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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노태우 노무현의 전시작전통제권 고민

지난 10월 23일 한국 국방장관이 워싱턴에 가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 연기’라는 이름으로 ‘헌납’한 후, 착잡한 심경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게 보수가 그렇게 강조하던 대한민국인가? 그 꼴을 보고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얼마 전[20140905]에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도 그 이유다. 그러던 차 오늘 아침,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가 다음과 같은 글을 메일로 보내왔다. 전임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대통령의 전작권 문제에 대한 고민이었다. 더 관심갖는 분들을 위해서는 내일(11월 3일)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의 <작전통제권의 역사와 현실>이란 공부모임을 소개했다.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고민해보길 바란다.

<34년 전인 1977년 박정희가 말했다: "지금 주한미군을 붙잡고 '더 있어 달라',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교섭을 벌이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사실 30년 동안 미군이 이 땅에 있었으면 오래 있었던 것입니다..... 미군이 간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도 체통을 세울 때가 되었습니다. 60만 대군을 갖고 있는 우리가 4만 명의 미군에게 의존한다면 무엇보다 창피한 일입니다."

그로부터 11년 뒤, 지금부터 23년 전인 1988년 노태우가 말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작전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 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었다. 민족자존이다, 자주외교다 해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국가안보 면에서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지 못함으로써 패배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70-80년대 장군 출신 대통령들이 위와 같이 얘기한 뒤, 2006년 사병 출신 노무현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늦어도 85년부터) 근 20년간 (북한보다 10배도 훨씬 넘는) 국방비를 쓰고 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 어떻게 견디어왔으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 옛날에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사람들 직무유기한 것 아니에요.... 우리가 작전 통제할 만한 실력이 없냐,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노.....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12년 돌려받기로 한 작통권을 군대 안갔다온 이명박이 2015년으로 연기했고, 역시 군대 안갔다온 박근혜가 다시 2020년대 또는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아버지가 70년대부터 “무엇보다 창피”하다며 ‘체통을 세울 때“가 되었다고 했는데, 딸이 40년이나 지난 뒤에 더 창피하게 더 체통을 잃고 말았지요. 통탄할 일입니다.

다음 글은 이만열 박사의 [20140905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글. -편집자 주

최근 ‘한·미 연합사단’ 편성이 보도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도 2020년까지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결정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한국측에서 환수를 연기해 달라고 미국측에 요청했다는 보도는 있었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은 6.25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의 평시 및 전시 작전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넘겼다. 그 뒤 이 작전권을 돌려받는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 때다. 그는 1995년까지는 평시작전권을, 2000년까지는 전시작전권을 대한민국 국군이 환수받도록 하는 복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평시작전권은 1994년 12월 1일 0시를 기해 대한민국 국군이 미군으로부터 이양받았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노무현 정권 때에 본격화되었다. 그는 2005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자주 국가가 갖추어야 할 너무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자주국방을 언급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 안보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한미 사이에 본격적으로 논의, 당시 군 관련 인사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2012년 4월 12일에 환수받도록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이 문제를 재론, 2010년 6월 27일 이명박과 오바마는 전시작전권 이양을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하되, 재연기는 없는 것으로 못박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 다시 전시작전권 환수를 재연기하자고 논의,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2020년까지 환수를 연기한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주권국가로서 전시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기는, 이런 창피한 짓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전시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김으로 감당해야 할 막대한 재정부담에도 자신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전시작전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이고 국가자주성의 상징이다. 그걸 남의 나라에 맡겨놓고 자주국방, 자주국가를 외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연평도사건’ 때에 이명박이 청와대 방공호 속에 들어가 몇 배로 보복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그게 가능했겠으며, 상대방인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겠는가.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자주적으로 수행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2012년에 되찾기로 한 전시작전권을 애걸하다시피 하여 연기시킨 것은 주권국가의 국군통수권자가 할 짓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이 사실이 역사에는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1905년 외교권이 빼앗기자 그걸 막지 못한 이들을 두고 ‘을사오적’이라 했다. 그렇다면 환수하도록 예정되어 있던 전시작전권을 다시 매달리다시피 하여 도로 ‘봉정’한 것은 역사에 어떻게 비쳐질까. 일제의 강압에 의해 외교권을 ‘고수’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매국노’ 운운하는 판인데, 군사주권을 자진반납하다시피 한 짓을 두고는 어떻게 평가될까. 자진반납한 정권이나,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쉽게 용납한 이 시대는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언론이 활발하지 못했던 그 때에도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논설이 나왔고, 충정공 민영환 같은 이는 자결까지 감행하는, 비분강개마저 있었는데 이 시대는 그런 의식마저 갖고 있지 않는 것인가.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자주적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후대에 비쳐질 이 시대가 부끄러운 역사로 평가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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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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