘휴리스틱’을 정립한 누군가의 저서도 좋을 것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합리적 사고가 담겨 있는 책들을 통해 우리는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책을 고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세월의 무게와 수많은 스펙트럼이 압축되어 있는 한 권의 책이, 스마트폰에 넘쳐흐르는 수많은 정보들보다 직관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훌륭한 책은 훌륭한 저자의 손에서 탄생합니다. 훌륭한 저자는 분명 지식이 풍부한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자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사무칠 때 비로소 좋은 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민아원장님(미나산부인과 대표원장, 성의공학연구소 소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영하는 회사에 오셔서 네 번의 강의를 통해 여성 건강의 중요성과 부부간의 성 문제에 대한 소중한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이 강의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민아원장님의 해박한 지식에도 놀랐지만, 사람을 향한 깊은 관심과 열정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분의 병원을 찾아 갔을 때, 환자를 대하는 원장님의 모습을 보며, 또 원장님을 대하는 환자분들의 편안한 모습에서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큰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산부인과의 분위기를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병원이었습니다.

저는 원장님께 여성건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책을 통해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권했습니다. 원장님은 한 번도 책을 써보지 않아 조심스럽다며 여러 번 고사하셨지만, 참으로 소중한 일이기에 감당하시겠다고 끝내 약속해주셨습니다.

여성 건강의 길잡이가 될 이민아 원장님의 소중한 책이 언제 출간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아마 이 책이 출간되면 성문제와 각종 여성질환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휴리스틱’ 체계가 될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선택의 권한을 넘기지 말고 주옥같은 명저들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인생의 주도권을 당당하게 행사하는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독서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선택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웅진출판, 베르벨바르데츠키 저)와 『성경』입니다. 특히 성경 중 전도서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자기가 가진 지식을 독점하여 타인의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가진 지식을 나누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 필(筆)을 드신 분들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익숙함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질을 높여주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해준, 또 해주실 분들입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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