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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 결의의 의미와 전망

지난 11월 18일 제69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찬성 111, 반대 19, 기권 55로 채택되었다. 이 결의는 12월 초에 있을 총회 전체회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될 것이다.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는 2003년 인권위원회 결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결의는 지난 3월 제25차 인권이사회에서의 결의와 대동소이한데, 북한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두 결의는 북한에서의 반인도적 범죄와 그 책임자 처벌을 담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지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다뤄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ICC는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등 4대 국제범죄를 조사해 책임자를 기소 재판하는 국제기구로서 2002년 7월 관련 로마협정이 발효되었다. ICC의 관할권과 관련해, 북한과 같은 ICC 비회원국을 회부하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한다. 올해 두 차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는 안보리가 북한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인권 결의가 처벌 일변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의에는 “남북한 대화가 북한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고,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와 인권대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의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대한 방북 초청 검토 의사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COI 보고서도 형사처벌 외에 남북간 다방면의 교류협력, 정전체제의 종식을 위한 관련국들간 회담 개최,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전개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북한 정부의 태도 변화와 함께 남북화해, 한반도 평화 정착 등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은 인권을 집단주의 시각에서 사회권 위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인권=국권'이라는 식으로 인권을 국가주권과 연계시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주권에 위협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대상과는 인권대화, 기술협력에 응하는 반면, 주권 침해로 간주하는 유엔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나 유엔기구에서의 결의에는 반대한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대내적으로 인권 관련 법제도를 제·개정하고 교육, 보건, 여성, 아동 권리 보호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 등과 인권대화에 나서고, 자국이 가입한 4대 국제인권협약 위원회의 심사와 인권이사회의 보편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에도 응하고 있다. 또 북한은 2013년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하고, 2014년에는 아동권리협약 상 아동인신매매 및 음란물 관련 선택의정서¹에도 서명하였다.

북한은 이번 결의안에서 북한인권 문제의 ICC 회부 문구를 삭제하기 위해 활발한 로비를 벌였지만 실패했다. 동시에 강경 대응의사도 나타냈다. 결의안 채택 전인 10월 25일 국방위원회는 인권결의안 채택을 “자주권과 국권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가장 노골적인 침략행위”라고 주장하며 핵무력 등을 이용한 “우리식의 새로운 강력대응전”을 언급하였다. 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11월 2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결의안을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최고표현”이라고 논평하고 “새로운 핵시험”을 언급하며 도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후 북한은 관영언론들을 총동원해 결의에 반발하며 찬성 투표한 미국과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였다.

북한인권문제의 ICC 회부를 담은 이번 유엔의 결의는 북한 당국에 강한 외교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국제형사재판 회부 언급 자체가 북한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결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투표함으로써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문제의 ICC 회부를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² 등 관련 단체들은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를 벌일 것이다. 또 북한인권 현장사무소의 서울 설치가 결정된다면 한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높아질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북한인권 결의를 지지하고 북한인권 현장사무소의 서울 설치에 협조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인권재단 설치가 포함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북한과의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08년부터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문제로 북한인권문제에 접근한다는 입장 아래 국제공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 결의에서 보듯이 북한인권 개선 방안이 처벌 위주의 국제공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의 채택 이후 국내외 언론들이 북한인권문제의 ICC 회부에 초점을 두고 보도한 나머지 결의에 포함된 다른 주요 사항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북화해, 적극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과의 다방면적인 교류, 정전체제의 전환, 대북제재의 선별적 추진이 그것들이다. 남북은 이런 방안을 논의할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남북한 외교 수장들은 뉴욕에서 각각 인권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결의안 채택 이후 그런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가 부메랑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인권 결의 이후 상황이 대화와 협력이 아니라 긴장과 갈등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개선과 함께 화해, 협력, 비핵화 등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뤄나가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인권문제로 대북압박과 남북갈등이 더 높아진다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더 경직되고 자율성은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언급하며 인권과 안보를 연계시키고 있다. 북한은 외부 압박을 이유로 인권개선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 6자회담의 장기 표류와 인권의 정치화 현상이 겹쳐지면서 한반도의 시계는 ‘매우 흐림’이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에 핵능력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하고, 인권 개선 압력은 북한의 고립과 함께 체제결속을 공고하게 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대화를 포기하거나 압박 위주의 접근은 문제해결보다는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협력의 허브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연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절실한 때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1) The Optional Protocols on the sale of children, child prostitution and child pornography of the Convention of the Rights of the Child.
2) The International Coalition to Stop Crimes against Humanity in North Korea

서보혁  suhbh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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