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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약탈적 대출의 경고등

10월 1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에서 2.00%로 인하함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비대칭적인 여수신 금리운용이 또다시 논란의 도마에 다시 올랐다. 예금에 대한 우대금리와 수신금리를 낮추는 반면, 여신금리는 그대로이거나 특히 대출가산금리가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는 급격하게 하락해 왔는데 연체이자는 요지부동이라는 점도 큰 불만의 대상이다. 생명보험사들의 약관대출이나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도 마찬가지고, 대부업계의 초고금리는 말할 것도 없다. 거듭 반복되는 논란이다. 지난 8월의 기준금리인하 이후에도 논란이 컸다.

힘의 불균형이 반영된 약탈적 금융 시스템
많은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이를 약탈적 금리운용이라고 표현하는 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때는 주는 이자는 적게 주고, 받아가는 이자는 많이 떼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국내 소비자가 부담하는 유가는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이나 분노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반면, 시장경제 원리를 믿는 사람들은 ‘약탈적’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예금금리는 예금자의 문제고 대출금리는 대출자의 문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서, 전자는 높은 예금금리를 원하고 후자는 낮은 대출금리를 원하는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며, 각각의 시장에서 양자 간의 격차가 정해지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약탈적’이라고 보는 견해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하나는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시장에서 행사하는 힘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어떤 개인 소비자도 금융회사의 금리정책에 맞설 수 없다. 이는 곧 한국의 금융시장이 독과점시장이라는 것이며, 흔히 이야기하는 시장원리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2013년 3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에 부쳐 '약탈적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금리결정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2014년 10월 3일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 간 당정협의에서, 그 직전 8월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농협, 하나, 기업, 외환 등 일부 은행들이 거꾸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여당 대표는 “금융기관이 대출자를 봉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금융위원장은 “대출금리를 인상한 은행에 대해서 가산금리를 적정하게 운용하도록 지도했다”고 답했다. 이쯤 되면 금융소비자단체가 이야기하는 약탈적 금리운용은 금융회사와 정부의 합작품이지, 시장원리 운운할 일이 아니다.

갚을 수 없는 대출로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강탈
그런데 좀 더 심각한 문제의 약탈적 금융행태가 한국에서 확대되고 있다. 소위 ‘약탈적 대출(predatory mortgage)’이다. 애초 이 말은 2008년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정상적인 소득으로 도저히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결국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자 담보로 잡았던 주택을 경매에 부쳐 버렸다. 이때의 약탈적이라는 뜻은 대출을 해주고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강탈해간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5개 은행에서 나간 52조 원 가까운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 목적의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54%는 생활비나 자영업의 사업자금에 쓰였다는 뜻이다. 주택구입 목적에 쓰인 비중은 지난 수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 통계에다가 자영업 월평균 매출액이 2010년 대비 11% 정도 감소했다는 통계와 대표적인 생계형 자영업 창업영역인 여관·치킨집 등 숙박·음식점업의 5년 후 생존율이 17.7%에 불과하다는 중소기업청의 통계를 붙이면, 결국은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기의 이익을 위해 대출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담보를 챙기면 된다는 전형적인 약탈형 대출의 한국적 유형이 그려진다. 주택대출규제를 풀어 부동산 시장을 받치려는 정부정책과 단기수익에 목매는 금융권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 합작품이 초래할 위험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유철규  yoocg@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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