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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한 제언

남과 북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양측 함정 간 교전과 대북 전단 살포에 따른 상호 총격전이 발생하는 등 군사적 긴장의 수위가 높아졌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긴밀한 협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우리 정부는 10월 13일 2차 고위급 접촉을 오는 30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4일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며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핫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 대화, 접촉에 분위기 조성이 따라가지 못해 관계개선이 실패한 현실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정치군사적 적대행위를 시급히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남북관계는 긴장상태가 고조되면서도 대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만약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새로운 절충점과 지속 협의·협력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또다시 대화·교류가 단절될 경우 한반도 상황은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이는 분단 70년인 2015년에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2차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최소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도 모처럼 만들어진 판을 깨기는 쉽다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15일 이뤄진 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에서 양측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다. 이는 2차 고위급 접촉 성사와 성과 도출을 염두에 둔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16일 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 과정과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 전술의 일환인 ‘흔들기’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대화 국면 시 갈등을 조장하는 북한의 패턴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중심을 잡고 의연히 대처해나가야 한다.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은 어려운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서해 NLL 문제 등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문제, 1차 접촉 합의사항인 상호 비방·중상 중지 등과 같은 정치·군사적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에서 이러한 사항을 집중 제기했다. 더불어 북한은 박 대통령이 통준위 2차 회의에서 거론한 5.24조치 해제 문제를 비롯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 자신들의 실리와 직결되는 사안도 2차 고위급 접촉의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해 대통령이 통준위 2차 회의에서 언급한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문제, 복합농촌단지 사업 등을 의제로 제시할 개연성이 크다. 한편 정부는 남북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북한이 서해 NLL을 준수해야 하고, 민간단체의 풍선 날리기 및 언론 보도는 통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 왔던 이 같은 기본 입장에 변화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군사 당국자 비공개 접촉에서 상호 입장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서로 다른 입장차를 조율하면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다가 회담이 결렬되고 원점으로 돌아가면 남북관계의 교착 국면은 또다시 지속될 것이다.

남북한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고 우선적으로 논의하려는 의제의 중점이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고 절충해가는 노력이 있다면 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이 제기한 정치·군사적 사안과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인도적 사안 및 민생 인프라 건설 지원,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실천 가능한 사업들을 별도의 트랙에서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북한이 강조하는 근본문제 해결의 정치·군사적 사안은 그 성격이 정전체제, 한미동맹, 북한 핵문제 등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 해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즉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군사적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협의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군사적 사안과 같은 비교적 큰 틀의 논의와 인도적 사안 및 사회·문화적 교류·협력 사업은 분과위 등 실무 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정치·군사적 사안에 관한 협의에도 적극 나서면서 실질적이고 실천 가능한 협력 사업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월등한 국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치·군사적 사안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작은 통일론’에 입각한 사안들을 북한에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면 북한도 계속 회피하지만은 못할 것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것도 들어줘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만 취하려 할 경우 상대방이 협상장을 떠날지도 모른다. 물론 협상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능한 많이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과 북한이 원하는 것이 반드시 등가(等價)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많이 주고 적게 받기도 하고, 적게 주고 많이 받을 수도 있는 것이 협상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진행할 협상임을 감안해 보다 긴 안목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15년은 분단 70주년이다. 이제 기존의 남북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의 이정표를 찾을 때가 되었다.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박정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박정진  jjpark@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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